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유통가에 ‘물류 다이어트’ 열풍이 거세다. 창고 운영비와 재고 리스크를 줄이려는 실험이 한창이다. 소비자 주문에 맞춰 실시간으로 생산하고 배송하는 ‘무창고 물류제도’까지 등장할 정도다. ‘물류 거품빼기’는 소비자 기호 변화에 바로 대응하는 생산라인의 유연화도 불러오고 있다. 배송 사이클도 덩달아 짧아져 고객만족(CS) 효과도 만만치 않다.
◇창고를 없애자=삼성전자는 올들어 업계 최초로 에어컨 공급망체계(SCM)을 ‘사전 생산’에서 ‘수시 생산’으로 전환했다. 계절가전의 대표격인 에어컨의 경우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 주문량이 폭주해 6월 이전에 생산을 끝내는 것이 업계의 관례다. 삼성전자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모험을 단행한 것은 물류 비용절감 효과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전에 생산할 경우 유통망에서 창고 운영비가 적지 않은데다 판매가 저조할 경우 재고 부담도 만만치 않다”며 “수시 생산체제로 전환하면서 유통 재고가 작년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곧바로 물류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LG전자는 TV, 세탁기, 청소기 등 비계절가전에 한해 ‘무창고 물류제도’를 운영중이다. 전국 판매점에서 오후 4시까지 소비자들의 주문을 받으면 공장에서는 이를 오후 7시까지 생산하고, 다음날까지 가정이나 판매점으로 바로 배송해주는 방식이다.
하이마트는 최근 가전업체와 공동으로 ‘상호공급기획예측(CPFRㆍCollaborative Planning Forecasting and Replenishment)’ 프로그램 모델 도입을 검토중이다. CPFR이란 제조사와 유통기업이 함께 판매물량을 예측하고 물량 수급을 조절해 재고 비용을 최소화하는 프로그램이다.
◇빠른 배송경쟁도 ‘점화’=창고 비용 줄이기는 배송 시간 단축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독일월드컵에 맞춰 디지털TV에 적용했던 익일배송제를 세탁기, 냉장고 등 생활가전으로 조금씩 확대하고 있고, LG전자도 당일 생산한 제품을 밤새 전국 각지로 배송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수요예측·생산능력 등도 업그레이드 되는 양상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정확한 수요예측이나 생산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주문 당일 생산해 배송하는 무창고 물류제도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병수 하이마트 상무는 “요즘에는 소비자 기호 변화가 빠르고, 디자인과 기능이 다른 다양한 제품이 경쟁하면서 재고 발생 가능성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라며 “물류 사이클 단축은 시장환경 변화에 민감한 제조혁신을 불러오는 등 긍정적인 파급력이 많아 제조업체들도 적극적으로 도입에 나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