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니스의 패러다임 혁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난 5년간 e비즈니스를 통해 기업의 외적인 변화와 프로세스 개선을 이뤄냈다면 앞으로는 생산성 향상에 직접 연관되는 보다 고도화된 접목이 필요합니다.”
지난달 21일 취임해 업무 한달째를 맞고 있는 한영수 전자거래진흥원장(56)은 “디지털 분야는 너무 어렵다”며 운을 떼지만 이미 e비즈니스의 많은 것을 파악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산자부 행시 10회 출신인 한 원장은 통상, 자원 분야는 두루 섭렵했지만 IT관련 기관의 수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 그런데도 e비즈니스 방향성이나 진흥원의 역할에 대해 논하는 통찰력이 예사롭지 않아 저런게 관록이구나 싶다.
“e비즈니스가 어느 특정 분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산업, 업무, 기술, 표준, 시장, 법·제도 등 모든 영역을 포괄하고 있고 각 영역의 변화를 추동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분야입니다. 진흥원의 정책 발굴 및 어젠다 제시 역량이 비약적으로 높아지지 않으면 e비즈 문제의식을 제대로 담을 수 없겠죠. 진흥원은 지금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해야하고 또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원장은 최근 산자부의 전자상거래과가 디지털전략팀으로 바뀌는 등 e비즈에 대한 정책 변화의 요구들이 높아지고 있다며 진흥원도 이를 뒷받침하는 콘텐츠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진흥원은 최근 9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비전과 발전전략 수립에 나섰다.
특히 그 동안 정부 정책과제를 통해 유지해온 조직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자체 수익사업을 발굴하고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자 위주 사업구조로 전환하는 등의 다양한 변화를 시도할 방침이다. “직원들이 순수한 열정을 갖고 있고 업무 평가 등 전반적인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서 진흥원에 대한 첫 느낌이 매우 신선했다”는 한 원장은 “그러나 다소 매너리즘에 빠지고 정체돼 있다는 느낌도 있어 활기차고 역동적인 조직문화를 심는 것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내렸다.
한 원장은 최근 집정리를 하면서 그 동안 모아온 레코드(LP)판을 다 버렸다. 대신 홈시어터를 들여놓고 DVD타이틀을 구비했다. 별 것 아닌듯 보이지만 평생 아날로그로 살아온 한 원장으로서는 디지털에 첫발을 내딛는 의미심장한 결정이었다.
‘컴맹’ 한 원장이 ‘e비즈 전도사’로 탈바꿈하는 날도 그리 멀지는 않아 보인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