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차이나조이2006` 결산

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상하이 신국제박람센터에서 열린 중국 최대 게임 전시회 ‘차이나조이2006’은 아시아 온라인게임 시장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종주국 한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전히 맹위를 떨쳤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이 자국에서 직접 개발한 게임을 대거 공개하고, 일본의 유명 업체들도 다수의 신작을 출품하며 온라인게임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직접적으로 표명하는 등 중국과 일본의 협공이 시작됐음을 입증했다.

전체 13억 인구 가운데 약 10%가 인터넷 인구이고 이 가운데 약 7000만명이 게이머라는 중국 시장을 둘러싸고 한·중·일 동북아 3국의 포성없는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중국 상해에서 네번째로 열린 ‘차이나조이2006’은 향후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 뿐만 아니라 아시아 시장의 주도권을 어느 나라가 장악하느냐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무엇보다 중국의 부상이 두드러졌다. 전체적으로 작년보다 참가업체수가 크게 줄었으나, 중국의 출품업체는 60%가량 늘어난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중국의 대형 퍼블리셔들이 여전히 한국산 제품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등 ‘게임코리아’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무협 MMORPG에 집중하고있는 중국 굴지의 퍼블리셔 나인유는 ‘익스트림사커’ ‘오디션’ ‘크레이지라이더’를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크레이지라이더’는 넥슨의 ‘카트라이더’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작품으로 행사에 참가한 국내 관계자들의 발길을 묶었다. 그러나 ‘크레이지라이더’는 게임플레이와 인터페이스, 캐릭터 디자인이 ‘카트’와 트흡사한 부분이 많아 표절 의혹을 벗어나긴 힘들어 보였다.

더나인은 ‘썬’ ‘길드워’ ‘헬게이트 런던’ ‘그라나도에스파다’ 등 한국과 미국의 선이 굵고 무게감이 있는 블록버스터 MMORPG를 대거 전시해 많은 호응을 얻었다. 특히 빌로퍼사단이 개발중인 ‘헬게이트 런던’에 대한 관심은 현지서도 매우 뜨거웠다.

중국 최대 게임업체에서 위상이 많이 흔들리고 있는 샨다는 이번 차이나조이에선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미르의 전설 2’ ‘신영웅문’ ‘포트리스 2’ 등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작품들만 소개해 관람객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졌다. 여기에 ‘비엔비’와 ‘메이플스토리’ 등 특별한 작품이 거의 없어 최근 샨다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업계의 소문을 간접적으로 증명했다.

광통은 ‘이브 온라인’과 ‘컴온베이비 온라인’ 등으로 호응을 얻었으며, 별도로 마련된 홍콩 부스에서는 자체 개발한 카드배틀게임과 축구게임 ‘영웅당’을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이 외에 광동티안유가 EA가 퍼블리싱하는 한국게임 ‘테일즈런너’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며, 많은 중국의 중소개발사들은 제각기 다양한 작품들을 전시했다. 그러나 중국게임들은 대부분 무협이라는 소재와 MMORPG라는 장르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해 기획력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러나, 현지 전문가들은 앞으로 중국의 성장을 예의 주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현지 한 퍼블리싱 관계자는 “이번 차이나조이를 통해 중국 게임의 그래픽 등 기본 기술이 얼마나 향상됐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며 “비주얼만 놓고 보면 1∼2년내 한국 작품들과 완전히 동등한 수준까지 올라 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이에 비해 우리나라 업체들은 온라인게임 강국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싸이더스가 ‘RC 온라인’, ‘파천일검2’, ‘슈퍼잼’, ‘블레이즈’를 공개했는데, 특히 ‘블레이즈’는 ‘WOW’를 따라잡겠다는 목표로 미려한 그래픽과 플레이를 선보여 국내외 관계자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올해 첫 차이나조이에 참가하는 싸이더스는 이를 계기로 게임 퍼블리셔로서의 면을 확고히 함과 동시에 중국시장 공략을 본격화 할 계획이다. 웹젠은 기획 당시부터 중국을 겨냥한 ‘일기당천’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게임은 지난 E3때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위메이드 역시 ‘창천’ ‘카일라스’ ‘NED’ 등 신작을 발표했다. ‘창천’은 특히 ‘일기당천’과 타깃층이 동일한 작품으로 이 두 게임은 앞으로 중국에서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또 엠게임은 아워게임과 ‘귀혼’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으며 앤채널은 ‘아크로엑스트림’으로 미국의 가라넷과 수출 계약을 맺는 등 한국업체들은 많은 실적을 올렸다. 한편 통신업체들의 게임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모토로라가 대형부스를 마련, PDA 게임을 발표했으며, 중국 최대 통신사 화위 역시 컨퍼런스에 참가해 앞으로 게임에 대한 전략을 발표했다.이번 차이나조이를 통해 드러난 점은 바로 일본 업체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이다. 오랜 기간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 공략을 위해 준비했던 일본은 다양한 신작을 선보였다. 세가차이나가 파트너 DEA와 ‘센무 온라인’의 부활을 공식 발표했으며, 동시에 한편의 온라인레이싱게임을 소개했다. 초대형 범선으로 부스를 제작한 코에이는 ‘대항해시대 온라인’으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한눈에 모았다.

