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possible - ‘철권’ 발로만 10연승 하기

이번에 떨어진 불가능에의 도전은 ‘철권’ 캐릭터로 오로지 발로만 사용해 10명의 캐릭터와 싸워 연승을 거두는 것이다. 한두 번은 이길 수 있겠지만 열번이나 싸워서 승리를 쟁취하라니. 그것도 연승이다. 하지만 ‘철권’이라면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 사실이다. 도전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 한때 영등포와 명동에서 대전격투로 이름을 날릴 뻔한 화려한(?) 과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미션을 위해 선택한 ‘철권’은 최신작 ‘철권 다크 리저렉션’이다. ‘철권’ 시리즈는 많고 가장 자신있는 것은 2번째 작품이지만 휴대하며 끊임없이 10연승에 도전하기 위해 PSP 버전을 택한 것이다. 대전 격투 장르를 좋아해 ‘철권’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축구 천재 호나우두도 매일 연습한다고 하니, 결코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PSP가 시동되고 막상 ‘철권’ 화면을 접하고 나니 캐릭터 선택은 역시 고민거리였다. 이번 작품에는 35명이나 등장한다. 제각기 고유의 무술과 기술로 독특한 특징이 있어 어느 하나 예사롭지 않다. 하지만 화면을 빤히 쳐다보는 순간 머리를 스치는 것 있었다. ‘발로만 해야 한다는 것’은 오히려 횡재였던 것이다. ‘철권’에는 태권도의 달인 백두산과 화랑, 발차기에 특화된 마샬 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 카포에라의 강자 크리스티 역시 강력한 후보다.

“누구를 선택할까나…. 역시 여자는 왠지 약해서 제외. 태권도는 조작이 복잡해서 PSP에는 어울리지 않지. 이소룡을 모델로 한 마샬 로가 최고다.”그렇게 해서 마샬 로를 최종 캐릭터로 낙점했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여성 캐릭터를 선호하는데 이해가 안 간다. 대전 격투는 역시 남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던가(오, 이런 위험한 발언을).

일단 예전의 감각을 되찾기 위해 연습 모드로 들어가 기술을 다시 익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1분도 지나지 않아 짜증이 났다. 격투는 실전 감각이 최고다. 상대방은 움직이지 않는 벽돌이 아니다. 이소룡의 명언들이 떠올랐다. 그래서 곧바로 10연승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생각보다 PSP의 조작은 어렵지 않았고 마샬 로 캐릭터의 특징이 대충 눌러도 강력한 발차기가 발동되기 때문에 왠지 모를 자신감이 들었다.

그렇다고 재미없게 퀵 모드에서 약한 상대만 골라 10명을 상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마샬 로만을 위해 마련된 스토리 모드로 들어가 그의 뒷 이야기를 들어보는 동시에 랜덤하게 등장하는 상대방을 무너 뜨리기로 결정했다.



드디어 시작된 10연승. 단 한번이라도 지면 실패다. 스토리 모드 또한 무너진다. 처음으로 만난 상대는 러시아 특수 부대 소속의 세르게이 드라그노프. 수많은 전장에서 하얀 사신이라 불리우는 이 사내를 처음부터 만난 것이다. 눈빛이 확 죽어 있는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겨뤄보니 싱겨웠다. 마샬 로의 필살 기술인 서머솔트킥(360도로 회전하며 차는 킥) 몇 방에 그대로 무너졌다. 다시 일어나는 드라그노프는 날라차기로 마무리지었다.다음 상대는 카포에라의 크리스티였다. 카포에라는 땅바닥을 뒹굴며 물구나무 선 자세에서 발차기가 날아오는 브라질의 독특한 무술이다. 하지만 약점이 있다. 그것은 뒤로 멀리 피하다 재빨리 하단 공격을 하면 속절없이 얻어 맞는다는 점이다. 크리스티 역시 강한 여성이었으나 마샬 로의 하단 차기에 공격이 번번히 차단당했다. 또 제자리 날아차기와 뛰어 날라차기를 적절히 섞었더니 서머솔트킥을 할 필요도 없었다.

“어라, 이것봐라. 분위기가 멋진걸. 10연승을 할 것 같은데 이거!”

그리고 3번째 상대는 브라이언. 특수부대 출신이고 손과 발의 콤보 공격이 강력하지만 공격의 틈이 너무 긴 것이 약점이다. 브라이언 또한 가볍게 제압하니 다음 상대는 폴 피닉스. 매우 까다로운 상대가 바로 폴이다. ‘철권’의 주인공 행세를 하는 이 캐릭터는 붕권으로 단 한방에 상대방을 멀리 날려보낸다. 이것만 조심하면 된다. 대전은 치열하게 전개됐다. 먼저 1패를 당하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간신히 1승 1패로 만들고 3번째 대련에서 미사일같은 붕권을 옆으로 피하는 것과 동시에 서머솔트킥을 날렸다. 단 한번의 필살기로 체력 게이지가 무려 절반이 깎인 폴. 분위기를 역전해 겨우 5번째 상대와 만날 수 있었다.

