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4∼5세대 라인에서 주력으로 하는 모니터와 노트북 시장은 가격이 상승해도 수요가 빠르게 줄지 않는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반면 6세대 · 7세대 · 8세대 라인의 주력 타깃인 TV 시장은 이전 시장과는 판이한 특성을 드러내고 있다. 모니터와 노트북은 기업간 (B2B) 거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반면 TV는 90% 이상이 소비자(B2C) 거래라는 점이다.
즉 TV는 가격이 오르면 곧바로 수요가 축소되는 양상을 드러낸다. 반면 공급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가격을 쉽게 올릴 수 없어 선투자를 함으로써 감수한 위험에 대한 보상이 그만큼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이처럼 LCD 주력 품목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지 않는 TV로 넘어가면서 가격 탄력성이 떨어지고 그 결과 선제 투자 효율성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의 선투자를 통한 선점과 후발업체와의 원가 격차를 통한 따돌리기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
대만 AU옵트로닉스(AUO)와 치메이옵토일렉트로닉스(CMO)는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보다 항상 한 발 늦게 투자한다. AUO와 CMO는 발생가능한 출혈을 최소화, 작지만 안정적인 이익을 추구한다. 하지만 과거 반도체에서 보듯 시장을 주도하지 못하는 2등 전략은 하이리스크·하이리턴 성격의 초기 시장 선점이라는 과실을 포기해야 할 뿐 아니라, 영원히 1등을 따라잡을 수 없다. 따라서 빠르게 열리고 있는 대형 패널시장은 대한민국LCD의 몫이 될 것이 분명하다.
방법은 조금 다르지만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는 여전히 시장 리딩업체를 유지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일본 소니와의 8세대 공동 투자를 공식 발표했다. 세계 1위인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은 LCD 산업의 위기론을 일축하는 효과를 톡톡히 해 내고 있다. LG필립스LCD는 다목적 5.5세대 투자를 공식화했고, 삼성전자에 비해 8세대 투자는 다소 늦어질 전망이지만 공격적 행보는 여전하다.
삼성전자는 8세대 투자를 통해 50인치 이상 대형 LCD 미래 시장 선점을, LG필립스LCD는 5.5 세대 투자를 통해 수익성 높은 분야를 집중 공략해 실속을 함께 가져가겠다는 의도다.
이영득 LG필립스LCD 전략담당 상무는 “5.5세대 투자는 가장 매력적인 투자”라면서 “당장 8세대 투자를 실시하지 않더라도 5.5세대 투자를 통해 시장의 리딩 포지션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높은 매출을 기록하면서도 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건 막대한 투자에 따른 감가상각이 포함된 때문이다. 즉 1위 전략을 유지하기 위한 ‘보험료’인 셈이다. LCD의 새로운 수요처인 TV 시장은 월드컵을 계기로 화면이 커지고 수량도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하반기와 내년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이 시장은 한국 LCD업계가 다시 한 번 도약하는 발판이 될 전망이다.
김원배기자@전자신문, adolf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