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유전자 검사 전문업체 관계자가 40대 직장인 한걱정(가명) 씨에게 “앞으로 간암이 발생할 확률이 90%”라고 말한다. 한 씨가 이 말을 듣고난 뒤 병원으로 달려갈 확률은 거의 100%!
‘암을 조기 진단하는 가장 유력한 방법’이라는 수식어를 내세운 ‘유전자 검사’가 유행이다. 유전자 검사는 ‘친자(親子) 감별’로 사람들 호기심을 자극하더니 ‘암 조기 진단’, ‘성인병 예방’ 등으로 과감하게(?) 영역을 넓히는 추세다.
요즈음 유행하는 유전자 검사는 대부분 ‘디옥시리보핵산(DNA) 칩’을 이용한다. DNA칩은 나노기술을 주춧돌로 삼아 분자생물공학·미세기계기술·전자공학 등을 융합한 것. 유전 정보가 담긴 DNA를 전기·화학적 기법을 이용해 유리판 위(칩)에 붙인 뒤 형광(빛)·화학분석을 통해 질병 징후를 찾아내는 게 목표다. 그 밑바탕에는 2003년 4월 발표된 인간 유전체 지도(염기배열 30억개, 기능유전자 4만여개)가 있다. 얼마(해독룔 98%)간 비교할 수 있는 기준(유전체 지도)이 생겼으니, 이에 어긋난 것들을 추슬러 질병 징후들을 확률로 정리해보자는 것.
예를 들면, 한국원자력의학원 이기호 박사는 기존에 발굴·공개된 한국인 유전자 1만4000여종 중에서 간암 관련 지표유전자 1165개(핵심지표유전자 253개) 뽑아 DNA칩으로 만들었다. 이를 토대로 한국인에 특성화한 간암 징후 예측체계를 만들 계획이다.
하지만, 주목할 단어가 있다. 바로 ‘앞으로 발생할 확률’이다. 그럴 수 있다는 거지, 결코 그렇다는 게 아니다. 또 인간 유전체 지도가 나왔다고는 하지만 그 기능을 ‘추측’하는데 불과하다. 그나마 전체의 4분의 1 정도(4만여개)이고, 옛부터 잘 알려진 유전자들과 염기배열이 비슷해 기능도 비슷할 것으로 여길 뿐이다. 몰라도 너무 모를 유전자 세상을 ‘마치 다 아는 양’ 200만∼500만원에 판매(예측진단)하는 사례가 많아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