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나 연구기관 소속 국방 소프트웨어(SW) 기술지원센터는 우리 군이 디지털 강군으로 가는 데 있어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한다.
특히 첨단 무기체계에서 내장형 SW를 포함한 국방 SW 비중이 급증한 가운데 전장 및 자원관리 정보화 체계를 정보기술(IT) 흐름에 발맞춰 개발, 미래네트워크전쟁(NCW)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우리 군이 현실적으로 SW 분야 연구 및 개발 관련 고급인력을 자체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민간분야보다 어려운 여건에 놓여 있는 데다 빠르게 변화하는 SW 기술을 효과적으로 국방분야에 접목하는 정보화 전문가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민간 R&D 지원 센터는 핵심 전력=NCW 상황에선 적보다 신속·정확한 정보 우위력이 화력·기동력보다 중요하다. 정보 우위를 바탕으로 적보다 먼저 결심하고 먼저 타격,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보·지식중심의 기술집약형 군 핵심은 바로 국방 SW다. 전장정보감시정찰체계, 지휘통제체계, 장거리 정밀 타격무기 등 전장 관리 및 무기체계에서 국방 SW 성능과 품질이 적의 전쟁의지를 조기에 제압할 수 있다.
이처럼 국방 SW의 중요성을 인식한 미국 국방부는 1984년 국방분야 SW 기술력 향상을 위해 카네기멜론 대학에 소프트웨어공학연구소(SEI)를 설립·운영하는 등 민간이 주도한 국방 SW R&D 분야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민간 SW 지원센터를 통해 우수한 SW 기술을 적기에 도입, 첨단 정보화 군 실현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 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계획청(DARPA)은 대학의 국방 프로젝트에 아낌없는 지원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방 SW 분야의 기술이 민간 SW 분야 기술을 리드, 국가 전반의 SW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국방분야 SW 인력을 양성해 인력 풀의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카네기멜론대 SEI 윌리엄 셰릴 교수는 “미 정부는 대학이 군 소요를 정확히 이해한 후 SW 기술을 개발할 때까지 지원하는 중장기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며 “심지어 30년된 국방 프로젝트도 있어 대학이 안정적으로 SW개발에 전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열악한 민간 R&D 지원 기반=우리 군은 취약한 민간 SW 지원 기반을 갖고 있다. 근본 배경에는 국방 정책 담당자들이 SW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국가 R&D 사업에서 국방 예산 비중이 작기 때문이다. 올해 국방 R&D 예산은 약 9208억원으로 국가 R&D 예산의 10.3%를 차지한다. 특히 국방 R&D 예산 80% 이상이 특정 연구소에 편중돼 있고 주로 하드웨어 개발에만 초점을 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상당수 대학들은 국방 SW R&D 분야에 무관심하다. 일례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위탁 연구비 중 국방부 위탁 연구비는 전체 4%(약 40억)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 유수 이공계 대학은 연구비의 50% 이상을 국방부에서 지원받고 있다.
또한 국방부 민간 R&D 지원 조직인 특화연구센터 수는 현재 7개로 타 부처에 비해 적다. 정통부는 ITRC 46개, 과기부는 ERC/SRC 48개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국방부는 지난 4월 KAIST에 국방SW설계특화연구센터를 설립했다. 국방부가 특화연구센터를 운영한 지 10년 만에 SW 전담 센터를 만든 것이다.
이와 관련 KAIST 김진형 교수는 “대학에 대한 국방 R&D 지원이 태부족이다 보니 국방 SW 연구를 자원하는 연구인력이 적다. 특히 우수 인력들이 SW 등 국방 R&D 분야를 기피, 전문 인력 양성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따라서 민간 분야에서 국방 SW R&D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선 대학 우수인력을 국방 연구과제에 적극 참여시키는 방안의 모색이 필요하다. 서강대 박수용 교수는 “현재 대학 내 국방 연구과제 수행이 미미한 탓에 국방 SW 분야 전문가가 부족, 군의 기대 수요에 못 미치고 있다”며 “국방 SW R&D를 활성화, 그 결과를 민간산업에 이전하고 민간 SW 기술을 국방 분야에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수민기자@전자신문, smahn@
◆공동 기고-우리 군에 필요한 4가지 민간 SW 지원 센터
: 김화수 아주대 교수· 박수용 서강대 교수
미 국방부는 국방 분야 소프트웨어(SW) 기술력 향상을 위해 카네기멜론 대학 내에 SW공학연구소(SEI)를 지난 84년 설립해 △SW 아키텍처 기술 △생산 라인 기반 재사용 기술 △프로세스 모델 분야 등에 대한 연구와 기술 보급에 주력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도 국방 SW 분야에서 민간 연구소를 통한 기술 경쟁력 향상에 집중해야 한다. 국방 SW 개발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핵심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 지원하는 민간 SW기술 지원 센터의 지정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요구공학 및 아키텍처 기술 분야다. 미 스탠디시그룹(Standish group) 통계에 따르면 SW 프로젝트 실패 원인 중 약 40% 정도가 초기 단계에서 요구사항과 아키텍처 정의의 불명확성에서 기인한다. 국방정보체계 개발 중 시스템에 대한 잦은 요구사항 변경은 원래의 목표 시스템 구현을 어렵게 한다. 이를 위해 민간 요구공학 및 아키텍처 기술지원센터가 필요하다.
둘째, SW 재사용 기술 분야다. 미 SEI 통계에 따르면 레이시온(Raytheon), 휴스(Hughes) 등 기업은 SW 재사용 기술을 적용해 30∼50%의 품질 향상과 4∼15배의 투자대비효과(ROI)를 달성했다. 그러나 현재 국방정보체계는 유사 정보체계의 중복적 기능이 각각 구현되고 있지만 SW 재사용이 체계적으로 수행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기술의 개발, 보급과 적용을 지원할 민간 SW 재사용 기술지원센터가 필요하다.
섯째, 내장형 무기체계 SW 기술 분야다. 무기 체계에서 SW 비중은 30∼80%를 차지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내장형 무기체계 SW 개발 방법과 개발 환경, 지원 프로세스, 인프라 구조 등은 저비용 고효율 SW 개발에 매우 핵심적인 사항이다. 따라서 내장형 무기체계 SW 기술지원센터를 설립, 무기체계 내장형 기반 SW·개발 방법론·시뮬레이션 기술 등 민간 분야 기술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끝으로 SW 유지보수 기술 분야다. 정통부 ‘SW사업대가기준’에 의하면 SW 유지보수 비용은 매년 총 SW개발비용의 10∼15% 범위에서 결정한다. 국방정보체계는 총 개발비용의 규모가 대단히 커 SW 유지보수비용으로 지출하는 데 문제가 많다. 따라서 유지보수비용 문제를 최소화하는 SW 유지보수 기술지원센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