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만 잘하면 그만이지 전략물자 관리까지 해야합니까.” “환율에 고유가에 수출하기에도 힘든 판에 그런데 신경쓸 수 있는 중소기업이 몇이나 되겠어요.” “그거 안한다고 설마 어떻게 되겠습니까.”
전략물자 수출관리에 대한 수출기업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아닌게 아니라 전략물자 수출통제를 지켜가면서 수출하려면 처음에는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다. 기업내부에서 자가 진단도 해보고, 판단이 안설 경우에는 판정의뢰도 해야하고, 전략물자 판정이 나면 수출허가도 받아야 한다. 전담인력과 조직, 시스템이 필요해 어느 정도 비용증가가 불가피하다. 게다가 전략물자 관리체계 자체가 미국 중심의 세계 무역질서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이런데도 전략물자 수출관리는 꼭 해야하는 것일까. 답은 ‘그렇다’이다.
전략물자 수출관리를 해야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첫번째는 혹여 전략물자를 잘못된 경로로 수출하다 적발됐을 경우 받게될 엄청난 불이익(벌금, 수출금지 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많은 적발기업들이 ‘몰랐다’고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참작은 될지언정 엄격한 국제 수출통제망을 피해갈 수 있는 면죄부는 안된다.
두번째는 안전하고 신속한 수출을 위한 지름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의 공인경제운영자(AEO), 미국의 테러방지를 위한 민관협력(C-TPAT) 제도, NAFTA의 패스트(FAST)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세관통관 과정 등에서 일종의 기업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인증된 기업에 대해서는 신속한 통관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지루하고도 까다로운 심사절차가 주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략물자를 잘못 수출했을때 어떤 제재를 받게 될까. 1000만달러를 수출했는데 벌금이 최대 3000만달러라면, 또 한번 잘못된 수출로 10년간 무역제재를 받는다면 어떨까. 으름장이 아니라 전략물자 통제체제에서는 실제로 통용되고 있는 법칙들이다. 전략물자 위법 수출로 파산하는 미국 등 해외 기업들이 매년 수십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우리나라 대외무역법의 경우 전략물자를 허가없이 수출입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및 수출·수입가의 3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물린다. 더욱이 대리인, 사용인, 종업원 등 관련자에게 까지 벌금을 부과하는 양벌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는 더욱 강력하다. 위반기업에 대해 최대 25년까지 수출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벌금 역시 수출금액의 5배 혹은 미화 100만달러 중 큰 금액을 부과한다. 미국내 모든 자산을 동결시키는 강력한 금융제재도 취한다.
일본의 경우 80년말 도시바 기계회사가 대형 프로펠러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작기계를 범용 공작기계로 위장해 수출한 후 수상이 사과성명을 발표하고 통산성 장관, 도시바 회장이 사임하는 등 큰 파장이 일어난 적이 있다. 이후 일본은 전략물자 수출통제에 가장 신경쓰는 나라 중 하나가 됐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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