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디지털콘텐츠산업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이 한창이다.
더불어 IT의 발달과 네트워크, 기기, 서비스간 융합(Digital Convergence) 현상의 확산으로 디지털콘텐츠 산업 환경의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게임·음악·영화·방송·교육 등 기존 콘텐츠 산업이 IT와 결합하여 디지털콘텐츠 산업으로 태동되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도 디지털콘텐츠에 대한 부처간 영역 갈등으로 소중한 시간을 흘려 보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온·오프라인의 경계 구분이 의미 없어지고 미디어간 융합이 더욱 가속화되면서 디지털콘텐츠 분야에서 부처간 업무영역 중복 및 갈등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범 부처간 협의 및 협약을 통해 업무영역을 계속적으로 조정중이지만 새롭게 조정해야할 분야가 끊임없이 등장하는데다 부처 이기주의가 맞물려 문제해결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곳곳서 충돌=디지털콘텐츠 분야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부처는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다.
문화부와 정통부는 지난해부터 디지털콘텐츠 식별체계를 둘러싼 지리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국가단위 표준 식별체계를 UCI(Universal Content Identifier)로 단일화하자는 하자는 정통부와 UCI로의 ‘형식적 일원화’보다는 자체 식별체계인 COI(Content Object Identifier)의 독자성을 계속 유지해야한다는 문화부의 주장이 엇갈려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통부 산하기관인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하자 문화부와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업무 영역을 침해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문화부는 디지털콘텐츠를 콘텐츠의 한 영역으로, 정보통신부는 SW의 한 영역으로 보고 서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어 이러한 영역분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바람직한 모델도 등장=부처간 영역갈등속에서도 업무협력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 2004년 10월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는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콘텐츠 분야의 정책 협력을 약속한 바 있다.
그 첫 결실이 지난해 11월 개최된 국내 최초 국제 게임전시회인 ‘지스타’이다. 지스타는 두 부처의 협력 속에 성공적으로 치러져 세계 3대 게임쇼 로의 부상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해외진출의 경우 문화관광부 산하 한국게임산업개발원, 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산업자원부 산하 코트라 등이 공동으로 비즈니스 상담회를 개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동경게임쇼에서 이들 3개 기관이 공동개최한 비즈니스 상담회에서는 일본 게임업체 및 IT업체 바이어들이 높은 관심을 보여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두 부처와 청와대, 국무조정식이 주도해 범국가적인 콘텐츠 산업 육성 전략을 논의할 민관 콘텐츠 정책협의회를 정식 출범하는 등 협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영역 겹침은 불가피=산업의 특성상 디지털콘텐츠는 부처의 업무영역이 겹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디지털 콘텐츠는 유무선 방송통신망 및 정보 단말기를 풍부하게 채워준다. 또 차세대 이동통신, 차세대 PC, 텔레매틱스, DTV 등 타 성장동력 산업의 부가가치를 증대시킨다. 이처럼 다양한 콘텐츠 활용에 대한 수요는 IT인프라의 고도화를 촉진한다.
더구나 유비쿼터스적 디지털콘텐츠 수요증가는 업무영역의 중복을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시공의 제약에 관계없이 고성능의 다양한 디지털콘텐츠를 이용하고자하는 소비자의 욕구가 증가하고 있어 이를 위해서는 유비쿼터스형 IT인프라 조성이 함께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은 하돼 불필요한 업무 중복과 부처 이기주의는 피해야 할 적이다.
◇경쟁은 YES, 중복은 NO= 다른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부처 간의 갈등과 경쟁 양상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영역 구분이 확실하게 끝나고 각자 제 갈 길을 가는 부처는 경쟁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경쟁이 존재할 때 비교의 잣대가 있고, 적절한 경쟁의 규칙이 주어지면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정부 속에서도 작용하는 듯이 부처들의 개별 플레이에도 불구하고 국가 이익이 증진될 수도 있다.
특히 선도적인 IT인프라 구축을 기회로 범부처 차원의 핵심역량을 결집하고 서로 경쟁한다면 첨단 디지털콘텐츠의 글로벌 리더로 도약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부처별 경쟁에 의한 효율성 증대와 디지털콘텐츠 산업 발전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다.
그것은 각 부처들이 다양하고 과감한 정책 아이디어들을 발굴해 내고 이를 비교 검증하여 서로 경쟁적으로 모방하고 채택하는 게임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콘텐츠정책 뒷받침할 민관 확대 콘텐츠정책협의회
“부처 이해관계를 떠나 국익을 위한 콘텐츠 정책 수립에 일조하겠다”
지난 10일 출범한 민관 확대 콘텐츠 정책협의회가 콘텐츠 업계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정책협의회는 앞으로 부처간 콘텐츠 정책을 조율하고 범국가적인 콘텐츠 산업 육성 전략을 논의하게될 민관 공동기구이다.
그동안 각 부처들이 각개전투로 정책을 집행, 업무 중복 및 갈등을 빚어왔던 점을 감안해 볼때 이러한 민관합동모임은 의미가 크다.
정책협의회는 청와대가 콘텐츠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를 1년여간 운영하면서 도출한 ‘IT와 문화의 융합을 통한 콘텐츠의 경쟁력 강화 방안’의 세부 실천 전략을 논의하게 된다.
특히 부처 간 중복투자 문제를 방지하고 범국가적인 콘텐츠 산업 지원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로 민간인을 위원장으로 하고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 등 유관부처를 모두 참여시켰다.
정책협의회에는 콘텐츠 분야 전문가로서 양 부처 정책평가 과정에 깊이 관여해온 단국대 유해영 교수를 비롯해 산업연구원, 삼성경제연구소 등 민간 전문가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등 산하기관 전문가 12명이 참여했다.
무엇보다 청와대와 국무조정실이 함께 참여해 ‘세계 5대 콘텐츠 강국’ 진입이라는 비전 달성을 위해 국가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 관심을 모으고 있다.
태스크포스가 청와대에 제안한 콘텐츠 산업 발전 방안은 세계적 수준의 우리 IT인프라와 서비스를 토대로 문화적 우수성을 담은 콘텐츠를 발전시킴으로써 국내 콘텐츠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IT와 문화의 융합을 통한 세계 5대 콘텐츠 강국 건설’을 비전으로 △기술개발 여건 강화 △기술이전 활성화 △기술인력 육성 강화 △콘텐츠 활성화 지원체제 강화 △부처 간 정책공조 활성화의 5대 주요 추진과제를 제시했다.
콘텐츠정책협의회 구성과 함께 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한 공동 협력의 장은 마련됐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이해 당사자들의 실행 의지다.
이를 위해 각 부처가 각자 손익계산서를 앞세우기 보다는 전체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한 방향으로 생각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해영 민관확대콘텐츠정책협의회장은 “부처 간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 차원의 손익을 따지면서 연구개발 역량을 한곳에 집중해야 한다”며 “그래야 콘텐츠 산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참여정부의 야심찬 계획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