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소니코리아가 디지털 일안 반사식(DSLR) 카메라 ‘α100’을 국내 94만8000원에 판매한다고 발표했을 때 카메라 업계에선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매번 고가 정책을 추구해온 소니답지 않게, 또 카메라 자체도 성능에 비해 저렴하게 출시돼 놀랐다는 것이다. 소니코리아는 가격에 자신 있는 듯, DSLR 카메라 시장에 첫 발을 내미는 후발주자임에도 “연내 시장 점유율 12∼15%(업계 3위)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소니가 막차를 탄 국내 DSLR 카메라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보급형 시장을 중심으로 소니와 같은 예상 밖의 가격 파괴가 이어지며 DSLR 카메라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을 높이고 있다.
◇‘낮게, 더욱 낮게’=DSLR 카메라는 일본에서 몰래 수입된 제품을 사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이미 많이 저렴해졌다. 시장 조사 업체인 GfK코리아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130만∼150만원을 유지하던 DSLR 카메라의 평균 가격이 올해는 110만∼120만원대로 낮아졌다. 이에 대해 GfK코리아 이혜정 연구원은 “고가 제품의 가격 하락보단 작년 펜탁스, 니콘, 캐논 등에서 보급형 제품에 힘을 실은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지난해 DSLR 카메라를 100만원 미만으로 끌어 내리는데 1등 공신을 한 펜탁스는 또 한 번 가격 파괴를 시도하고 나섰다. 광학식 손떨림 보정 장치를 내장한 ‘K100D’를 렌즈 포함, 79만9000원에 출시키로 한 것이다. 이는 캐논의 보급형 DSLR 카메라인 ‘EOS 350D’ 본체 가격(81만9000원)보다 저렴한 가격이다. 이를 수입하는 동원시스템즈는 30일 한 홈쇼핑 방송에선 69만9000원에 한정, 보상 판매해 조만간 DSLR 카메라의 50만∼60만원대 진입도 기대해 볼만 하게 했다.
◇‘보급형 경쟁, 왜?’=카메라 제조사들이 보급형 DSLR에 힘을 싣는 이유는 국내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 시장의 포화에 따른 교체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소비자들이 디지털 사진에 익숙해진 만큼 상위 기종인 DSLR 카메라를 쉽게 선택하게 함으로써 수익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이 때문에 전자 업체인 소니가 코니카미놀타를 인수하고 삼성테크윈이 일본 펜탁스와 제휴해 DSLR 카메라 시장에 진출했다.
보급형 제품이 늘어난 영향으로 DSLR 카메라 시장도 달라져 GfK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100만∼120만원대 제품이 전체 판매량의 42%를 차지했었지만 올해는 80만원 미만이 33%, 80만∼100만원대 제품이 30%를 차지할 만큼 보급형 제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이 고가와 저가 제품으로 나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소니가 본격적으로 DSLR 사업을 시작한 만큼 보급형 모델을 중심으로 가격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DSLR 카메라 시장 규모는 보급형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4만대가 늘어난 9만대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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