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모바일 플랫폼 시장 구조 개편

위피기반의의 휴대폰 보급대수가 1000만대를 돌파하며 더이상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을 형성함에 따라 많은 모바일게임 개발 업체들이 앞다퉈 위피기반의 콘텐츠 개발에 나서고 있다. 가입자수가 많지 않아 적극적인 개발을 미뤄오던 중소CP들도 위피기반의 게임 개발을 테스트하는 등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위피가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위피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플랫폼으로 자라잡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타 플랫폼과 연계한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위피가 탑재된 휴대폰의 보급대수를 1200만대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4월 1일 정부가 국내에 서비스 되는 모든 휴대폰에 위피 탑재를 의무화하고 이통사에서도 위피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선 위피폰의 수가 급속히 늘어난 것이다. 아직은 기존 플래폼들에 비해 작지만 더 이상 무시할수만은 없는 새로운 시장이 구축된 셈이다.이렇게 위피폰의 1000만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콘텐츠 시장도 변화하고 있다. 특정 플래폼을 탑재한 단말기수가 1000만을 돌파한 것은 그 시장성을 입증한 것인 데다 당분간은 이 성장세를 멈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브루와 위피플래폼이 혼재한 KTF에서 조사한 모바일 게임순위에도 위피기반의 게임이 다운로드수에서 상당수 상위를 차지하는 것에서 위피의 강세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모바일게임 개발업체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대다수의 중소 개발사들은 기존의 탄탄한 모바일 플래폼시장에 주력하고 있지만 위피에 대한 욕심도 감추지 않고 있다. 정부의 의무화 조치에도 당분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던 개발사들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게임 개발업체에서는 이미 기획단계에서부터 가장 먼저 염두에 두는 플래폼이 위피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개발업체의 관계자는 “개발사 입장에서는 게임을 개발할 때 그 플래폼을 사용하는 유저의 수와 다른 플래폼으로 포팅이 용이한 범용성을 가장 먼저 고려하게 된다”며 “아직 기존의 플래폼의 시장성을 무시하고 위피만을 개발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많은 개발사들이 위피를 선호하고 있으며 개발을 미뤄오던 CP들도 위피로의 방향전환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GVM이나 GNEX, SKVM, 브루 등이 많은 상황에서 위피만을 고집해서는 큰 수익을 내기 힘들지만 위피의 성장세가 이대로 계속된다면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때문이다.하지만 위피의 강세도 여타 국내 플래폼의 개발과 글로벌 플래폼의 수입으로 다소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도 국내 플래폼 개발업체들도 저마다 차세대 플래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글로벌 플래폼을 도입하려는 이통사들의 움직임도 있다.

국내 굴지의 무선인터넷회사인 신지소프트는 GNEX 차세대 버전 1차 개발을 완료했으며 올 연말에 시장에 출시할 계획으로 있으며 퀄컴도 위피온브루로 다시 한국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다른 이통사들도 위피 이외의 플래폼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전문가는 “현재 각 이통사의 위피 플래폼들이 저마다 차이점을 보이며 서로 다른 무선 응용 프로토콜을 채택함으로써 나타나는 각종 불합리한 점과 콘텐츠 제공업체들의 개발환경이 다른 데서 발생하는 중복투자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자는 위피의 핵심 취지에서 어긋나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또 “이통사들이 다른 플래폼을 수용하려는 움직임도 위피의 위축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위피만을 고집하는 것은 국제적인 기류에 적당하지 않다는 데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실제로 매년 열리는 브루콘퍼런스에서는 초창기 매우 높던 한국콘텐츠의 위상이 점점 추락하더니 작년부터는 그 자취를 감췄다. KTF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재 브루는 31개국 69개 사업자가 사용하고 있는 플랫폼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며 “이런 플랫폼들과 위피가 건전한 경쟁관계를 형성한다면 위피경쟁력도 향상될 것이다”고 밝혔다. 모바일 게임 개발업체의 한 관계자도 “위피 도입 이후 브루 공급이 중단되면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한국 브루기반 게임개발 수준이 현저히 낮아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이렇게 위피가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두 가지로 해석하고 있다. 먼저 위피는 다른 플래폼과 같은 사업주체가 없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무선인터넷표준화포럼(KWISF)이 위피표준을 제정하고 있지만 그 힘이 미약해 이통사나 휴대폰 단말기 제조업체 등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충돌을 적절히 조절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두번째 문제는 정부의 지원책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위피 의무탑재를 결정하고 나서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위피의 해외진출은 매우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결과적으로 한국 무선인터넷 사업이 세계주류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후속 지원책 마련과 함께 여타 플래폼과의 건전한 경쟁을 유도해 해외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순수 위피 단일 플랫폼으로 진행 될 경우 단말 경쟁력은 물론·콘텐츠경쟁력도 점차 저하돼 한국 무선인터넷 사업이 결정적인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김명근기자 diony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