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 모씨(31)는 며칠 전 휴대폰으로 날아온 메시지를 받고는 하던 업무를 잠시 멈춰야 했다. 1566-XXXX(○리머니, 24시간 안전한 거래 보장)이라는 뜬금 없는 내용이었다. 뭘까 궁금해서 전화를 걸어본 김씨는 상대측으로부터 “어떤 아이템이 필요하며, 어떤 머니를 얼마 정도 구매하시겠어요?” “아니면 어떤 아이템을 몇개나 팔 생각이세요?”라는 질문을 거푸 받았다.
속칭 ‘머니상(불법적으로 사이버머니를 모아 환전하는 수법으로 이득을 챙기는 자)’들은 지금 현재도 각 게임포털의 서버를 돌아다니며 악덕광고를 이용자들에게 뿌려대고 있다. 지난 1일 아이템베이 등 주요 아이템거래 사이트들이 게임포털의 웹보드 게임머니 거래를 중단하자 전화·ARS·휴대폰 메시지·사이트 개설을 통한 편법 거래가 오히려 활개를 치고 있다. 워낙에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어 실질적으로 단속의 손길은 전혀 미치지 않고 있다. 기업형으로 운영되는 ○리머니 같은 경우 24시간 직원을 상주시켜 전화를 거는 고객에 응대하며 거래를 주선하고 있다. 이들은 거래금액의 대략 15% 선을 선차감한다.
아이템 거래 중개가 금지되자 이른바 기업형 머니상들이 직접 사이트를 개설해 거래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실제로 ○이템고수(http://www.***gosu.co.kr), 아이템○키(http://www.item****y.co.kr), ○상머니(http://www.5○1.co.kr), 타○머니(http://www.****ja.co.kr) 등의 사이트는 6일 현재까지 버젓이 게임머니 거래를 계속하고 있다.
앞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1566, 1544 등 전국 공통전화 번호를 이용해 선량한 서민을 유혹하는 경우도 빈발하고 있다. 이들은 “게임중에 현금거래를 암시하는 메시지나 통지를 절대 하지 말고, 무조건 전화를 이용해 의견 표시를 한 뒤 거래를 하라”고 계정이 박탈되지 않는 방법까지 소상히 가르쳐준다.
이들 머니상이 사이버머니를 모으는 대표적인 방법은 보통 게임포털별로 1개의 주민등록번호로 1∼3개의 계정을 만들 수 있도록 한 허점을 노려, 타인 주민번호로 계정을 만들어 머니를 키우고 빼가는 방식이다. 올 초 사회적 문제가 됐던 명의 도용도 이 같은 목적에 의해 피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이런 행위를 근절하지 않는 한 언제든 또 터질 수 있는 상황이다.
몇몇 사이트의 자발적인 거래 중지만으로는 기업형 게임머니 거래 근절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된만큼, 검·경 사법당국과 해당 부처의 직접 개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특히 IP차단이나 휴대폰 메시지 제한 등 관련 인프라 차원의 단속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 게임포털업체 사장은 “불법행위를 색출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하는 데만 연간 수십억원이 들어가고 있다”며 “해킹·명의도용 등의 문제는 물론이고 게임산업의 비용구조 개선을 위해서라도 기업형 머니 거래행위는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