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있는 중소·벤처기업이 목소리를 내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 급변하는 주변 상황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기술력과 혁신 의지로 장래 한국의 IT 산업을 이끌어가겠다는 포부로 일하는 기업들이 있다. 본지는 건전한 IT 중소·벤처기업 문화를 육성하고 기업 간 유대 강화를 위해 지난 2003년에 결성해 3년째 유지, 확대해 나가고 있는 유망 벤처기업들의 IR 모임인 ‘ET클럽’ 회원사 탐방을 통해 묵묵히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기업들을 밀도 있게 조명했다.
★라이트컴
‘PC가 아무리 좋아도 AV 케이블이 없으면 무용지물.’
PC에서 가장 중요한 주변기기가 뭘까. 혹자는 CPU와 주기판 등 내부 부품을 언급할지도 모르지만 사실 PC와 외부 주변기기를 연결하는 케이블(Cable)이 없으면 아무 작업도 못한다.
이런 주요 부품인 케이블만을 20여년 동안 취급해온 회사가 있다. 국내 최대 케이블 제조·유통회사 라이트컴(대표 지희일 http://www.lanstore.co.kr)이 바로 그 주인공.
지난 1990년 설립된 이 회사는 한국 IT 발전상을 직접 몸으로 경험했다. 창업 당시 PC통신이 막 시작되는 등 기존 정적인 PC 환경이 동적인 네트워크로 변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를 간파한 지희일 사장은 전 직장 동료와 함께 서울 을지로에 프린터 공유를 취급하는 회사를 설립했다.
지사장은 “당시만 해도 프린터가 고가여서 사무실에서 이를 공유해 쓰는 경우가 많았다”며 “우여 곡절이 있었지만 관련 시스템을 자체 개발, 이른바 대박을 터트렸다”고 말했다.
프린터 공유기에서 짭짤한 성공을 거든 그는 이듬해 PC 공유기, 모뎀, 키보드·모니터 스위치 개발 등 네트워크 분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또 인터넷이 급속히 확산되던 90년대 중반에는 모니터 연결 케이블, 랜 케이블 등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국내 케이블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이 때문에 1995년에는 전자신문이 주최하는 SEK에 참여해 자체 네트워크 제품을 전시할 정도로 고속 성장했다.
특히, 케이블 시장 진출은 라이트컴을 국내 대표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일조했다. 당시 대부분 회사들이 저가형 케이블을 수입해 단순 유통시키고 있었지만 라이트컴의 생각은 달랐다.
케이블도 사람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브랜드 제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 라이트컴은 99년 독일 랜 전문 업체 레벨원(level one)과 한국 총판 계약을 체결했고 ‘컴스(Comms)’라는 자체 브랜드를 선보였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지 시장은 “당시 저가형 케이블의 경우 AS가 안되는 등 문제가 많아 소비자들이 불만이 높았다”며 “이런 점에 착안해 소비자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케이블 전문 브랜드를 발표(론칭)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라이트컴은 매년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고 수출을 시도하는 등 선두 업체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이 결과 현재 전국에 걸쳐 케이블만을 전문 취급하는 매장이 11개에 이르며, 취급 품목도 점차 늘어 케이블부터 CPU와 카드류를 제외한 모든 PC 주변기기를 판매하고 있다.
특히 네트워크 케이블의 경우 보유 가지 수만 1만여개에 이르러 명실공히 국내 대표 케이블 전문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뿐만 아니라 단순 유통과 함께 자체 개발에 집중해 케이블, 네트워크 장비 등 자체 기술력을 탑재한 제품을 다수 내놓고 있다. 대기업을 제외하곤 국내에서 전선을 생산하는 기업은 손에 꼽힐 정도다.
시장 비중이 커진 만큼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창업 첫 해 500만원 매출을 기록한 라이트컴은 매년 100% 이상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 1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는 국내 AV 시장 확대와 수출에 힘입어 120억원이 넘는 판매액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사장은 “라이트컴 사명이 ‘너와 나 그리고 이 땅을 위하여’”라며 “다소 거창한 것 같지만 결국 너와 나를 위하면 회사와 나라가 발전하고 내가 발전한다는 논리로 이런 성공을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지희일 라이트컴 사장
“사람들이 케이블을 우습게 보지만 이게 없으면 어떤 시스템도 작동할 수 없습니다. 이런 사명감을 앞세워 지난 17여년을 이 분야에만 종사했습니다.”
케이블 및 네트워크 장비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한 지희일 라이트컴 사장은 “케이블이야말로 PC를 구동시키는 처음이자 마지막 핵심 부품”이라며 “네트워크 장비가 없으면 인터넷이라는 매체도 없었다”고 역설했다.
“소비자들이 PC는 비싼 것을 사지만 케이블은 저가형만을 원한다”고 섭섭함을 털어놓은 지 사장은 “하지만 아무리 화질이 좋은 모니터라도 케이블이 이미지를 제대로 전송해 주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그의 ‘케이블 사랑’은 취급 품목에도 드러난다. 국내 유통되고 있는 모든 케이블부터 수익성이 많지 않지만 소비자들이 원할 경우 직수입하기도 해 현재 판매하고 있는 케이블 종류만 1만여개가 넘는다.
