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겨울 시장은 온라인게임 시장의 ‘대목’이지만 반드시 모든 장르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는게 업체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중·고등학생이 몰려 있는 캐주얼은 심한 변동이 있으나 상대적으로 연령층이 높은 MMORPG는 일년 내내 꾸준한 동접을 유지한다는 설명이다.
업체 한 관계자는 “확실히 캐주얼과 MMORPG는 다른 양상을 보여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며 “여기서도 장르를 더욱 세분화시킬 수 있는데 비수기에 클베를 하고 성수기에 오픈하는 게임은 대부분 액션”이라고 말했다. 또 “FPS나 레이싱은 비교적 연령층이 높은 유저들이 많아 계절을 크게 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리니지’ ‘리니지 2’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일년 동안의 동접이 안정세를 유지하며 항상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스페셜 포스’ 역시 마찬가지 케이스로 약 50주 동안 PC방점유율 1위를 차지한 이유가 연령층이 높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네오위즈의 관계자는 “‘스페셜 포스’는 10대 유저가 많을 것으로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20대와 30대 비중이 매우 높고 상호 커뮤니티의 결속이 강한 게임으로 동접의 변화가 크게 않은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최근 ‘피파 온라인’이 급격한 동접 상승율을 보이고 있는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그 가운데도 월드컵, 여름 방학이 맞물렸고 플레이가 쉬운 캐주얼 스포츠 장르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특히 축구게임의 특성상 전 연령층이 골고루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성수기의 영향을 많이 받겠지만 비수기에 돌입해도 상대적으로 높은 동접은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장르와 자사 게임의 연령층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계절 전략은 자살행위”라며 “지난 사례들을 검토하고 데이터에 근거한 전략을 세워야만 여름과 겨울 성수기를 활기차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특히 겨울을 잘 보내야만 다음 일년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여름에 올인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7월 중순이면 대부분의 학교가 방학에 들어가는 등 여름 성수기 시즌이다. 실제로 언제부터 게임에 영향을 미치는가.
▲ 연령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고연령층이 주로 하는 FPS의 경우는 대학생 방학이 시작되는 6월말, 7월초부터 접속 상승이 나타난다. 반면 저연령 캐주얼 게임은 7월 중순부터 접속 상승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 게임접속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나.
▲ 캐주얼 게임의 경우 약 30∼40%의 접속 상승효과를 가져온다. 특히 성인용 RPG보다 저연령 캐주얼 게임일수록 많은 영향을 받는다. 동시접속자수는 유저층이 접속하는 시간이 전체적으로 분산되면서 많이 상승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방문자수와 접속시간의 상승이 뚜렷하게 증가한다.
- 실제로 여름 시즌 프로모션은 얼마나 효과가 있나.
▲ 단기 접속 유인효과는 매우 좋다. 상승하는 접속 추세에서 진행하는 프로모션의 경우에 효율성이 더 높으며 단일 프로모션보다 방송 등과 연계된 전방위 프로모션을 진행할 경우 방송 시청시간이 늘어나는 여름 시즌에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 부작용은 없나.
▲ 일시적 접속 지표 상승으로 인해 정확한 게임성을 검증하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신규 게임의 론칭이나 대규모 업데이트의 경우, 성급한 오픈과 부실한 업데이트가 발생할 수가 있다. 개학은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가서 가장 왕성한 정보교환과 구전이 이뤄지는 시점이고 친구들과 같이 게임을 하게 된다. 이 때는 신규 게임보다 익숙한 작품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짙다. 실제로 모 게임의 경우, 겨울 방학에 오픈해 프로모션을 통해 많은 유저를 확보했으나 개학과 동시에 80% 이상의 접속이 이탈하는 극단적인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
▲ 여름 시즌은 분명 게임업계에 접속이 몰리는 대목이다. 제품의 질이 동일한 이상 접속과 매출은 상승한다. 그리고 개발사와 퍼블리셔도 이러한 지표 상승을 보며 잔인한 봄 시즌을 넘기고 여름을 즐긴다. 하지만 진정한 과실은 100일간의 긴 겨울 시즌에서 거둔다. 겨울 시장의 실적을 위한 생존의 판가름이 가을, 즉 개학과 동시에 벌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이 가을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상승하는 지표속에 숨어있는 본질적인 게임의 상황을 관찰해야 한다. 늘어나는 가입자가 실제로 얼마나 남아 있는가? 업데이트 이후 유저 이탈이 발생하는 구간은 없는가? 방학 효과가 끝나면 얼마나 남아있을 것인가? 등 끊임없이 확인하고 개선해야만 한다.작년 여름 시장에서 가장 돋보인 것은 단연 넥슨과 엔씨소프트다. 특히 넥슨은 ‘카트라이더’의 마지막 기세를 몰며 상승세를 탔다. 넥슨은 ‘카트라이더’를 이용해 메가박스와 제휴를 맺고 새로운 카트 바디를 공개했으며 7번째 게임 월드 ‘노르테유’를 작년 7월에 선보였다.
또 새로운 캐릭터 에리니와 닥터 리바스키도 동시에 추가해 붐업을 주도했다. 여기에 넥슨은 정책적으로 ‘바람의 나라’ 등 롤플레잉 5개 작품의 정액 요금제를 폐지해 충격을 줬다. 캐주얼 게임의 부분 유료화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MMORPG의 새로운 시장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동시에 자사의 게임들의 신규 월드와 캐릭터 등을 업데이트했으며 그에 따른 이벤트를 타 업종의 업체들과 활발한 제휴를 맺어 시너지 효과를 거뒀다.
‘메이플스토리’에 접속한 모든 유저들에게 무료로 레이싱걸 아이템과 레이싱복 아이템을 제공하기도 했으며 신규 서버 월드 쥬디스에서 캐릭터를 직업으로 바꾸는 유저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한 상품 증정 이벤트도 병행했다.
상대적으로 MMORPG가 주력인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유저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하는 유저 간담회를 제주도에서 개최해 화제를 모았다. 캐주얼 게임과 달리 MMORPG는 유저의 의견을 듣고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오프 라인 행사가 중요했던 것. 또 청소년 게임 캠프를 강원도 평창에서 열었는데 ‘리니지’ 유저들과 개발자들이 직접 만나 게임 제작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 엔씨소프트 측에서 매우 유익한 행사로 자체 평가하기도 했다.
특히 ‘리니지 2’의 경우, 여름사냥 축제를 펼쳐 진귀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행운의 기간을 마련했다. MMORPG 플레이에서 핵심인 진귀한 아이템을 손쉽게 획득할 수 있도록 특별 이벤트를 마련해 유저들이 한꺼번에 몰려 큰 혼잡을 빚기도 했다. 한편 2005년 여름에는 ‘던전 앤 파이터’가 혜성처럼 나타나 이슈를 불러 일으켰으며 온라인축구게임 개발 열풍이 시작된 시기이기도 했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