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웹보드 게임에 대한 사행성 기준 강화를 놓고 게임업계가 심각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선 온라인· 아케이드게임업계 양측이 뜻을 합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하지만 입장이 서로 다른 양측이 ‘대의를 위한 타협’에 나서기 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갈등이 빚어진 것은 정부가 아케이드게임업계를 겨냥한 강도 높은 규제의 칼을 대고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케이드게임업계는 온라인을 통해서 이뤄지는 사행성PC방 문제가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아케이드쪽에만 강력한 규제의 칼을 가하고 있다며 불만을 품어왔다.
이에대해 온라인게임업계는 아케이드게임 업계가 일부 불법PC방에 국한된 문제를 온라인게임 업계 전체의 것인양 확대시키려 한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측이 게임업계 전체의 발전을 위해 한발씩 물러나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양측의 관계가 악화된 상태에서 문제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서는 관계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측이 대화에 나서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먼저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데 양측은 지금까지 한번도 뜻을 모아 현안을 해결해 본 경험이 없다. 양측이 전혀 다른 산업메커니즘으로 움직여 온 탓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양측을 대표하는 기관에서 현안해결을 위한 회의를 주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처음부터 뜻을 모으기 힘들다 해도 여러번 만나다 보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윈윈정책’이 나올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문화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와 국회 등에서 제기되는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업계의 입장에서 산업발전을 위한 정책대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과 아케이드게임업계의 의견을 적절히 받아들여 어느 한쪽에 치우지지 않는 법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업계에선 이러한 노력이 이뤄질 경우 게임업계가 하나로 뭉쳐질 뿐만 아니라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함께 온라인게임 업계의 자정 노력도 절실히 필요하다. 지금까지 온라인게임업계가 웹보드 게임과 관련해 여러가지 자정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웹보드 게임의 사행성 논란이 커지고 있는 만큼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새롭게 출범할 게임등급위원회의 경우 업계 자율적 기능이 첨가돼 사행성 부분에서도 업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게임산업협회도 이 점에 대해서는 수긍하고 있다. 현재 온라인 웹보드 게임의 환금성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협회 최승훈 정책실장은 “온라인 웹보드 게임에 대한 사행성 기준 강화 논란은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아케이드 게임업계나 시민단체에서 이 문제를 들고 나온 이유는 업계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고 보는 불신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록 양측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만 대화를 통해 원만한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측이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 접근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측은 온라인게임 업계를 대변하는 게임산업협회와 언제든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게임산업협회도 충분히 아케이드 게임업계와 게임산업 전반에 대한 문제에 대해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 3대 게임 강국 실현을 위해서는 양측이 협력해야 하고 그같은 점을 잘이해하고 있는 문화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번 기회를 계기로 하나되는 게임업계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문화부가 법제처에 제출한 사행성 게임 기준안은 크게 아케이드와 온라인에 적용된다. 정부는 게임의 사행성에 대해서는 철퇴를 가할 것이라는 강력한 방침을 세우고 있어 앞으로 아케이드와 온라인의 사행성에 대해서는 강도높은 규제가 뒤따를 전망이다.
아케이드 업계의 사행성은 스크린 경마가 등장하면서 영상물등급위원회를 통해 지속적인 규제가 있었다. 그러나 여러 폐해가 발생하면서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대두, 이번 게임등급위원회 사행성 기준이 강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번 게임등위 아케이드 사행성 기준안을 보면 ▲1회 게임시간(배팅, 홀드 등 이용자에 의해 진행되는 시간은 제외됨)이 4초 미만인 게임물이거나 1회 게임의 경품한도액이 2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 시간당 총 투입금액이 4만5000원을 초과하는 게임물 ▲ 1인이 1게임기당 1시간 경품한도액이 10만원을 초과하는 게임물 ▲사용자의 게임이용행위 없이 자동으로 게임이 진행되는 경우 ▲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연결된 게임기간의 게임의 결과에 따라 상호손익(경품 등 재산상 이익)이 직거래되는 내용이 포함된 경우 등이다.
온라인 웹보드 게임도 이번 게임등위(안)대로라면 사행성 기준이 강화된 측면이 있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안)이 발표됐을 당시 게임의 결과가 현금으로 보상되는 경우로만 규정돼 있었지만 게임등위 기준안에서는 카지노류의 게임에 한해 ▲게임의 결과가 현금 또는 현금에 준하는 경제적 재화로 보상되는 경우 ▲게임에 필요한 가상의 머니를 현금 또는 현금에 준하는 경제적 재화로 직접 구입할 수 있는 경우 ▲게임에 필요한 가상의 머니가 이용자 간에 자유롭게 교환되도록 하여 사행행위를 조장할 우려가 큰 경우 ▲게임 승패의 결과로 현금 또는 다른 물품을 제공받거나 취득할 수 있는 경우 ▲게임 승패의 결과로 얻은 점수 또는 게임머니를 직간접 유통경로를 통해 유무형의 보상을 제공하는 경우 ▲지나친 사행성을 유발하는 카지노류 게임(슬롯, 파친코, 룰렛, 블랙잭 등)을 다자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 등이다.
<안희찬기자 diony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