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등 게임산업을 만들자]1부:세계경영 전진기지를 가다⑨중국(상)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 2위로 급부상한 더나인 부스에서 중국 게이머들이 엔씨소프트의 ‘길드워’를 즐기고 있다.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 2위로 급부상한 더나인 부스에서 중국 게이머들이 엔씨소프트의 ‘길드워’를 즐기고 있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한·중·미 3국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전망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수년간 지속돼온 정부 차원의 자국 게임 산업 중흥 드라이브에 따라 온라인게임 산업의 덩치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시장내 주도권도 중국산 게임 위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최근 중국내 게임 업체의 시장 지배력 순위 변동을 보면,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이 어떤 추세로 바뀌고 있는지가 극명히 드러난다. 2002년부터 불기 시작한 한국산 온라인게임 열풍을 타고, 이후 4년여의 황금기를 구가했던 샨다네트워크는 요즘 시장 순위가 많이 밀려있다. 3위 조차 위태로운 상황이다.

 한국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미르의 전설2’를 서비스 하면서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했고, 그 덕에 미국 나스닥에까지 상장하는 영광을 누렸다. 이후 넥슨의 ‘비엔비’ ‘메이플스토리’를 서비스 하면서 ‘한류 신화의 제조기’란 별칭을 얻기도 했다.

 그런데, 그 신화가 무너지고 지금은 1위 자리에 넷이즈(163.com)가 올라서 있다. 넷이즈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그동안의 온라인게임 서비스 물길을 완전히 돌려놓았다는 점이다. 한국산을 중심으로한 외산 온라인게임의 퍼블리싱을 버리고, 철저한 자기 개발의 자국산 온라인게임 중심 전략을 펴나갔다.

 중국 정부의 의지와 딱 맞아떨어지면서, 넷이즈가 개발해 서비스하는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 ‘멍환시여우(몽환서유)’는 지난 5월 중국 온라인게임 서비스 사상 최대 동시접속자수 기록인 131만명을 기록하며 철옹성 같던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를 제치고 시장 1위에 올라섰다.

 중국 문화부는 ‘몽환서유’를 ‘미성년자에게 권장하는 온라인게임’으로 선정해, 힘을 실어줬다. 그리고 넷이즈는 샨다보다 더 당당히 나스닥 무대를 밟으며, 돈방석까지 꿰찼다.

 딩 레이 넷이즈 창업자 겸 CEO는 최근 ‘차이나조이2006 콘퍼런스’에서 “중국인들이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온라인게임은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며, 이것은 중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차가 중국차인 것과 마찬가지”라며 자국산 게임 개발 및 서비스에 집중할 뜻을 재천명하기도 했다.

 샨다와 넷이즈의 자리바꿈과 뒤바뀐 운명은 한국 온라인게임의 중국내 입지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대변해준다. 한국산 온라인게임도 중국의 입맛에 맞게 바뀌지 않으면, 완전히 설땅을 잃어버릴 수 있는 중차대한 시기다. 넷이즈의 무서운 성장이 얼마나 두려운 변화의 징후인지를 한국산 온라인게임 업계는 직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온라인게임 시장 자체의 규모에서도 올해안에 한국을 따돌릴 전망이다. 중국 인터넷 시장조사기관인 ‘아이리서치(iResearch)’는 올해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이 지난해에 비해 28%나 급성장한 9억7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년대비 19% 늘어난 9억6000만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 시장 규모를 넘어서는 수치다.

 아이리서치에 의하면 중국은 오는 2010년까지 지속적으로 두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하며 17억9000만달러까지 덩치를 키울 것으로 예상되며, 반면 한국은 오는 2010년 12억9000만달러로 양국 사이에 5억달러 규모의 격차가 만들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중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은 내부 형질에서부터 규모까지 모든 것이 한국 게임 산업에 위협적인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달말 상하이에서 열린 ‘차이나조이2006’은 정부와 업계가 공히 나서 중국 자국 게임의 발전상을 맘껏 과시한 장이기도 했다.

 넷이즈, 더나인, 샨다, 킹소프트 등 중국 선도 업체들은 한국산 온라인게임을 흥행 면에서 이용하는 대신, 각자의 ‘히든 카드’는 자국 게임으로 갖고 있다.

 게임 개발 전문가들은 한국이 그토록 자신하는 개발력에서도 2∼3년의 격차가 6개월∼1년 정도로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진단한다. 2D 게임인 ‘몽환서유’의 사례가 말해주 듯 한국이 3D에 올인하는 사이, 사실상 중국인 정서에 맞는 2D 기술은 중국이 오히려 앞서가고 있는 상태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한국기업이 살길

 콘텐츠·브랜드·현지화로 승부걸자

 한국산 온라인게임이 중국 시장에서 옛 명성과 지배력을 회복하고, 가장 중요한 ‘돈’까지 벌기 위해서는 △콘텐츠 △브랜드 △현지화 등 3개 전략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콘텐츠는 얼마나 중국인 입맛에 맞는 게임을 만들어내느냐다. 중국 정부는 물론 이용자들의 생각도 ‘중국인들을 위한’ 게임이 나오기를 원한다.

 이르면 올 하반기 중국 시장에 서비스될 예정인 웹젠의 ‘일기당천’은 좋은 본보기다. 캐주얼 무협물을 표방한 ‘일기당천’은 웹젠의 중국 현지 개발 스튜디오 작품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중국 시장에 서비스 타깃을 맞춘 게임인 만큼, 중국 개발자들 손으로 중국에서 만들겠다는 것이다. 중국인으로부터 선택 받기 위한 콘텐츠는 담겨진 생각까지도 그들과 같아야 한다는 점이다.

 브랜드 측면에선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가 좋은 선례를 닦아가고 있다. 이번 차이나조이2006에 ‘창천’ ‘청인’ 등의 신작을 공개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박관호 위메이드 사장은 중국 게임 이용자들에게 신적인 존재로 통한다. ‘미르의 아버지’로 불리는 박 사장이 개발한 작품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수백만명의 골수팬들이 따라 붙을 정도다. 앞으로 나올 ‘창천’ 등도 이런 ‘메이드 바이(Made by) 위메이드’라는 브랜드 전략으로 시장 승부를 건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현지화에 있어 넥슨의 예가 모범 사례다. 개발 스튜디오를 따로 두지 않고, 모두 퍼블리셔를 통해 현지화를 진행하지만, 지금까지 선보인 ‘비엔비’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카트라이더’ 등 4개 게임이 모두 성공적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비엔비’는 지난 2004년 동시접속자수 70만명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고, ‘카트라이더’는 반년도 안돼 동시접속자수가 60만명을 넘어 고속행진 중이다. 물론 국내외에서 이미 성공 기반을 쌓은 게임들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국 시장 안착도 용이했을 것이다. 하지만, 철저한 현지화와 이용자의 요구에 맞는 재가공이 없었다면 도저히 일궈낼 수 없는 성과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