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을 움직여라
루펜리 이희자 사장은 전형적인 ‘정면 돌파형’이다.
그가 사업 전선에 뛰어든 것은 8년 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남편 사업이 어려워진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그는 평소 머리 속에 담아오던 음식물 처리기를 직접 개발해야겠다고 마음먹고 행동에 들어갔다. 20년 이상 전업주부로 평범하게 살던 인생을 박차고 나온 것이다.
일단 남편 회사에서 시작했다. 특허를 출원하고 일본 회사를 찾아가 탈취 기술에 대한 노하우를 배웠다. 드디어 국내 처음으로 ‘음식물 처리기’가 나왔고, 아파트 빌트인 시장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탄탄대로였지만, 그는 다시 한 번 변화를 찾는다. 독립이었다. 마침 보르네오가 지분을 투자키로 해 2003년 루펜BIF라는 이름으로 음식물 처리기 전문회사가 만들어지게 됐다.
이 사장의 ‘정면 돌파’ 스타일은 이후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OEM) 계약을 한 모 기업이 1년이 지나도록 물건을 가져가지 않은 채 유사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자, 이 사장이 모 기업 사장과 독대하고 계약을 해지한 것. 이 기업과는 현재 소송중이다.
“돈은 초월했습니다. 열심히 하다 보면 따라오게 마련입니다. 어려웠던 시절, 절망의 끝은 희망이라는 것을 알았죠.”
루펜리는 현재 음식물 처리기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도곡동 렉슬을 비롯해 부산 영조주택 신호지구, 포스코 센텀시티 등 빌트인 시장 대부분에 ‘루펜’이 들어가고 있다. 주부로서의 감각을 살려 사용 편이성을 높인 것이 결정적인 비결. 이 사장은 “복잡한 기계는 질색”이라며 “실제 주부의 위치에서 디자인하고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건설사와 연간 2만대 공급 계약을 하는가 하면, 미국 패밀리 레스토랑과 맥도널드에서도 시연해 조만간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장이 음식물 처리기에 보이는 관심은 어찌보면 환경문제에 대한 애착 때문이다. 이 사장은 “연간 쓰레기로 버려지는 돈만 15조원”이라며 “음식물 처리기는 단순한 탈취 외에, 음식물 쓰레기에 따른 환경오염문제를 해결하고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고 지론을 펼쳤다. 이 때문에 이 사장은 음식물 처리기에서 나온 쓰레기 잔량을 연료나 사료로 재활용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이 사장의 경영철학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좋은 제품과 서비스로 소비자 마음을 움직이고, 엄마 같은 편안함으로 직원들을 다독이면 저절로 따라오게 돼 있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간절히 바라는 마음은 이뤄지게 돼 있다”며 음식물 처리기 시장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