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방융합, 새로운 10년을 준비한다]제6부:세계는 이미 빠르게 변하고 있다(5)

OECD 정보통신정책위원회(ICCP)가 융합 시대에 맞춰 수평적 규제체계로의 전환을 권고한다. 통신과 방송의 구분이 아닌 전송과 네트워크로 나눠 경쟁을 활성화하고 규제를 효율화시켜야 한다는 것. 최근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된 OECD 스팸워크숍 모습.
OECD 정보통신정책위원회(ICCP)가 융합 시대에 맞춰 수평적 규제체계로의 전환을 권고한다. 통신과 방송의 구분이 아닌 전송과 네트워크로 나눠 경쟁을 활성화하고 규제를 효율화시켜야 한다는 것. 최근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된 OECD 스팸워크숍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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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통신과 방송이 융합된 각종 신규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면서 세계 각국 마다 관련 정책 및 규기기구 변화 논의가 한창이다. 하지만 저마다의 정치·문화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융합을 대하는 세계 각국의 태도는 제각각이다. 이런 측면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권하는 수평적규제체계는 각국의 상이한 배경에서 벗어나 융합에 필요한 철학을 객관적으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갖는다. OECD는 융합이 법과 정책, 규기기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시급히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무엇보다 방송과 통신 분야의 각기 다른 규제로 발생하는 시장 차별 및 경쟁 기피를 극복하기 위해 동일한 원칙과 규제를 강조한다. 새로운 규제의 원칙은 공정한 경쟁이다. 이를 위해 통신법과 방송법을 통합하는 것은 물론, 규제기구를 단일화하고 궁극적으로 정책을 마련하는 정부 부서도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평적 규제체계의 필요성=‘융합 시대에 맞는 제도’. 방송·통신 분야를 담당하는 OECD 정보통신정책위원회(ICCP)는 융합에 걸맞는 제도 개혁을 권고한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방식의 전환, 전송망 속도 향상, 압축기술 및 저장기술의 발전, 다양한 무선기반의 기술 출현 등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시장까지 변화시켰다. 동일한 대역의 주파수나 동일한 전송망을 활용해 더 많은 방송채널이나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주파수 자원의 희소성에 따라 방송사업자수가 제한되고 이에 따라 사회적 영향력이 높은 방송에 대한 규제가 필요했다. 하지만 디지털기술 발전으로 주파수 희소성이 줄어들고, 케이블TV, 위성방송, DMB,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의 등장으로 방송, 통신에 대한 규제의 명분이 점차 약화되는 추세다. 특히 서로 다른 규제를 받는 통신(전송망)과 방송(콘텐츠)이 융합된 서비스에 대해 수직적인 규제 틀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면 이중규제 또는 규제공백의 문제가 발생한다.

OECD는 통신·방송 융합에 따라 수직적 규제체계에서 수평적 규제체계로의 변화를 권고한다. 이미 유럽연합은 수평적 규제체계를 채택했다. 수평적 규제체계는 통신과 방송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전송과 콘텐츠로 구분해 규제하는 것이다. 수평적규제체계를 도입하면 기술적 중립적이며 유사한 서비스에 대해 일관된 방식으로 규제할 수 있다. 전송 및 콘텐츠에 대한 규제의 변화가 각기 다른 속도로 일어나는 것을 허용하는 것도 장점이다. 전송규제는 공정경쟁 보장, 전파와 같은 희소한 공공자원의 효율적 분재, 보편적 서비스 의무의 제공 및 소비자 보호 등에 초점을 둔다. 콘텐츠 규제의 주요 초점은 사회적 문화적 목표다. 콘텐츠에 대한 규제는 모든 서비스에 공통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도리어 바람직하지 않다. 양방향성의 정도, 이용자의 선택성 및 이용거래의 성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인 OECD의 견해다.

◇규제기관 통합도 중요=OECD는 수평적 규제체계 하에서 규제기구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 지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전송과 콘텐츠 규제를 하나의 기구에서 담당해야 하는지 또는 각각 별도의 기구가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다. 또 커뮤니케이션 규제기구와 일반 경쟁규제기구의 관계도 중요한 이슈로 논의 중이다. OECD는 새로운 규제체계 구축의 주요한 기준으로 규제기구 역할의 명료성, 규제 분담의 투명성, 규제기구 통합의 경제적 효과, 효율적인 공적 수행 능력, 규제기구의 독립성 및 전문성에 대한 공신력의 확보 등을 꼽는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전송 및 콘텐츠 규제를 하나의 규제기관과 법으로 통합하는 바람직하다는 견해다. 단일 커뮤니케이션 규제기구인 OFCOM을 설립하고 기구내 콘텐츠 이사회를 통해 경제적 문화적 규제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을 영국은 가장 바람직한 모델로 제시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하나의 기구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경제적 규제와 문화적 규제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 가능할지에 대해 의문도 제기한다.

