유럽연합(EU)이 마이크로소프트(MS)에 무려 2억8050만유로(약 3400억원)의 벌금을 부과한 역사적 반독점 판결이 전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MS는 이 초유의 벌금 사태에 대해 “과다하고 적절치 않다”며 즉각 EU 법원에 항소 의사를 밝혔지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MS가 앞으로도 계속 시정명령을 지키지 않을 경우 오는 31일부터 하루 300만유로의 벌금을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맞서고 있어 양측의 추가 대결이 주목된다.
◇당초보다 벌금 줄어=이번 벌금 액수는 지난해 12월 16일부터 지난 6월 20일까지 하루 150만유로씩 소급 적용된 액수다. EC가 지난해 12월에 엄포를 놓았던 하루 최고 벌금액 200만유로보다는 줄었다.
EC는 이미 지난 2004년 3월 역사적 반독점 판결에서 MS의 윈도미디어플레이어 끼워팔기가 경쟁법 위반이라며 4억9700만유로(약 6009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2004년 3월 내린 EC의 반독점 판결 명령 불이행 때문. EC는 당시 MS에 SW 업체가 윈도 OS와 호환될 제품을 원활히 개발할 수 있도록 윈도 OS 프로토콜 정보를 업체들에 충실히 제공하라고 명령했었다.
◇MS의 대응 및 전망=MS와 EU가 윈도 OS의 독점 문제를 두고 벌여 온 7년간의 싸움은 MS의 항소 방침에 따라 결국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MS는 EC가 요구한 날짜에 맞춰 상호운용성 정보를 담은 문서를 제출했다고 주장했고, EC와 SW 업체들은 이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해 왔다. MS는 마감일인 오는 24일까지 윈도 OS 프로토콜에 대한 최종 자료를 EC에 제출해야 한다. EC는 이후 6주 동안 이 자료의 정확성과 완성도를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EC의 벌금 부과 결정은 데스크톱PC용 OS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차기 OS인 윈도 비스타 출시를 앞둔 MS의 입지와 재정적인 면에 이르기까지 적잖은 타격이 될 전망이다. MS는 지난 6월 30일 마감된 자사 2005 회계연도에 매출 약 397억9000만달러, 순익 약 122억5000만달러를 기록했고, 전체 자산은 708억1500만달러에 이른다.
◇관련 단체 반응 엇갈려=한편 이번 벌금 부과에 대해 산업 단체의 의견은 엇갈렸다. 한 측은 이번 조치가 유럽에 있는 미국 기업을 낙담시킬 것이라고 한 반면에 다른 측은 이것이 소규모 SW 기업을 돕는 선례가 됐다고 평가했다.
MS가 설립 회원으로 참여한 ‘아메리칸스 포 테크놀로지 리더십(Americans for Technology Leadership)’이라는 단체는 이번 결정이 유럽에서 리더가 되려 하는 기술 업체의 욕구를 꺾고 유럽의 규제 당국자들과 일하는 방법에 불확실성을 낳을 것으로 우려했다.
이 단체의 짐 프렌더개스트 대표는 성명에서 “유럽에서 사업을 하는 모든 미국 기업은 (이번 결정에 대해) 우려해야 한다”며 “이번 사태는 성공한 미국 기업이 유럽에서 더 강력한 규제 기준과 맞서야 하며 그들의 글로벌 사업 전략이 몇몇 유럽 규제 당국자의 변덕에 볼모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비난했다.
반면에 ‘소프트웨어정보산업협회(SIIA)’와 오라클·선마이크로시스템스·리얼네트웍스 등 MS의 경쟁사 다수가 회원인 ‘상호운용시스템을 위한 유럽위원회(ECIS)’는 이번 결정이 MS 윈도 기반 SW 개발 업체들에 이익을 줄 것이라며 EC를 치켜세웠다.
정소영기자@전자신문, s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