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유통업체들 신사업 발굴 분주

 ‘새로운 승부수를 띄워라.’

 시스템 유통업체들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다음 먹거리를 위한 ‘나만의 신무기’를 찾는 데 적극 나서면서 활동반경이 커지고 있다. 시스템 유통업체의 신사업 방향은 크게 두 가지. △자체 솔루션 개발 등 IT영역을 확장하거나 △바이오 등 비 IT분야에 진출하는 것인데, 일부 기업은 엔터테인먼트 분야까지 넘보고 있다.

 ◇나만의 IT 아이템으로 승부 =이지시스템은 신규 사업을 IT사업 영역 확대에서 찾은 대표적 업체. IBM 서버(시스템 i) 공급을 주력으로 해 온 이지시스템은 최근 업무 효율성을 높여주는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솔루션을 개발, 사업화에 나섰다. 위치를 인식하는 디지털 펜 사업에도 투자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IBM 채널인 하이트론시스템즈와 EMC 총판 윈스로드는 영상 시스템 사업에 나섰다. 서버와 스토리지·CCTV를 패키지로 구성한 영상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 특히 하이트론은 KT링커스와 협력해 영상 시스템을 활용한 홈 보안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HP 총판업체인 한국정보공학은 자회사를 통해 DMB 모듈 생산에 나섰고 EMC 총판 데이타게이트도 바스트비전과 협력, DMB 모듈을 개발하고 있다.

 이동하 이지시스템 사장은 “남들이 다 하는 시스템 공급이나 SI사업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다”면서 “나만의 솔루션을 전면에 내세운 특화 전략을 새롭게 다듬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에서 엔터테인먼트까지 넘봐=신규 사업 방향을 비 IT분야로 과감하게 전환한 경우도 많다. 업체마다 단골 아이템으로 등장하는 것이 ‘바이오’. EMC 총판인 엔빅스는 바이오포커스·메타볼랩 등 바이오기업을 잇달아 인수, 맞춤형 진단 시약 공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HP 총판인 디지탈퍼스트도 바이오기업 제스프리와 제휴해 식중독 검사 시약제 공급 사업에 진출했다. 특히 이 회사는 지난 6일 공연기획사인 같은생각에 인수되면서 엔터테인먼트 사업 진출까지 예고했다. 이형래 디지탈퍼스트 부사장은 “한 가지에 주력하기보다는 업종 다변화를 통해 수익을 올리겠다”면서 “헬스·환경 관련 사업은 장기적으로 전망이 밝다”고 설명했다.

 최대 주주가 바이오기업(이지바이오시스템)인 EMC 총판 오픈베이스도 IT와 바이오가 결합한 새로운 사업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벤더 관계에도 변수로=시스템 유통업체들의 이 같은 공격적 행보는 시스템 유통만으로는 수익을 크게 올리기 힘들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김진환 데이타게이트 사장은 “시스템 유통만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면서 “여러 사업 진출을 고민하느라 분주하다”고 말했다. 특히 엔빅스·오픈베이스·디지탈퍼스트 등은 매년 꾸준히 늘고 있는 매출에도 불구하고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했던 주가가 신사업 진출로 활력을 띨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데이타게이트·이지시스템은 향후 코스닥 진출 발판을 닦아놓기 위해 신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시스템 유통업체의 이 같은 행보는 특정 브랜드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는 멀티 벤더 유통 경향과 맞물려 벤더와 시스템 유통업체 간의 밀착 관계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스템 총판으로 기틀을 잡은 업체들이기 때문에 벤더와의 관계가 느슨해질 수 있지만, 유통 분야 인맥과 노하우를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물량 위주 시스템 유통으로 매출 규모를 계속 유지하는 한편 신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류현정·황지혜기자@전자신문, dreamshot·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