코나미는 참가한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콘솔 작품과 업소용 아케이드 게임만 들고 나왔으나 ‘위닝일레븐’ 등 대부분이 작품들은 관람객들에게 커다란 인기를 얻어 가능성을 증명했다. 또한 일본 업체들은 물밑 작업을 치밀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한 현지 관계자는 “최근 일본 업체들은 파트너를 중국에서 물색하고 외주 등 다양한 방법으로 온라인게임에 대한 야욕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 보다 중국 개발자들을 교육시켜 더 큰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 업체들의 이러한 모습은 중국의 반일 감정을 의식한 것이며 동시에 한국 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인 포석”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한국의 독주는 막을 내렸다”면서 “중국과 일본의 협공이 한국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며 “여기에 북미 게임명가들도 호시탐탐 중국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 앞으로 더욱 피말리는 경쟁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나.

▲98년부터 2000년 사이는 대만 업체들이 중국으로 진출해 개발과 운영을 했으나 대부분 실패했다. 그러다 2001년부터 2002년 상반기까지 선불카드가 등장하면서 게임업체들이 돈을 벌기 시작했고 많은 성과가 있었다. 특히 2002년 하반기부터 2005년 사이에 초고속망(ADSL)이 전국에 깔리기 시작하고 온라인 결제가 가능해지면서 급성장세로 돌아섰다. 샨다가 한국게임을 수입해 엄청난 회사로 성장하면서 비전을 증명했다.

- 올해 중국시장을 전망하면.

▲2006년에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동안 급속한 성장세라면 올해는 그야말로 완벽한 수직 상승세다. 많은 게임 회사들이 설립됐고 자체 개발사도 많이 늘어났다. 2002년 시작된 투자가 이제 꽃을 피우고 있는 것 같다.

-중국과 한국의 격차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2002년까지는 중국 자체 개발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올해부터 엔진이나 기술에서 유사한 수준까지 접근한 것을 이번 전시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직 원화의 퀄리티에서 많은 차이가 있고 기획도 한국이 훨씬 앞서 있는 사실이지만, 그래픽 코딩은 큰 발전을 이뤄 거의 동등한 비주얼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따라왔다.

- 중국이 한국과의 격차를 줄인 이유는.

▲대만의 게임 업체들이 중국으로 넘어 오고 일본 회사들이 중국으로 진출하면서 게임의 기술과 교육에 대해 많은 부분을 투자한 덕택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3년이면 한국과 동등한 수준까지 올라갈 것이라 확신한다.

- 중국 시장을 주도하는 게임은.

▲이제 중국도 최고 중의 최고가 아니면 살아 남기 힘들다. 현재 ‘WOW’와 ‘카트라이더’가 가장 주목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최고의 게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크로엑스트림’도 온라인 레이싱게임의 새로운 시도를 보여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