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LCD, 터널은 길지 않다](상)이제 시작이다

대한민국LCD의 공격 행보는 계속된다. 사진은 삼성전자 LCD 탕정사업장 전경(위)과 LPL 파주공장 전경.
대한민국LCD의 공격 행보는 계속된다. 사진은 삼성전자 LCD 탕정사업장 전경(위)과 LPL 파주공장 전경.

대한민국 LCD산업은 정말로 위기인가.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하강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위기론’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양보 없는 신규 설비투자 경쟁을 전개해 온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공급 과잉과 판가 하락, 재고 증가, 이익 감소라는 악순환에서 허덕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반도체와 더불어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갖춘 대한민국 LCD산업으로서는 심하게 자존심을 구긴 모습이다. 하지만 LCD가 차세대 성장 엔진이자 21세기 대한민국 IT산업의 견인차라는 데 이견은 있을 수 없다. 대형 패널시장이 빠르게 열리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형 패널시장은 세계 LCD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한민국 LCD의 몫이기 때문이다. 격변기를 맞고 있는 대한민국 LCD산업을 3회에 걸쳐 진단한다.

 LCD 산업은 자본 집약적 성격이 강하다. 그런 만큼 높은 투자 위험에 노출돼 있다. 또 대규모 장치산업이라 공급 과잉이 발생해도 생산량을 줄이기가 쉽지 않다. 막대한 투자 비용이 투입된 만큼 생산을 중단할 경우에 이자비용 등 고정비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나마 손실 규모를 최소화하려면 생산라인 가동을 계속하며 출혈 판매라도 해야 하는 셈이다.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는 그간 막강한 자본력을 이용, 선투자의 위험을 감수하는 한편 신규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으로 세계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 세계적 공급 과잉에 예상보다 주춤한 수요, 판가 하락, 재고 증가는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의 성장 가도에 제동을 거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대만 AU옵트로닉스(AUO)와 치메이옵토일렉트로닉스(CMO)의 공격적 행보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LCD TV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전례없이 고전하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LG필립스LCD가 5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선 것은 전년 동기 (2조3080억원)에 비해 매출(2조3150억원)이 소폭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익 구조가 악화되는 현실을 액면 그대로 보여준다. 삼성전자(LCD 총괄)도 2분기 매출이 2조8500억원으로 전 분기 (2조6800억원)보다 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50억원으로 1분기(1100억원) 대비 30%나 감소했다.

 32인치 TV용 LCD 패널 평균 판매가격은 지난 1월 552달러에서 6월 말 438달러로 6개월 만에 20.1%나 하락했다. 17인치 모니터용 LCD 패널도 같은 기간 148달러에서 102달러로 31%나 급락했다. 여기에 환율 하락과 국제 원자재값 인상 여파가 겹치며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의 영업이익은 바닥을 모르고 급락하고 있다. 세계 3위와 4위의 대만 AUO와 CMO가 지난 1분기 각각 12%와 1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데 비해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는 1분기 4.1%와 2.1%의 영업이익률을 올리는 데 그쳤다. 표 참조

 하지만 중장기적 전망은 밝다. 과제는 이 같은 침체 국면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LCD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인 고성장 시장인데다 TV 시장의 지속적 성장과 LCD 패널의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완 삼성전자 LCD 총괄사장은 “전 세계 LCD 업체가 경쟁적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한데다 노트북PC와 모니터 등 IT제품의 가격 급락으로 LCD 공급 과잉 현상이 지속됐지만 일부 업체가 감산에 들어가고 있어 수급의 균형을 찾을 것”이라며 “당초 예상했던 5∼6월보다는 2개월 정도 늦어지겠지만 3분기에는 가격 회복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TV에 이어 최근 노트북PC 및 모니터용 LCD 패널이 대형화하고 있는 사실은 무척이나 고무적인 현상이다.

 LG필립스LCD가 8세대 투자에 앞서 다목적 5.5세대 라인 신설을 통해 와이드 노트북PC와 하이엔드 모니터 시장의 수요에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김원배기자@전자신문, adolf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