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촉진기금 디지털 방송전환 재원 충당 논란

지상파 방송계가 디지털 방송 전환 비용으로 정보통신부의 ‘정보화촉진기금’ 사용을 적극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금 사용의 정당성 및 사용처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방송 분야에 정보화촉진기금을 사용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논란은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케이블TV(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업계에서는 ‘지상파 방송사가 정통부와 손 잡고 자사에 유리한 디지털 전환 방안을 모색하려 한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정통부와 방송위가 오는 9월 ‘디지털 방송 전환 및 활성화에 대한 특별법(가칭)’의 공동 제정을 앞두고 지상파 방송 측에서 마련한 특별법 연구안에 포함되면서 불거졌다.

 ◇기금 사용 명시 타당성 논란=KBS 관계자는 “특별법 제정 취지가 디지털 전환을 통해 국가 정책을 이행하고 국민에게 더 나은 방송을 제공하려는 것인만큼 소요 재원이 방송발전기금이든 정촉기금이든 관계가 없을 것”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정보화촉진기본법’ 33조의 ‘진흥기금의 운용 및 용도’에는 기술 개발, 표준화, 인력 양성, 연구 기반 4개 항목에 기금을 운용토록 명시돼 있다. 즉 현행법으로는 정통부의 기금을 디지털 방송 전환에 사용할 수 없다. 앞으로 제정될 특별법에 정촉기금을 재원으로 사용한다는 항목이 들어간다 해도 ‘정보화촉진기본법’이 개정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복잡한 상황을 고려할 때 지상파 방송 측의 정촉기금 사용 타진은 ‘김칫국부터 마시는 모습’이라고 지적한다. 또 정통부가 디지털 콘텐츠 외에 방송 분야에 재정 분담을 한 사례가 없는데다 정촉기금 자체가 조만간 고갈될 위기에 처해 있어 방송 재정 지원은 또 다른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다.

 ◇지상파와 SO, ‘동지에서 적으로?’=연구안에 가장 크게 반발하는 곳은 SO다. SO들은 지상파 방송사가 정부 재원을 공청망 복구에 사용하려 한다고 의심한다. 이는 결국 지상파 방송사에만 이득이란 것이다.

 한 SO 대표는 “공청망 복구에 정부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말도 안 되며, SO가 적극적으로 디지털 전환 방침을 세운만큼 지상파뿐 아니라 전체 디지털 방송 전환에 대한 정부 지원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통·방융합 때문에 지상파 방송사를 끌어안아야 하는 정통부 처지에서 지상파 방송사의 의견을 적극 수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KBS 관계자는 “공청망 시설을 갖추는 데 정부 재원을 지원한 일본 등 외국의 사례를 고려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공청망 복구는 방송수신 장애를 해결해 시청자 복지를 높이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재원 마련 얼마, 어디에=정통부 관계자는 “아직 각 진영의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결정된 사안은 없다”며 “정촉기금 사용도 방송사 측의 방안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원 규모나 확보 방안, 용처를 결정하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디지털 전환 비율 목표나 지역 특성을 고려해 위성방송 기술을 이용하는 방안 등 우선 결정해야 할 정책 사안이 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신혜선·권건호기자@전자신문, shinhs·wing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