지 사장은 “케이블의 중요성이 날로 급증하고 있는 만큼 3년내 300여평 규모로 케이블·네트워크 장비 전용 매장을 낼 것”이라며 “이런 매장이 생길 경우 소비자들이 보다 쉽게 네트워크 장비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해외 진출도 적극 고려하고 있다. 5년전 수출에 나섰지만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던 그는 올해는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 사장은 “자체 케이블 제조 기술을 가진 만큼 올해는 수출이 급증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전시회에도 적극 참여, 라이트컴 브랜드를 널리 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이네임즈
아이네임즈(대표 김태제 http://www.inames.co.kr)는 국내 대표 도메인 등록업체로 차세대 인터넷 주소 자원 분야 및 e비즈니스 토털 솔루션 전문업체로 거듭난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2001년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로부터 도메인 등록 대행 시범운영 사업자로 지정된 이후 국내 kr 도메인 등록 시장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아이네임즈는 창립 2년만에 맞춤형 고객 서비스와 독자적인 도메인 등록 시스템 개발로 국내 최대 도메인 등록 DB 보유 회사로 성장했다.
현재 저개발 국가를 대상으로 국내 도메인 등록 인프라를 진출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네임 서버 구축 및 운영 지원 사업을 펼칠 예정이며 인터넷 주소 관련 기술 기업으로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향후 유비쿼터스 시대 도래에 따른 IPv6와 같은 차세대 인터넷 주소 수요 증가에 대비해 자체적인 인터넷 주소 관련 핵심 기술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도메인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호스팅 서비스에서도 수익모델을 모색하고 있는 아이네임즈는 경쟁이 치열한 호스팅 시장의 후발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대대적인 웹호스팅 서비스 개편을 단행, 동종 업계 최고 용량 제공·맞춤형 고객 서비스 강화·차별화된 마케팅 실시 등 공격적인 시장 공략 전략을 펼친 결과 짧은 시간만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와 함께 주력 사업인 도메인·호스팅 서비스에 이어 홈페이지 제작, 웹프로모션, 웹서버 인증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e비즈니스 토털 서비스 사업을 전개, 인터넷 기반 사업을 준비하는 고객의 만족도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아이네임즈는 국내 kr 도메인 시장의 경우 6개였던 공인 사업자 수가 올들어 27개로 늘어나면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 속에서도 고객 충성도 유지와 안정적인 시스템 운영으로 국내 도메인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9월부터 시행되는 2단계 영문 KR 도메인 체계의 도입이 단순한 매출 성장뿐만 아니라 도메인 전체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초기 시장 확보를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03년 ‘한글.kr’ 도메인 등록이 시작됐을 때도 아이네임즈는 전체 등록 건수의 55%, 공공기관 도메인 85% 이상의 등록율을 기록하며 도메인 업계 1위 기업임을 입증한 바 있다.
이때 축적된 아이네임즈만의 운영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번 2단계 kr 도메인 시장에서도 차별화된 고객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며 내부적으로는 고객 관리 확대, 마케팅 DB 확보, 영업력 극대화 등 역량 강화에 집중할 예정이다.
호스팅 사업의 경우 올해 초 대대적인 개편을 통해 IBM 정품 서버 기반의 웹호스팅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고 서버 전문가로 구성된 서버 관리팀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차별화된 마케팅을 경쟁력으로 삼아 고객의 비용 부담과 취약한 저가 호스팅 서비스로 인한 위험 부담을 덜어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전략이다.이를 발판으로 신규 가입 고객수가 급속히 늘고 있다.
아이네임즈는 과감한 신규 투자와 전략적 사업 운영, 그리고 관련 유관기관 및 경쟁 업체들과의 협력적 관계 정립을 통해 국내 도메인 시장의 근본적인 경쟁력 및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 차세대 인터넷 주소 자원 분야와 e비즈니스 토털 솔루션 분야에서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베테랑 운영진과 연구 인력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차세대 인터넷 주소 자원 관련 핵심 기술 연구를 위해 끊임없이 기술 인력 확보 및 조직 구성을 보강하고 있다.
◆인터뷰-김태제 아이네임즈 사장
“도메인은 공공재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공익성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전개할 계획입니다.”
김태제 아이네임즈 사장은 공익적인 책무를 잊지 않는 모범 기업으로 아이네임즈를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 20여년간 수원유선방송 및 케이블방송사의 대표이사로 재임한후 2004년 12월부터 아이네임즈를 이끌고 있다.
김사장은 “방송 서비스의 근본을 이루는 케이블과 마찬가지로 인터넷의 인프라를 구성하는 도메인 분야에 흥미를 느껴 아이네임즈에 합류했다”며 “웹서비스 시스템의 대대적 개편, 내부 경영 정책 혁신 등 원칙 중심의 경영과 기술 혁신에 적극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초 kr도메인공인기업협회 초대 협회장에 선임돼 도메인 시장의 문제점, 시장 악화 요인 타파 등을 위해 정보통신부, 한국인터넷진흥원, 과학기술정보위원회 등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도메인 시장이 공인 등록 사업자 확대와 영문 2단계 도메인 개방 등으로 인해 다시 한번 전환기를 맞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는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밝힌 김사장은 “기술 경쟁력과 철저한 고객 관리, 차별화한 마케팅을 통해 승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