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높은 성능과 얇은 두께는 기본, 이제는 원가 싸움.’
휴대폰 부품업계가 원가절감을 위한 무한경쟁에 돌입했다. 고객의 시선을 끄는 휴대폰의 경쟁력은 높은 성능에서 시작돼 얇은 두께로 넘어왔다. 최근 나오는 어지간한 휴대폰은 초슬림 제품이면서 기능에서도 손색이 없다. 이 상황에서 휴대폰 업계의 실적이 답보 상태를 보이면서 원가절감이 가장 큰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휴대폰 부품업체들은 갖가지 방안을 동원해 원가절감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발상의 변화로 원가 잡는다=우선 눈길을 끄는 현상은 발상의 전환이다. 기존의 제조 관행을 깨고 새로운 소재나 공법을 도입, 획기적인 원가절감을 꾀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디지털 자동초점 카메라모듈을 개발중이다. 이 제품은 물리적으로 작동하는 액추에이터 대신 소프트웨어로 자동초점을 맞추는데 20% 내외의 비용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삼성전기는 이와 함께 액체 휴대폰 안테나도 개발하기 시작했다. 보통 안테나는 금속과 플라스틱 혼합물로 만드는데 액체 잉크를 발라 대체한다는 발상이다.
금속 일변도인 힌지를 플라스틱으로 개발한 사례도 있다. 엔피온은 플라스틱을 소재로 초박형 키패드를 개발했는데 금속 키패드에 비해 가격이 30% 이상 저렴하다. 이 제품은 또 두께가 0.12㎜밖에 안 되며 무게도 금속 제품의 7분의 1에 불과한다.
삼화전기는 일반적인 액체 전해액 대신에 전기 전도성이 좋은 고체 고분자 전해질을 사용, 콘덴서 용량을 80% 정도 높였다. 이 제품은 1개로 일반 전해콘덴서 3∼4개의 효과를 낼 수 있어 비용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
◇가능한 건 직접 만든다=소재나 장비를 자체 충당해 비용을 줄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제조 장비를 직접 개발, 세계에서 가장 작으면서도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가로 0.4㎜, 세로 0.2㎜ 크기의 MLCC를 완성했다.
삼성전기는 작년 기준으로 1000억원 정도의 장비를 샀는데 이 가운데 70% 이상을 수입으로 충당했다. 삼성전기는 MLCC 장비 외에 자체 제작 장비를 인쇄회로기판(PCB)과 카메라모듈 등 8대 핵심 제품 전체로 확대, 비용절감을 도모할 방침이다.
하이쎌은 0.1㎛ 수준의 초정밀 가공 기술을 이용해 한 번에 16개의 휴대폰 카메라모듈용 렌즈를 찍어낼 수 있는 금형을 개발했다. 기존에는 8개가 최고 수준이었다. 하이쎌은 렌즈 금형 개발로 원가 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개발, 렌즈 사업에 직접 나서고 있다.
아이에스하이텍도 두께 0.3㎜인 도광판을 자체 개발하고 0.65㎜ 두께의 휴대폰용 BLU를 출시할 계획이다. 도광판은 BLU에 반드시 들어가는 필름인데 아이에스하이텍은 이 소재를 자체 생산, 원가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합치면 가격이 싸진다=여러 가지 기능을 하나로 합쳐 비용을 줄이는 방안도 속속 나오고 있다. 힝스는 폴더형 휴대폰 힌지에 인테나 기능을 더한 내장형 안테나 힌지모듈을 만들었다. 이 제품은 원가절감뿐 아니라 휴대폰 공간 활용과 공정 단순화라는 부가적인 효과까지 기대된다. 송길석 사장은 “인테나와 힌지를 별도로 쓸 때보다 단순 부품 가격으로만 해도 30% 정도 비용이 절감된다”고 설명했다.
넥스지텔레콤은 스마트카드와 메모리카드를 하나의 소켓에 넣을 수 있는 듀얼소켓으로 이미 톡톡히 재미를 봤다. 듀얼소켓을 사용하면 이를 하나로 줄일 수 있어 공간절약과 비용절감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낸다. 최근 삼성전자에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판매량이 급증, 올해 12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 밖에 이노칩테크놀로지는 LC필터와 칩 배리스터 기능을 합친 휴대폰용 ESD 필터를 개발,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제품을 모두 공급하는 성과를 거뒀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