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2003년 방송콘텐츠를 시작으로 일본, 중국에서부터 불기 시작한 ‘콘텐츠 한류’가 전세계를 달구고 있다. 방송을 넘어, 영화, 음악까지 지구촌이 한국 콘텐츠에 열광한다. 최근 들어선 온라인게임·e러닝·모바일콘텐츠 등 디지털 영역의 콘텐츠 한류가 거세게 일고 있다. 중국 소도시가 한국 디지털콘텐츠에 눈을 뜨면서 새 시장을 형성하고, 멀리 중동·아프리카에서도 한국 디지털콘텐츠가 선풍이다. 올들어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BRICs)을 돌며 개최하고 있는 ‘디지털콘텐츠 시장 교류 및 수출 상담회’는 현지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이제 물길은 잡았다. 세계에 통하는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 세계 곳곳에 한류 마니아를 만들어내야 한다.
◇‘떡잎’이 필요한 온라인게임=‘160억원’. 성공적인 온라인게임이 한 해에 벌어 들일 만한 규모의 이 금액은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가 전세계에서 한달에 벌어들이는 돈이다. 일본, 대만, 중국, 동남아를 시작으로 북미에 이어 최근 유럽까지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이 게임은 한국산 온라인게임의 대표주자라 할 만하다. 전세계 회원수가 1억명을 내다보고 있을 정도니, 가히 국경을 넘어선 빅히트다.
온라인게임은 전세계 최초로 우리나라가 구현했을 만큼, 한국이 선도적 시장지위를 갖고 있다. 지금도 전세계 온라인게임시장의 40% 가량을 점유하며, 게임 플랫폼 중 가장 높은 점유율을 달리고 있다. 한국 온라인게임이 세계시장에서 대접 받을 수 있는 기초는 이미 닦여져 있는 것이다.
이제 세계인의 입맛에 맞으면서도, 한국의 색깔고 노하우가 담긴 품질 높은 온라인게임을 얼마나 많이 만들어내 세계시장에 파느냐의 문제만 남았다.
이미 그 가능성의 싹은 틔워졌다. 국내 최대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는 지난 2001년 게임 본고장인 북미시장에 정식 진출, 한국 온라인게임의 우수성을 한껏 뽐내고 있다. 해외 유수의 개발자와 스튜디오를 잇따라 인수하면서 만들어내는 신작마다 해외에서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유명 개발스튜디오인 아레나넷과 공동으로 만든 온라인게임 ‘길드워’는 전세계에서 200만장의 패키지가 팔려나가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제 막 2편까지 밖에 안나온 상황이니, 앞으로 1000만장까지 내다 볼수 있는 성과다.
40∼50년씩 게임역사가 쌓인 미국이나 일본이 게임을 기획하고, 만들어내는 생산력·기술적 품질에 있어서는 한국에 비해 월등하지만 여전히 부러워하는 것은 그 게임을 온라인에 옮기고, 거기서 구동시키는 서비스·운용 노하우다.
정부 게임산업 관련 기관도 이같은 온라인게임 영역의 세계 경쟁력을 높이고, 그 기술적 우위를 지키는 작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진흥원은 ‘국산 온라인게임 해외현지 서비스 테스트베드’를 운용, 중소 개발사가 굳이 해외 현지에 나가지 않더라도 해당 지역의 인프라 환경에서 개발된 게임을 운용·테스트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 이를 통해 많은 중소 개발사들이 해외 진출이는 값진 성과를 일궈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한국 온라인게임산업에 주어진 임무는 ‘떡잎’를 만드는 일이다.
‘바람의 나라’를 시작으로 ‘리니지’ ‘메이플스토리’ ‘뮤’ ‘미르의 전설’ ‘RF온라인’ ‘팡야’ 등까지 수많은 히트작들이 해외시장에서 성공했다. 이들을 이어 세계를 열광시킬 대작의 탄생이 필요하다.
◇골라 볼만한 콘텐츠 개발 시급한 e러닝=e러닝 업계에도 ‘킬러 콘텐츠’ 개발은 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필수 요건으로 꼽히고 있다.
