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가 대략 3년 정도 되죠. 그럼 앞으로 3년간은 아무런 고민없이 월급이 보장되는 겁니다. 이렇게 좋은 자리를 놓치면 안되죠.”
한 개발자의 충격적인 말이다. 자신의 회사에서 새롭게 온라인게임을 개발하게 됐는데, 그 팀으로 가기 위해 애를 썼고 결국 발령이 났다는 것이다. 큰 규모의 프로젝트인데다 자신의 이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에게서 꿈과 희망이라는 단어보다는 ‘안정’ ‘연봉’ ‘자리’가 훨씬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게임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 인력이 개발자라는 점을 부인하긴 힘들다.
게임회사는 오로지 게임으로 먹고 산다. 작품만 하나 잘 만들면 모든걸 보상받는다. 다른 산업과 달리 오로지 개발자의 머리와 손 끝에 사활이 걸려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연령을 불문하고 능력만 있으면 융슝한 대우를 받는다. 파격적인 연봉이나 승진이 가능하다. 귀하신 몸이다 보니 경쟁 개발사로 옮기는 일도 쉽고 실제 다반사로 이직한다.
타업종에선 이직이 잦은 사원을 곱게 보지 않는다. 그런데 게임업계에선 그들을 서로 데려가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더욱 놀라운 일은 개발자를 영입하지 못하면 외주라는 형식으로라도 일을 맡긴다는 사실이다. 많은 개발자들이 야근과 밤샘을 하며 타 회사의 프로젝트에 아르바이트 형태로 도와주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하나의 프로젝트에 심혈을 기울여도 부족할 판국에 양다리, 세다리를 걸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개발이라는 본업보다 윗선에 줄을 대고 정치적인 데에만 신경쓰는 개발자, 장기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해 몇 년 동안 편안히 지내려는 개발자,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몸값 올리는데 열중하는 개발자,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과대 포장해 큰 소리만 치는 개발자 등등. 이해하기 힘든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일부 개발자들의 사례지만 프로 정신의 결여가 점차 확산되고 있어 걱정스럽다.
일부 개발자들의 사례지만 프로 정신의 결여가 점차 확산되고 있어 걱정스럽다. 앞서 말했듯이 개발자는 게임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다. 그런 인력들이 치고 올라가고 있는 경쟁국의 움직임에는 아랑곳 하지않고 정신을 딴 곳에 놓고 있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그들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신 밖에 없다. 게임 개발이라는 특성상 다른 사람들은 모니터를 직접 봐도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자성하는 길 밖에는 도리가 없다. 왜 게임 개발이라는 어렵고 힘든 고난의 길을 걷기 시작했는지 한번 돌이켜 보길 간절히 바란다. 더 늦어져 후회하기 전에 말이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