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黨政, 사행성게임 대책 초강수 논란

정부가 ‘사행성 게임’을 뿌리 뽑기 위해 초강수로 일관하고 있다. 불법 사행성 게임장이나 도박PC방을 신고하는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일명 ‘겜파라치’ 제도를 도입키로 하는가 하면, PC방에 대한 전면 등록제를 다시 도입키로 결정했다. 우여곡절끝에 도입한 지정 상품권 제도마저 폐지하는 문제를 심도깊게 검토했을 정도. 검·경에다 국세청까지 조합한 특별팀을 운영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쯤되면 그야말로 사행성 게임과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다.

여기에 여당까지 합세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지난 12일밤 늦게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정책조정회의에서 여당은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가 마련한 사행성 게임 대책이 다소 미흡하다며 보다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따라 정부와 여당은 조만간 고위당정정책조정회의를 다시 열어 불법사행성 게임장의 폐해를 근절하기 위한 근본 대책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의 이같은 강경 일변도의 정책은 비단 아케이드게임산업계는 물론 게임산업 전체를 위축시키는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마치 ‘빈대 한마리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사행성 게임 문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인 것만은 분명하다”면서 “그렇다고해도 차세대 성장 동력인 게임산업 전체에 적지않은 파장을 일으킬만한 정책을 입안하는 일이라면 보다 신중함과 균형감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정부와 여당은 사행성 게임의 폐해가 사회의 암적 존재라는 인식하에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따라서 사행성 게임을 뿌리뽑기 위해서라면 사행성 게임과의 전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근본 대책 마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최근 독버섯처럼 확산되고 있는 성인게임장과 도박PC방이 대다수 국민들의 일할 의욕을 꺾고 사회의 건강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이 정부 내에서 팽배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사행성 게임 근절을 위해 선택한 특단의 조치중 주목받는 것이 PC방 등록제다. 자유업종 체제 아래서는 불법 사행성 영업을 단속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가령 불법 사행행위를 하다 적발되도 ‘바지’ 사장만 바꿔 재개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게 현실이다. 그러나, 만약 등록제를 재도입한다면, 이를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와함께 사행성 불법 게임장의 근절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처방전 마련을 위해 문화부, 법무부 등 관계기관 합동 TFT를 구성, 경품용 상품권 제도 보완, 사행성 게임장 허가제 전환, 사행성 게임 판단 기준 강화, 부당 이득 탈세 환수, 사행성 PC방 전용선 차단, 사행성 게임장 신고 포상금제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 아예 이번 기회에 불법 사행성 게임의 존립 기반을 와해시킨다는 전략이다.당정이 합심해서 불법 사행성 게임에 대한 ‘선전포고’를 하고 나섬에 따라 게임업계 일각에선 ‘과잉 반응’이란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불법 영업중인 성인 게임장과 도박PC방인데 마치 아케이드산업과 PC방 전체의 문제인 것처럼 불똥이 확산되고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다.

온라인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PC방 등록제의 경우 4000여개로 추산되는 도박PC방을 단속한다는 명분에 밀려 2만여 일반 PC방의 존립 기반을 흔들릴 것”이라며 “PC방이 게임산업의 핵심 인프라라는 점이 도외시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당정은 물론 시민단체들까지 나서 사행성 게임을 ‘공공의 적’으로 간주, 강경 일변도의 정책을 쏟아내면서 게임산업에 대한 전체 이미지가 더욱 추락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불법 사행성 게임도 게임의 일종이며, 게임은 결국 ‘백해무익’한 것으로 와전될 수 있다는 얘기. 불법 사행성 게임을 ‘게임물’의 범주에서 제외시켜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불법 성인 게임장과 도박 PC방에서 사용되는 게임물은 ‘우연’에 의해 결과가 결정되는 것으로 개인 기술과 컨트롤에 의해 결과가 좌우되는 일반 게임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면서 “가령 이들 성인게임을 ‘성인 오락’으로 이를 사용하는 업소를 ‘성인 오락실’로 변경하는 등 일반 게임과 분명한 경계선을 그을 수 있는 묘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정부와 여당의 극단적인 사행성 게임 근절 대책에 대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지만, 현재로선 국민정서와 사회 분위기 등을 종합할 때 ‘찬성론’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문제는 보다 강력한 규제 대책과 함께 광의의 아케이드게임 산업의 건전한 진흥에 대한 정책도 동시에 입안돼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봐도 아케이드 게임이 게임산업은 물론 산업 전체에 미치는 파급력이 결코 만만치않기 때문이다. 특히 소득이 증가하고 5일제 근무가 정착되면서 레저인구가 급증, 아케이드 게임을 기본으로한 복합 게임테마파크가 새로운 유망 업종으로 부상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일부 불법 성인게임장과 도박PC방을 뿌리뽑는 일은 절대로 소홀이해선 안되는 일이지만, 그럴수록 관련 산업 진흥에 대한 육성책도 만드는 균형감이 필요하다”면서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사용하는 지혜가 아쉽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