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IT유통 메카를 향한 개혁 `용산 2010프로젝트`

아시아 IT유통 메카를 향한 개혁 `용산 2010프로젝트`

 용산전자상가를 살리기 위한 이른바 ‘용산 2010프로젝트’가 추진되면서 용산이 ‘IT 유통 1번지’라는 옛 명성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IT 강국의 강점을 십분 활용할 경우 일본의 ‘아키하바라’, 중국의 ‘중관춘’ 등 유명 전자상가를 능가하는 ‘아시아 최대 IT 유통 메카’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용산 르네상스’가 상우회 등 상인들이 자기 반성을 선언하고 주도한다는 점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한때 시장 규모가 연간 15조원에 육박했던 거대 유통 시장이 부활하면 용산 지역은 물론이고 국가 경제에도 파급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유통이 살아나면 제조업도 덩달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모처럼 마련된 ‘용산 살리기 운동’에 정부와 기업도 적극 힘을 보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용산 2010프로젝트는 용산전자상가의 퇴조가 뚜렷해지는 위기감이 점점 고조되는 것에서 비롯됐다.

 용산전자상가에는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4000여개의 점포가 입점해 국내 IT·가전 유통시장을 거의 주도하다시피했다. 하지만 국제외환위기(IMF) 이후 급속한 내리막길을 걸어 현재 점포수는 전성기보다 무려 30% 이상 줄어든 상태다.

 이는 서울은 물론이고 지방 곳곳에 대형 유통 상가가 경쟁적으로 개발되고, 인터넷 쇼핑몰 등 신유통이 등장하는 등 유통시장 환경 급변이 직격탄이 됐다. 여기에 탈세, 비정품 판매 등이 난무하면서 용산 상인들이 이른바 ‘용팔이’로 비하되는 등 이미지마저 추락해 용산 몰락은 가속화됐다.

 지난 2004년 동양 최대 전자 복합상가를 표방하며 출범한 현대아이파크몰(옛 스페이스나인)이 개장 당시 3만3000평에 이르던 전자 매장을 3분의 1(1만1000평)로 줄인 것은 용산의 퇴조를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이덕훈 용산전자단지조합 이사장은 “한때 용산 하면 IT 제품을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유통메카를 떠올렸지만 지금은 용산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속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는 사람이 적지 않을 정도”라며 “상인들도 수년 내 모든 상가가 폐허화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용산이 서야 유통이 산다=용산전자상가의 퇴조는 당장 용산 지역과 국가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10조원을 넘는 유통 시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용산의 몰락이 단지 유통에만 국한돼 있지 않고 제조업체와 동반 몰락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배수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다양한 IT 신제품의 데뷔 무대 역할을 해온 용산전자상가의 몰락은 대기업에 비해 활로가 적은 중소 제조업체들에 적잖은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내수 시장이 작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MP3플레이어·디지털TV 등 중소 제조업체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기업도 나서야=용산 2010프로젝트는 우선 상인들의 자정 캠페인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비정상적인 상행위를 근절하고, 품질보증·AS 등 서비스 품격을 높여 이미지 쇄신에 앞장선다는 것이다. 또 상가 시설주와 합심해 노후화된 판매시설을 리모델링하고, 각종 문화거리 등 테마 공간을 조성해 이탈한 고객들을 다시 용산으로 불러 모으겠다는 구상이다.

 상우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추진협의회는 이 같은 혁신 노력을 5년간 꾸준히 밀어붙이면 용산전자상가가 젊은이들의 IT 전문 현장 학습장이나 실습장으로도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용산 거듭나기 프로젝트가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들의 노력도 보태져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중소 제조업체들이 아예 용산전자상가에 입주하고 실험적인 IT 신제품을 바로 용산에서 시판하는 제조와 유통의 유기적인 협력 모델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덕훈 이사장은 “중소업체들의 복잡 다양한 IT 컨버전스 제품의 개발과 판매 실험이 용산을 주무대로 이뤄질 경우 복합 IT 체험 공간으로서 용산은 급부상할 것”이라며 “용산 하우스 브랜드인 ‘예스원’을 부착해 수출까지 가능한만큼 관계 당국·제조업체들과 적극적으로 협력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