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소프트웨어(SW) 자체에 특허를 줘야 한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허청은 특허가 부여되는 ‘물건’에 컴퓨터 프로그램을 포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법(안)을 마련했다. 종전에 CD롬 등 매체기록 형태만으로 이뤄지던 프로그램 거래가 최근엔 네트워크상에서도 보편적으로 이뤄지면서 권리자를 보호할 대안이 필요하다는 게 그 배경이다. 하지만 독점, 배타적 권리를 갖는 특허권을 SW 자체에 부여하면 국내 SW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자금력을 앞세운 대기업들이 소스와 관련된 특허 출원을 선점할 경우 후발·중소기업들의 개발 입지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SW 특허 부여 논쟁을 둘러싼 이슈와 파장을 3회에 걸쳐 긴급 점검한다.
특허청이 매체에 기록되지 않은 프로그램(소프트웨어·SW)도 특허 청구항에 포함할 수 있는 법적 기반 마련작업을 본격 추진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국내에도 SW 자체에 대한 특허부여 여부에 대한 논의가 수면으로 떠올랐다. 개발자의 권리허용범위를 확대해 권리를 명확히 하겠다는 특허청과 SW대기업의 주장에 대해 공개SW와 중소SW업체는 SW개발 입지를 더욱 협소하게 하는 처사라며 반대 주장을 펴고 있다.
김동엽 특허청 컴퓨터심사팀 서기관은 “특허청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SW 자체를 특허 청구항으로 기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추진중”이라며 “이미 특허부여 대상과 제도개선안도 마련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9월과 10월에 SW업계가 참여한 가운데 이 같은 제도개선안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늦어도 내년에는 관련내용에 대한 입법 작업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전문가들로 태스크포스를 구성, 1년 동안 이 분야의 해외사례와 국내 사정을 분석했고 이를 토대로 이 같은 방침을 확정했다고 그는 강조했다.
실제로 특허청은 최근 특허법 개정안을 마련, 관계 부처에 검토를 요청했다.
개정안은 특허법 제2조 제3호의 가목을 기존 ‘물건’에서 ‘물건(프로그램 등을 포함한다)’으로 바꾸는 것이 골자로 특허법상 ‘프로그램 등’이 ‘물건’에 포함됨을 명확히 규정했다. 또 특허법상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매체에 기록되지 않은 프로그램도 청구항에 포함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특허법 실시규정 중 ‘양도 또는 대여’에 ‘정보통신망을 통한 제공을 포함한다’는 규정을 추가, ‘프로그램 등’이 인터넷 등에서 양도 또는 대여되는 경우도 특허 침해가 성립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시했다.
이 같은 특허청의 움직임은 컴퓨터 프로그램의 최종 특허보호단계, 즉 컴퓨터 프로그램 그 자체를 특허대상물로 허용할 시기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컴퓨터 프로그램 관련 발명을 특허로 인정하기 위한 심사기준은 1984년 제정돼 그 후 개정을 거쳐 지금까지 ‘방법’과 ‘컴퓨터 프로그램을 기록한 매체’로까지 발전돼 왔다. 이제는 매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프로그램을 특허로 보호 청구해도 이를 인정하자는 취지다. 특허청은 IT와 컴퓨터 프로그램의 유통형태가 급속하게 변화함에 따라 프로그램 개발자를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논리에 특히 힘을 싣고 있다.
김성배 특허청 컴퓨터심사팀장은 “지난달 개최된 ‘컴퓨터프로그램 관련 특허제도 개선 설명회’에서 실시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적어도 10명 중 8명(소프트웨어 업계 61.1%, 변리업계 93.3%, 기타 관련단체 73.3% 등 전체 82%)이 컴퓨터프로그램 청구항이 특허로 허용돼야 한다고 밝혔다”며 “찬성한 사람 중 85%는 2∼3년 내에 시급히 새로운 제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응답, 제도개선이 시급함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허정훈 변리사는 “미국과 일본은 일정한 발명 요건을 갖춘 컴퓨터프로그램 청구항에 대해 특허로 인정하고 그 대상도 확대하는 추세”라며 “인터넷을 통해 컴퓨터 프로그램이 손쉽게 다운로드되고 매체 없이 상품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현실을 고려할 때 단순히 매체에 기록된 컴퓨터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의 특허보호를 거절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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