중국 무술의 달인 팽은 우람한 체격에 비해 가벼운 공격을 펼치지만 현대 무술의 창시자 마샬 로 앞에서는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은 공포의 킹. 6번째까지 오자, 욕심이 생겼다. 미션 임파셔블 사상 처음으로 목표에 달성할 기회가 오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단 한번의 시도로 말이다. 킹에겐 한번 잡히면 끝이다. 절대 놓아 주지 않고 연속 기술을 이용해 전신의 관절을 부러뜨린다. 힘겨운 사투 끝에 킹의 옆구리에 강렬한 옆차기를 꽂았고 승부가 났다.

상처투성이의 몸으로 도달한 7번째 상대는 사람이 아니였다. ‘철권’에는 동물이 간혹 등장하는데 하필이면 캥거루 로저 주니어가 등장한 것이다. 로저는 강한 펀치를 가졌으나 팔이 짧다. 눈으로 얼핏 봐도 다리가 긴 법이다. 마샬 로의 롱다리를 이용해 계속 견제하며 캥거루에게 데미지를 입혔다. 특히 옆으로 살짝 피하는 조작으로 로저의 공격을 무력화시키는데 집중해 성공을 거뒀다.스테이지 8이라는 글자는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단번에 여기까지 오다니. 하하하. 그런데… 이러한 기쁨도 잠시, 내 앞에 등장한 상대는 너무 막강했다. 바로 데블 진이었던 것이다. 원래 게임의 주인공이었으나 악마의 영향으로 데블이 된 진. 커다란 날개까지 있어 무시무시한 기가 온몸에 뿜어져 나왔다. 그는 기본적으로 가라데를 사용한다.

 

하지만 몇 가지로 변형돼 동작을 예측하기가 힘들다. 팔 다리는 다소 느리지만 한방이 강렬하다. 여기서는 서머솔트킥과 새로운 기술을 사용했다. 무릅과 옆구리, 머리를 순서대로 차고 올라가는 이것은 실전을 거치며 스스로 터득한 것이다. 하단부터 공격을 시작하기 때문에 상대가 이것을 막기란 대단히 힘들다. 여기에 서머솔트킥까지 섞어 놓으니 그야말로 ‘우주 최강’이었다.

그런데 다음 스테이지가 ‘파이날 스테이지’라고 표기되는 것이 아닌가. 스토리 모드는 9명이 마지막이었던 것이다. ‘앗’하고 외마디 소리를 질렀으나 어쩔 수 없었다. 9명까지 이기고 퀵 모드로 돌아가 다른 한명을 이기면 어쨌든 10명은 채우는 것이 아닌가. 솔직히 처음부터 다시 할 자신도 없었다.

마지막 상대는 캐릭터 선택 화면에서 조차 나타나지 않았던 진짜 악마 미시마시. 도대체 인간이 이 괴물을 이기는 것이 가능이나 할까. 그런데 왠걸. 옆차기 한방에 쓰져지더니 연달아 터지는 서머솔트킥에 속수무책으로 맞는 것이 아닌가. 너무 방심해 한번의 패배는 당했지만 2승 1패로 결국 9명까지 연승을 거뒀다(대전 격투의 룰은 3번 싸워 2번 이기는 쪽이 한번 승리). 이제 남은 것은 단 한명. 퀵 모드로 돌아가 명예의 10번째 투사를 고르기 시작했다.

“역시 나 자신을 이겨야 하나.”

고민끝에 마지막 무사는 마샬 로를 선택했다. 컴퓨터가 컨트롤하는 마샬과 인간이 직접 조종하는 마샬의 대결이었다. 이렇게 설정해 놓으니 스스로 흥미가 동했다. 실제로 승부를 겨뤄보니 엄청난 파괴력과 스피드에 손과 발이 나갈 엄두도 낼 수 없었다. 마구잡이로 얻어 맞다가 쓰러지기가 몇 번. 결국 1패에 1패를 더해 패배하고 말았다. 별의 별 기술을 다 사용하고 심지어는 실수인 척 하고 손까지 써 봤으나 쓸모가 없었다. 9명까지 연승을 거두며 신화를 창조했으나 결국 나 자신에게는 지고 만 셈이다. 하지만 단 한번으로 9부 능선을 넘은 것에 엄청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최후의 과제 하나를 남겨 놓았다. 바로 ‘나’ 자신을 이기는 것이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