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용기자의 나노 돋보기](50) 벌써 나노시대?

 “주말에 장(대형할인매장) 보러 가는 일 많으시죠? 숨은 글씨 찾기 한 번 해보실래요. ‘나노(nano)’라는 글씨를 찾아보는 겁니다.”

 먼저, 물건을 담을 수레(Cart) 손잡이! 최근 공공시설 위생상태를 점검했는데 ‘대형할인매장 수레 손잡이에서 세균이 가장 많이 나왔다’고 크게 보도된 뒤 ‘나노 무균 처리’라고 써놓기 시작한 것.

 화장품 코너에서는 여기도 나노, 저기도 나노! 색조화장품(파우더류), 주름방지크림, 자외선차단크림 등 거의 모든 종류에 ‘나노기술’ 표시가 있다. 실제로 태평양, 로레알, 에스티로더, 크리스찬디올, 샤넬 등 국내외 유명 화장품회사들이 나노기술을 이용한 제품들을 쏟아냈다. 인기상품인 은나노 세탁기 코너까지 찾아갈 필요도 없다. 주방용품, 청소용품, 자동차용품, 방향제, 비누, 치약 등에서 나노라는 글씨를 생각보다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주로 금·은을 비롯한 금속 나노입자들을 섞어놓은 제품이다.

  이 정도로 나노기술이 생활에 녹아든 상태라면 “나노시대가 왔다”고 얘기할 만하겠다. 그런데 대형할인매장 수레 손잡이가 ‘100% 무균 상태’라고 믿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사실 완벽한 무균상태는 아니다. ‘나노 무균 처리’라는 글씨에 노출돼 심리적 불안이 조금 줄어드는 효과는 있겠지만….

 대형할인매장 수레 손잡이의 무균 여부를 실증해보자고 달겨드는 것은 왠지 시간이 아까울 것 같다. 하지만 화장품은 피부에 직접 바르는 것이라 조금 다르다. 화장품 회사들은 100나노(10억분의 1)미터보다 작은 입자들이 피부에 잘 스며들어 각종 기능을 높여준다고 주장하지만, 나노입자가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자외선 차단용 화장품에 널리 쓰는 산화티타늄 입자가 사람 신경세포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것.

발전하는 과학기술에 괜스레 딴죽을 걸자는 뜻은 아니다. 다만, 조금 더 두드려봐 가며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