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네트워크 시대의 가정 내 IT인프라 선점을 위한 소리 없는 경쟁이 통신과 방송 영역을 넘어 본격화되고 있다.
경쟁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그동안 케이블TV사업자(SO·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점유해 오다시피한 공청망 안테나 확보 전이다. 최근 지상파방송사는 물론이고 KT와 하나로텔레콤 등 통신사도 안테나 사용 권한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 뛰어들 형국이다. 여기에 초고속인터넷 시장을 놓고 벌이는 통신사와 SO 간 치열한 고객 확보전도 이미 미래의 댁내 거점인 액세스 포인트(AP) 확보 차원에서 접근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왜 댁내 IT 인프라인가=전문가들은 통신과 방송을 초월한 댁내 IT 인프라 확보경쟁을 ‘미래 홈네트워크 시대에 대비한 전략적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홈네트워크 시대에는 컴퓨터는 물론이고 냉장고와 TV 등 가정에서 사용하는 일상적인 정보기기에 IP주소가 할당돼 기기 간, 혹은 기기와 사람 간 정보를 주고받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기를 제어하거나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최소한의 교신이 필요한데 이는 결국 가정 내 기지국 역할을 할 AP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가정내 AP로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용으로 설치된 모뎀을 비롯해 케이블TV·위성방송·IP TV용 셋톱박스가 대표적이다. 최근 와이파이 기반의 가정용 무선 인터넷서비스 ‘네스팟’을 출시한 KT 측은 “무선 AP야말로 미래의 가정용 기지국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게이트웨이”라고 설명했다. KT가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민로봇 사업만 해도 로봇 제어와 양방향 정보제공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지국이 바로 초고속인터넷용 모뎀일 가능성이 크다. KT뿐 아니라 무선 AP를 앞세워 ‘1가구 복수 가입자’ 서비스에 나선 하나로텔레콤 역시 KT의 이 같은 관점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공청 안테나 역할, 디지털 방송 앞두고 부각=지난 5월 본격화된 공청망 안테나에 대한 때 늦은 경쟁심리 역시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공청망 안테나는 지상파든 케이블TV든 디지털 방송 전환에 맞춰 그 중요성이나 역할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통신 분야가 전화선 기반의 모뎀으로 일찌감치 가정 내 미래 AP 역할을 준비해온 반면에 아날로그 중심의 방송분야에서는 안테나 역할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가려 있었다. 이 과정에서 안테나는 난시청 해소 목적으로 시작된 중계유선방송이나 SO의 차지가 됐다.
가정으로 전파가 들어가는 통로인 공청망 안테나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은 정부 차원에서 디지털 방송 전환을 서두르면서다. IPTV 서비스를 앞두고 KT와 하나로텔레콤이 SO가 점유한 공청망 안테나 사용에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 것은 그래서 더욱 시사적이다.
◇싸움은 이제 시작=가정 내 게이트웨이 역할은 통신과 방송 영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가정마다 들어가 있는 전력선 역시 충분히 변신이 예상되는 분야다. 이렇게 되면 통신과 방송은 물론이고 전력 부문까지 각 진영의 가정 내 IT인프라 잡기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한 쪽에서는 홈 네트워크에 대비한 표준은 결국 기존 모뎀은 물론이고 디지털 지상파방송 및 멀티모드서비스(MMS)·디지털 케이블TV·위성방송·IPTV 등을 위한 기본 장치인 셋톱박스 표준화 문제로 귀결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