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악의 시기를 견뎌낸 국내 반도체장비업체들이 회복기에 들어선 상반기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를 제 2 도약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특히 반도체장비업계는 지난 수년간의 불황 극복을 위해 해외기업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해 온 터라, 과거와 달리 국내 중심이 아니라 국내외 모두에서 수주가 이어지면서 어느 때 보다 넓은 수요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세계 반도체장비시장 호전=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자료에 따르면 6월 북미지역 반도체장비업계의 수주-출하비율(BB율)이 1.14를 기록하면서 5개월 연속 기준점인 ‘1’을 웃돌았다. BB율은 수주액을 출하액으로 나눈 수치로, ‘1’을 넘으면 시장이 계속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반도체시장의 선행지표인 장비 BB율과 함께, 각종 D램 관련보고서들의 긍정적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오랜 불황으로 2002년부터 LCD장비에 주력했던 반도체·디스플레이용 장비를 모두 취급하는 업체들도 반도체에 승부수를 던지면서, 반도체의 매출 비중이 LCD에 비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국내 장비업계 세계 반도체경기 회복 체감=국내 반도체장비업계는 최근 일련의 반도체 시장 관련 보고서의 긍정적 수치를, 실제 자사 매출에서 피부로 느끼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주력 제품인 LCD 공정용 플라즈마 화학기상증착장치(PE CVD)를 제치고 올해는 반도체 공정용 원자층 증착장치(ALD)와 공간분할 화화기상증착장치(SD CVD) 수주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 때문에 매출 비중도 2분기의 경우, LCD매출이 줄지 않으면서도 순수 반도체장비 매출 증가로 반도체 비중이 63%에 육박했다. 세메스도 한 달에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전례없는 성과를 보이며 반도체 매출을 늘려 가고 있다. 파이컴은 지난해 말 기준 37%대였던 반도체 관련 매출이 올해는 56%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테크윙은 올해 매출을 지난해 340억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난 800억원으로 책정했다.
◇불황기 수요처 다변화가 주효=국내 반도체장비업계가 올해를 제 2도약의 원년으로 자신있게 선언할 수 있는 배경은 과거 국내매출에만 의존하던 구조에서 탈피해, 불황기 사활을 걸고 글로벌 수요처 발굴에 주력한 것이 원동력이 되고 있다. 박경수 피에스케이사장은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대외변수나 경기에 민감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는 물론 대만 싱가포르 중국 등이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있어 올해 최고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업계 한 CEO는 “수요처와의 계약상 납품업체와의 계약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있지만 상당수 국내 장비업체들이 해외 반도체업체들과 대규모 수주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국내 반도체장비업계가 아직은 국내 수주에 전념할 수 밖에 없지만 그 의존도가 크게 줄어들고 있어 향후 사업전망이 매우 밝다”고 강조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