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MSO)인 태광그룹이 운영하는 3개 SO에서 31일 1시부터 우리홈쇼핑 채널 송출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일각에선 태광그룹이 우리홈쇼핑 인수전의 새 상대로 떠오른 롯데그룹을 겨냥한 시위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우리홈쇼핑의 경영권 확보전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태광산업계열 MSO를 위탁 관리하는 티브로드(대표 진헌진)에 따르면 이날 송출기에 문제가 발생해 보유중인 20개 SO 중 수원방송·기남방송·경기케이블네트워크 3곳에서 우리홈쇼핑 채널의 송출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티브로드의 300만 가입 가구 중 100만 가구가 우리홈쇼핑을 시청하지 못해 매출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티브로드 관계자는 “현재 3개 SO에 대해 송출 중단 원인을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사고가 시기적으로 롯데그룹이 우리홈쇼핑 인수에 뛰어든 시점과 일치한다는 점이다. 태광그룹은 지난해 우리홈쇼핑 지분 인수에 나서 현재 46%를 확보한 1대 주주.
그러나 기존 1대 주주인 경방 측이 우호 지분을 포함해 54%를 유지하며 경영권을 지켜왔다. 경방 측은 최근 롯데그룹 측과 이 지분을 넘기는 협상을 진행중이다. 롯데그룹이 경방과 그 우호 지분을 모두 인수할 경우 태광그룹이 우리홈쇼핑의 경영권을 장악하기는 한결 힘들어질 전망이다.
그런데 이번에 경방과 롯데 간 협의가 타결 절차를 밟는다는 소문과 동시에 우리홈쇼핑 채널이 100만 가입 가구에 송출이 중단된 셈이다.
티브로드 측은 “오비이락이며 경영권 분쟁과 이번 사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서도 “문제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업계에선 300만 가입 가구의 태광그룹이 ‘우선 100만 가구를 동원해 송출 중단 시위를 했다’는 의구심은 지우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수원방송은 홈쇼핑 업체에 높은 수익률을 주는 SO로 꼽히는 곳이자, 티브로드 본사를 겸하는 곳이기도 하다.
정작 당사자인 우리홈쇼핑은 이번 중단 사태의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 관계자는 “문제가 된 KT망의 복구가 완료 단계”라며 “우리뿐 아니라 다른 채널도 함께 중단됐다”고 말했다. 티브로드 측은 “중단된 곳은 우리홈쇼핑 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홈쇼핑 사업이 기본적으로 SO 송출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최대 MSO인 태광과의 경영권 확보전은 누구나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태광 측이 이런 메시지를 롯데 측에 전달하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