도입기를 넘어 이제 확산기로 접어들고 있는 국내 e러닝 산업계는 날로 다양해지는 기기에서 이용자들이 골라 볼 만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산자부 산하 한국전자거래진흥원이 실시한 지난 2005년 e러닝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e러닝 시장은 약 1조4700억원 규모이며 오는 2010년에는 방송 교육까지 포함할 경우 약 6조8000억원에 달하는 거대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e러닝 사업자의 2005년 매출액 1조4700억 원 가운데 콘텐츠 분야는 3363억원으로 22.9%를 차지하며 전년 대비 매출액 증가폭이 17.0%로 서비스·솔루션 분야에 비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e러닝은 타 사업에 비해 킬러 콘텐츠의 중요성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우선 휴대형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휴대인터넷(와이브로) 등 차세대 모바일 기기의 등장으로 이동 중 언제 어디서나 학습을 하고자 하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고등학생들이 PMP를 통해 자투리 시간에 동영상 강의를 내려받아 듣는 풍경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며 DMB를 통해 공급되는 어학 채널 등도 직장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따라 메가스터디·이투스·비타에듀 등 수능 e러닝 전문업체는 물론 에듀스파·이그잼·지캐스트 등 공무원 교육 전문 사이트들이 앞다퉈 휴대형 기기 제조업체와 손잡고 관련 서비스에 나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모바일(m)러닝 콘텐츠의 대부분이 수능 또는 어학 관련 콘텐츠에 집중돼 있어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또 레드오션이 심화되고 있는 B2B e러닝 업계에서도 ‘블루오션’ 창출을 위한 새로운 킬러 콘텐츠 개발은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 요건이다.
이에 따라 업계 선두기업인 크레듀는 기존에 킬러 콘텐츠로 각광받았던 리더십·식스시그마·영어교육 등 외에도 초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콘텐츠, 군 자녀를 위한 콘텐츠 등을 개발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 딱딱한 주입식 강의를 탈피한 ‘에듀테인먼트 콘텐츠’도 킬러 콘텐츠의 한 형태로 주목받고 있다.
정현재 한국U러닝연합회 사무총장은 “주 5일제가 본격화되고 이용자들의 요구가 다변화하면서 e러닝 업계의 킬러 콘텐츠도 자기 계발은 물론 스토리텔링 등 재미와 결합된 형태의 콘텐츠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며 “이같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 개발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두마리 토끼 필요한 모바일콘텐츠=‘콘텐츠 경쟁력이 모바일 시장을 주도한다.’ 정부가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 달성을 위해 선정한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에 포함된 디지털콘텐츠 산업 중 모바일 콘텐츠 산업은 무선인터넷 플랫폼의 진화와 함께 콘텐츠 산업의 핵심분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컨버전스가 산업 화두로 등장하면서 영상, 음성, 데이터, 통신, 금융 등 서로 다른 종류의 서비스가 단말기, 네트워크의 제약없이 자유롭게 융합돼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모바일콘텐츠 산업은 현재 핵심 콘텐츠 개발과 무선인터넷 서비스 활성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시점에 도달해 있다. 이를 위해서는 휴대폰 단말기 제조업체와 이동통신사를 비롯해 CP 등이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휴대폰의 대중화와 함께 2000년대부터 급부상한 모바일콘텐츠 산업은 소비자의 수요에 맞춰 트렌드를 쫓아가는 데 급급하면서 지난해부터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무선인터넷 요금, 틀에 박힌 콘텐츠 등 장애 요소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킬러 콘텐츠를 주도적으로 발굴해 시장을 주도해 나가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도 이러한 정체현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또한 콘텐츠 사업자들의 콘텐츠 개발 경쟁력이 사업자들의 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했고 이동통신사업자의 모바일 콘텐츠 사업 방향에 따라 CP들이 움직이는 종속적인 구조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게다가 최근에는 CP들의 핵심 캐시카우인 성인 콘텐츠 서비스를 SK텔레콤이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다시 한번 모바일 콘텐츠 산업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모바일 콘텐츠 산업 규모는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CP들에 지급되는 정보이용료는 무선인터넷 전체 시장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모바일 콘텐츠 시장 중 음악, 동영상,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시장 규모가 7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중심으로 시장을 주도해야 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올해부터 시행된 단말기 보조금 여파로 고성능 단말기 보급이 확산되고 있으며 게임 전용 휴대폰, 영화전용 휴대폰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담고 있는 휴대폰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모바일 게임도 조잡한 구성과 그래픽을 탈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네트워크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가 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어 국내 모바일 콘텐츠 산업은 타 콘텐츠에 비해 시장전망이 매우 밝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일례로 아직 영세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 업체도 고사양 모바일 게임과 흥미만점인 캐주얼 게임을 출시하면서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잘만든 콘텐츠 하나가 시장을 이끌어가는 핵심 경쟁력”이라며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중심으로 개발 역량을 결집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