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장비 교체설이 돌았던 신한은행의 비즈니스프로세스재설계(BPR) 프로젝트가 결국 한국EMC의 장비로 교체돼 진행된다. 금융권 BPR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에서 핵심장비가 개발과정에서 교체되는 보기 드문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이번 사례는 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전자문서보관소 사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발생했다는 점에서 향후 농협 등 금융권 BPR와 전자문서보관소 시장에 미칠 여파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한은행 BPR=일반적으로 은행의 BPR는 영업점에서 처리되는 여신·수신·외환·연체 관리 등의 업무에 문서 관리·이미징 솔루션과 스토리지 장비를 적용, 후선업무집중센터로 일원화해 영업점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우리·외환·부산·대구·기업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이 최근 시스템을 구축, 가동중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9월 LG CNS를 IT서비스(SI) 주사업자로 삼은 데 이어 올해 초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즈를 스토리지 공급업체로 선정, 내년 상반기 개통을 목표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왜 교체했나=당초 효성인포메이션이 공급하기로 한 제품은 HDS코리아의 하이엔드급 스토리지 HDS 9500eDL에 웜(WORM) 솔루션(히타치데이터리텐션)을 탑재한 제품. 하지만 프로젝트가 시작된 뒤 신한은행과 효성 사이에 제품 기능을 두고 이견이 발생하면서 최근 몇달 새 장비 교체 검토설이 흘러 나왔다.
향후 전자문서보관소 사업까지 고려할 때 이미지에 대한 웜 기능의 안정성 문제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 측은 HDS코리아가 조만간 출시할 신제품 ‘H-CAP’을 내세워 사이트 사수에 나섰지만 적용 사례(레퍼런스) 부족이라는 신제품의 한계 등으로 신한은행을 설득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센테라’ 모델을 내세워 관련 시장 주도권 장악에 나선 한국EMC의 역공에 밀려 결국 스토리지 전면 교체라는 상황까지 빚게 됐다.
◇저가 공급 논란=하지만 신한은행은 당초 예정대로 효성인포메이션과도 장비 도입 계약을 유지하기로 했다. 결국 표면상으로는 효성인포메이션과 한국EMC의 장비를 모두 구매하는 대신 실제 프로젝트에는 EMC 장비를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신한은행의 결정에 효성인포메이션 측은 매우 당혹스러운 반응이다.
효성 측은 “한국EMC가 신한은행과 계약에서 무상 또는 초저가 공급까지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은 결국 시장 질서를 흐리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EMC 측은 “계약상 운용의 묘를 발휘할 수는 있지만 무상 공급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전망=신한은행 BPR의 스토리지 공급권은 향후 스토리지 시장의 전략 타깃인 금융권 BPR는 물론이고 산업자원부가 추진중인 전자문서보관소 사업을 두고 벌어진 시장 선점 경쟁의 핵심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한은행의 BPR 공급권을 따낼 경우 이는 곧 향후 대규모 수요가 예상되는 전자문서보관소 사업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하반기에 농협이 삼성SDS와 추진할 BPR 프로젝트도 4분기께 스토리지 선정을 앞두고 있어 이번 사태 이후 효성의 대응과 농협의 반응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정환·류현정기자@전자신문, victolee·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