OECD는 커뮤니케이션 시장이 독점에서 경쟁체계로 변화됨에 따라 일반 규제기관을 보완하는 전문 규제기관의 역할을 강조한다. 커뮤니케이션분야 전문규제기구는 경쟁정책 및 접근 체계(상호접속, CAS 접근, 콘텐츠 접근 등)의 수행, 주파수 계획 및 분배, 보편적 서비스, 이용자 보호 등 전송관련 사항, 방송 면허 할당 등 콘텐츠 규제 기능을 담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독점에서 경쟁체계로의 원활한 전이를 위해서는 시장지배적사업자에 대한 제한과 조건이 명확히 하는 최소한의 사전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쟁법은 반경쟁행위에 대한 사후적 조치 만을 취하기 때문에 사전규제를 통해 신규 사업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파리(프랑스)=김태훈기자@전자신문, taehun@

◆인터뷰-드미트리 입실란트 OECD ICCP 부과장

-융합시대에 맞는 규제 체계의 기준을 제시한다면

▲현재 세계 각국의 융합 규제 정책은 상이하다. 하지만 기술 및 시장의 변화하는 규제기구 및 법에도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융합 트렌드를 반영해 규제기관 및 법을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 OECD의 판단이다. 최선은 하나의 법, 하나의 규제기관이다. 규제를 통합할 때 방송분야의 복잡한 규제를 융합 서비스에도 그대로 적용하자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규제기구 통합의 목적이 경쟁활성화를 통한 소비자 권익 향상이라는 점에서 규제 확대는 시대를 역행하는 태도다.

-가장 바람직한 모형은

▲미국 FCC, 캐나다 CRTC 등은 규제 기관을 하나로 통합한 사례다. 하지만 미국과 캐나다는 방송법과 통신법은 분리 운영 중이다. 반면 프랑스는 규제기관과 법 모두 별로 운영한다. 현재 가장 바람직한 모델로는 영국을 꼽을 수 있다. 영국 OFCOM은 하나의 법 아래 운영되는 단일 규제기관이다. 현재 규제기관 통합에 대한 논의가 핵심을 이루지만 향후에는 정책 파트의 통일 문제로 고려해야할 사안이다.

-경쟁활성화를 위한 조치가 있다면

▲전통적인 규제 정책은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막는 라이선스 방식이다. 하지만 주파수 기술의 발전으로 희소성을 근거로 한 라이선스 정책의 의미는 줄고 있다. 최근에는 한번 허가 받은 주파수를 재판매하는 2차 시장에 대한 허가 논의도 활발하다. 이런 측면에서 발송에 대한 규제도 대폭 완화돼야 한다. 주파수 희소성이라는 규제의 근거가 약해진 만큼 시장 경쟁을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콘텐츠 규제의 방향은

▲융합 시대 규제의 핵심은 전송망 보다는 콘텐츠다. 특히 각국이 처한 문화적 배경이 다른 만큼 이에 맞는 콘텐츠 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선 정부는 정부 콘텐츠 다양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다수 사업자들이 인기있는 콘텐츠에만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균형감있는 세계관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전송의무채널, 공익채널 등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양방향성이 강한 신규 서비스에도 이런 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이를 적절히 조율해 디지털기술 발전과 문화적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이 향후 규제정책의 핵심이다.

◆OECD ICCP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통신과 방송 분야를 담당하는 위원회는 과학기술산업국 산하 정보통신정책위원회(ICCP:The Committee on Information, Computer and Communications Policy)다. ICCP는 정보통신 기술의 진화 및 사회 경제적 영향 등을 분석하고 세계 각국에 미래 정책의 방향을 제공한다. 시장 분석 보고서 및 정책 권고안은 OECD 회원국 뿐만 아니라 비회원국들의 정책의 주요 지표로 사용된다.

ICCP는 산하에 세부 주제별로 정책 방향 및 시장 조사를 시행하는 4개의 워킹파티를 운영 중이다. ‘커뮤니케이션 구조와 서비스 정책’ 워킹 파티에서는 브로드밴드, 인터넷전화, 컨버전스, 모바일와 무선 등을 주제로 다루며 ‘정보경제’ 파티는 콘텐츠나 e커머스 등의 ICT 기술이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사적 자유와 보안’ 파티에서는 센서 네트워크와 인터넷의 신용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탐구 중이며 ‘정보사회의 지표’ 그룹에서는 ICT 기술이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다룬다.

파티별로 각국의 정책, 시장 분석, 보고서 발간 을 담당하며 2년마다 전체 모임을 갖는다. 워킹파티가 만든 보고서는 ICCP 본회의를 통해 공개 여부가 결정된다. 올 10월 열리는 본회의에서는 지난해 이후 제작한 보고서들의 공개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최근 ICCP에서 주요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는 네트워크 중립성, 주파수, 모바일멀티플레이 서비스, 인터넷 이슈, 통신분야 규제개혁 등이다.

이밖에 ICCP는 산하에 교차주제 그룹으로 인터넷의 미래를 위한 융합정책의 틀, 부당한 e메일과 스팸에 관한 데스크포스, 전자정부 포럼 등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