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지난 5월 유찰됐던 슈퍼컴퓨터 4호기 프로젝트의 제안서 내용을 대폭 바꿔 이르면 내달 재입찰에 나선다. 또 이번 재입찰에는 참여 업체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확실시돼 업체 간 치열한 경합전도 예고됐다.
2일 KISTI 기술도입위원회 등에 따르면 KISTI는 서버와 스토리지, 기반 시설까지 포함한 기존 입찰제안서(RFP)를 △서버·스토리지 부문 △기반시설 부문 △보안 및 네트워크 부문의 3개 RFP로 분리발주하기로 확정하고 컴퓨터 업체들을 상대로 입찰정보안(RFI)을 발송, 의견 수렴에 나섰다. 이에 따라 KISTI는 이르면 내달 중순께 서버와 스토리지 등 컴퓨팅 부문에 관한 입찰을 먼저 실시하고 차후에 기반 시설과 네트워크 사업자 선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이번 프로젝트는 슈퍼컴 공급업체가 기반 시설과 네트워크까지 일괄적으로 수주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기 때문에 3개 부문 분리 구매 방침은 슈퍼컴 4호기 프로젝트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KISTI 측은 “컴퓨터 업체들이 기반 시설 구축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하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분리 구매를 결정했다”면서 “이 방법이 네트워크·전기시설 공급업체 등 제3의 업체와의 가격 협상력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KISTI 도입위원회는 컴퓨팅 부문에서 초병렬 컴퓨팅 시스템(클러스터·MPP) 도입에 295억원, 대용량 컴퓨팅 시스템(공유 메모리 시스템·SMP) 도입에 180억원의 예산 배정을 결정했으며 기반 시설은 전체 예산 600억원 중 100억원 정도로 책정한다는 잠정 계획도 수립했다.
KISTI가 최소 성능치라는 제한 규정을 이번 RFP에서는 없애고 다양한 업체의 참가를 유도해 기술을 비교해 보는 방안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KISTI 측은 “성능치 기준은 없애지 않더라도 메모리·스토리지 비중과 기준을 완화하고 1, 2차 구축 시스템 간 연동일자 등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업체 참여를 적극 유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 입찰에 참가했던 한국IBM·한국HP 외에도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삼성전자도 사업 참여를 확정하고 관련 팀 구성에 나섰다. 또 최근 관계사가 미국 국방연구소에 슈퍼컴을 납품한 유니와이드테크놀러지도 사업 참가를 검토하고 있어 슈퍼컴 4호기 프로젝트의 경쟁은 한층 더 가열될 전망이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