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기계 산업은 올해 수출 200억달러 돌파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자동차, 조선에 버금가는 주요 수출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미간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한미FTA가 자칫 수출시장을 이제 막 열어가는 기계산업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많지만, 한편으로는 기계산업 고도화의 계기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있다. 기계산업분야 주요 기관장 및 단체장들의 견해를 들어본다.
◇‘국내 기계산업 경쟁력 믿을 만’- 김기협 한국생산기술원장
기계류 관세가 낮고 국내 생산 품목과 중복이 적어 한미 FTA의 타격이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물론 미국산 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면 우리 기술의 씨앗은 발아가 어려워질 지 모른다. 또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애지중지 키워온 정밀기계나 핵심 부품산업은 채 싹을 틔워보지 못하고 시들 위험도 있다. 따라서 시장개방을 통해 그 동안 취약했던 분야의 첨단기술 이전에 주력하되, 한편으로는 NC선반 등 단기적으로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첨단기계류는 관세 폐지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등의 협상전략이 필요하다. 한미 FTA로 중장기적으로는 기계산업 분야의 경쟁력도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는 원화 강세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올 상반기 기계류 및 정밀기기 무역흑자 25억달러를 달성할 만큼 강한 저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영향 미미하지만 시장잠식 경계해야’- 권영렬 공작기계공업협회 회장
한국의 관세 8% 인하로 미국 기계류의 국내 가격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 규모는 미미하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공작기계부문 주요품목의 관세율을 보면 우리나라는 8%, 미국은 4%, 평균관세율은 각각 7.36%, 3.10%이다. 그러나 수입금액을 반영한 가중평균 관세율은 우리나라의 경우 1.68%로 현저히 줄어드는데 이는 품목분류상 공작기계로 분류되나 실제로는 반도체제조용설비로 사용되는 품목의 관세율이 무관세이고 이들 제품이 미국산 공작기계 수입중 90%를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시장 잠식우려를 소홀히 해선 안된다. 무엇보다 기술개발에 주력해 중국, 대만, 동유럽 제품과 격차를 벌려야 한다. 반도체 제조설비 분야에선 협상과정에서 기술협력을 이끌어 내야 한다.
미국 시장은 공작기계 전체 수출(11억5000만달러)의 18.2%를 차지하고 있다. 한미 FTA 논의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지만 기계산업은 수출산업화를 추진하는데 FTA가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데 보다 무게를 두고 있다. 일본, 독일, 이탈리아 등 주요 경쟁국에 앞서 시장 선점을 통해 일부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에서다.
◇‘부품소재, 신성장동력, 생산설비 고도화에 주력해야” - 박양우 한국기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
일반기계분야는 한미FTA체결시 단기적으로는 1억달러의 무역적자가 발생될 것으로 본다. 현재 3억2000만달러의 적자가 4억달러 이상 늘어나게 된다. 베어링, NC제어절삭기, 밸브 등이 취약분야다. 하지만 범용제품에서의 경쟁력과 첨단기술 습득 기회를 따져보면 손해만은 아니다. FTA체결시 외국인 기술투자와 이에 따른 인력양성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그 이익은 1억달러보다는 클 것으로 본다.
업계는 한일 FTA 협상에 긴장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한일FTA에 비해 훨씬 긍정적인 해석이 많다. 하지만 일부품목의 관세양허 유예기간을 확대하는 등의 대응이 필요하다. 첨단 반도체 장비 분야 등이 그것이다. 동시에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계분야 부품소재 육성이 첫 번째 과제다. 첨단신성장동력사업으로 뽑힌 지능형 로봇 등에 주력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또 생산설비를 고도화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설비를 고도화해 질높은 제품을 저렴한 생산비용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생산설비 실태조사와 생산기술 고도화 전략이 실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