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쿨러의 힘.’ 국내 PC쿨러 업체가 PC주변기기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잘만테크·에이팩·LS전선 등 국내 업체들은 대만·중국 제품이 80% 이상 장악하고 있는 이 시장에서 거의 유일하게 시장점유율 70% 이상으로 선전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국내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수출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쳐 해외 시장에서도 명성을 날리고 있다.
◇PC주변기기 시장 자존심=국내 PC주변기기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 비중은 80% 이상이다. 중화권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국내 업체가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쿨러만은 예외다. 국내 업체 잘만테크는 일반 소매 시장에서 외산 업체를 밀어내고 60% 이상을 차지했고, 에이팩은 삼성·LG 등 국내 PC제조업체의 쿨러 수요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이런 강세로 올 초 대기업인 LS전선도 이 시장에 뛰어드는 등 OEM, 소매 시장을 통틀어 70% 이상을 국내 업체가 점유하고 있다.
국내 쿨러 업체가 이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불과 2∼3년 전. CPU쿨러 시장은 제품 구매 시 제공되는 일반 레퍼런스 쿨러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인텔 프레스콧 CPU 등 발열량이 높은 제품이 연이어 출시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발열량에 민감한 소비자가 가격보다 쿨링 성능이 좋은 제품을 찾기 시작한 것.
이때부터 국내 업체들의 선전이 시작됐다. 잘만테크·에이팩 등 국내 업체는 높은 성능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2002년 이후 국산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매년 20% 이상 급등했다.
에이팩 측은 “초기 제품 출시 당시 도저히 중국 업체의 가격을 따라가지 못해 고전했다”며 “하지만 발열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고 말했다.
◇왜 강한가=단기간에 국내 업체가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자체 기술 개발에 대한 집중 투자 때문이다.
잘만테크가 지난 2001년 개발한 히트싱크 제조 기술인 ‘플라워 히트 싱크(FHS)’는 5년여가 지난 지금 관련 업계에서 표준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이전까지 높은 소음으로 히트 싱크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이 기술이 개발되면서 무소음 쿨러 구현이 가능하게 됐다. 잘만테크의 쿨러는 올 초 산자부로부터 세계 일류 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 이 시장에 뛰어든 에이팩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기존 태양열 집열판을 생산하던 이 회사는 쿨러 히트파이프에 집열판 기술을 접목했다. 집열판은 단위면적당 열을 얼마나 집적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만큼 이를 쿨러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기술이 적용된 쿨러는 출시되자마자 국내 OEM 시장 점유율 30%를 기록하는 등 이른바 ‘대박’을 터트렸다. 또 인텔캐피털이 이 회사에 300만달러를 투자하는 등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국내 쿨러 업체의 경쟁력을 키운 것은 PC방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 PC방에 통상 50여대의 PC가 설치돼 있는만큼 발열량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PC방은 국내 주변기기 업체의 최대 수요처여서 이 시장에 적극 대응하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다.
김주한 잘만테크 팀장은 “PC방은 24시간 365일 PC를 가동시키기 때문에 쿨러 성능을 시험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며 “국내 PC방에서 인정받으면 세계 어디서도 통한다”고 설명했다.
◇국내를 뛰어넘어라=국내 시장을 평정한 업체들은 이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시장 규모가 OEM을 포함, 월 20만개 수준에 불과해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업체들은 CES·컴퓨텍스 등 해외 전시회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대기업으로선 이례적으로 PC주변기기 사업에 뛰어든 LS전선은 제품 준비 단계 때부터 해외 시장을 고려, 다양한 영업을 펼치고 있다.
또 기존 국내 그래픽카드 유통회사에 쿨러를 공급해 오던 잘만테크는 최근 대만 본사와 직접 접촉해 대량 납품 계약을 따냈다. 현재 기가바이트·체인텍 등 잘만테크 쿨러를 장착한 그래픽카드를 출시하고 있는 대만 회사만 5개에 이른다.
이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OEM) 시장에 주력했던 에이팩도 올 하반기부터 다양한 해외 전시회에 참가, 수출 가능성을 적극 타진할 계획이다.
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