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프트웨어(SW)의 정체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계 메이저 SW업체들이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하며 중견·중소업체와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대형 업체들이 불황 타개책으로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 영업 등 규모의 경제를 앞세우며 강력한 영업 드라이브를 걸면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한국마이크로소프트·한국오라클 등은 지난해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며 분위기를 쇄신한 것도 실적 개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계 메이저 SW업체, 실적 업그레이드=국내 SW업계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대표 유재성)는 2006 회계연도(2005년 7월∼2006년 5월)에 처음으로 매출 3000억원을 돌파했다. 최근 5년가량 2500억∼2700억원에서 매출 정체 현상을 보였던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유재성 체제 출범 이후 개발툴 등 다양한 신제품 출시와 강력한 마케팅으로 실적 개선을 이끌어냈다.
한국오라클(대표 표삼수)도 실적 개선에 크게 고무됐다. 한국오라클은 2006 회계연도(2005년 6월∼2006년 5월)에 사상 최고 수준인 2200억∼23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보다 무려 500억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며 2년 만에 매출 2000억원 선을 다시 회복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한국오라클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를 밝힐 수는 없으나 실적이 크게 호전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한국오라클은 CEO 교체 후 첫 회계연도에서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 CEO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SAP코리아(대표 한의녕)도 10% 안팎의 성장세를 지속하는 중이다. 권우성 SAP코리아 본부장은 “본사 방침으로 구체적인 실적을 공개할 수 없으나, 분기별로 목표 매출은 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SAP코리아는 12월 회계법인이며 올해 상반기까지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1월 회계법인인 오토데스크코리아(대표 남기환)는 상반기(2∼7월)에 작년 동기 대비 30% 이상 성장한 것으로 잠정집계했다. 이런 추세라면 오토데스크코리아는 2007년 회계연도에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 800억원 안팎의 매출을 기록했다. 오토데스크코리아는 지난 5월 오토데스크데이 행사에서 전 협력사 성장을 통해 올해 40% 이상 매출 성장을 목표로 밝힌 바 있다.
◇불황 타개 공격경영 주효=국내 SW 시장 불황 속에도 메이저업체들이 좋은 실적을 거둔 것은 불황 타개를 위한 공격경영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메이저업체들은 최근 2∼3년간 국내 SW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어려움에 처하게 되자, 윈백 등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구사했다.
권찬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이사는 “지난 회계연도에 본사로부터 마케팅 비용 등을 앞당겨 지원받으며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오라클은 지난해 자사를 겨냥한 한국IBM 등 주요 SW업체의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과 전사자원관리(ERP) 윈백 마케팅에 맞서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구사한 결과,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하게 됐다. SAP코리아와 오토데스크코리아도 국내 시장에 대한 영업 전략을 수성 모드에서 공격 모드로 전환하면서 실적 개선을 이끌어냈다.
◇SW 양극화 심화될 듯=이에 비해 매출 5위권 밖의 SW업체들은 이렇다 할 실적 개선을 이루지 못했다. SW 시장 특성상 상반기가 전통적인 비수기인데다 상위권 업체들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상대적으로 나머지 업체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SW업체 매출 순위 기준으로 상위 5개 업체와 나머지 업체 간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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