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과 ­한국HP의 상반된 유통 정책에 x86 서버시장 요동

 한국IBM과 한국HP의 서로 다른 유통 정책이 x86 서버 판매량을 가르는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한국IBM은 유통 이윤을 내세워 협력사 대거 영입 전략을 펼친 데 비해 한국HP는 최소의 협력사를 활용해 직접 판매에 가까운 유통 전략을 내놓으면서 두 회사의 x86 서버 매출과 수익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x86 서버는 전형적으로 유통에 의존하는 제품이어서 두 회사의 엇갈린 정책에 따라 시장 점유율도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인다.

 ◇한국IBM, 한국HP 바뀐 ‘두 얼굴’=한국IBM과 한국HP는 올해 들어 유통 전략을 새로 수립했다. 유통 채널이 취약했던 한국IBM은 리셀러 영입에 공격적으로 나선 반면에 x86 서버 업계에서 탄탄한 유통망을 확보한 한국HP는 오히려 ‘직판성’ 영업을 강화한 것.

 한국IBM은 x86 서버 매출의 최대 10%까지 이윤을 챙겨주고 최근 채널 대상 행사에서 김치냉장고 등을 경품으로 내걸기도 했다. 총판만 이용하던 커뮤니티 사이트 ‘파트너 월드’도 개방했다. 한국IBM 측은 “지난해 LG전자와의 협력 관계가 청산된 후 HP 유통 모델을 유심히 살펴 이를 적용하는 데 가장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컴팩을 인수하면서 대규모 유통망을 이미 확보한 한국HP는 여러 채널을 통한 유통 판매보다 채널 1, 2개를 통한 직접 판매에 힘을 쏟고 있다. 유통 구조를 단순화해 수익 구조를 탄탄하게 하겠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총판 이윤 폭을 줄이고 고객사에 직접 제품을 공급하는 채널(파이널 티어)에 이윤을 더 챙겨주고 있다.

 ◇리셀러 ‘윈백’ 바람 거세다=한국IBM의 공격적인 유통 정책은 일단 리셀러 영입 수로 나타나고 있다. 이 회사는 x86 서버 리셀러가 지난해 초 200개에서 최근 800개로 크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리셀러를 윈백한 업체 중에는 주로 한국HP 제품군을 취급하던 업체가 70∼80%를 차지했다. 서버 팩토리·인디넷·앤네트정보통신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에 한국HP는 1웨이 서버 1종을 직판형 모델(파트너 다이렉트)에서 총판 모델로 돌리는 예외적인 경우가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직판 성격이 강한 유통 정책을 펼치다 보니 총판의 직접 판매 금지 정책도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

 총판 업체도 영업 현장에 나서면서 채널과 경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한국HP의 한 총판 업체는 “한국IBM 채널 영입 확대에 대비하고, 한국HP의 직접 판매 확대 전략에도 대응해야 하는 이중 숙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과연 승자는?=두 회사의 유통 정책은 x86 서버의 잠재 시장인 중견·중소기업(SMB) 시장에서 승부가 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IBM이 확대한 리셀러를 내세워 그동안 공략하지 못했던 SMB·소호·틈새 시장을 가져온다면 시장 점유율이 확실히 올라가기 때문.

 그러나 적정 수준 이상의 리셀러 영입으로 리셀러 경쟁이 가속화한다면 유통 수익 구조가 악화되고 장기적으로 늘어난 채널이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일단 한국IBM의 분위기는 좋다. 한국IBM은 지난 1분기 한국HP 시장 점유율을 33∼34%대에서 29%대(대수 기준)로 끌어 내리며 점유율 차이를 10%까지 좁혔다.

 이경봉 한국IBM 본부장은 “빅딜이 없어도 판매가 늘고 있다”면서 “소형 리셀러를 대거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채널 지원이 한시적이라는 분석도 있는데 x86 서버 시장 1위를 위해 수익이 아닌 공격 위주의 채널 정책을 계속 펼치겠다”며 “내년 후반쯤에는 HP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한국HP 측은 “한국IBM 점유율 증가는 채널 확대보다는 1웨이 서버 공급 증가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한국HP도 새롭게 출시한 1웨이 서버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600∼1000% 이상 늘고 탄탄한 기존 리셀러망에 힘입어 점유율 30% 중반대에 재진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현정·황지혜기자@전자신문, dreamshot·got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