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수출입 실적은 부품소재가 국내 산업의 효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낸드플래시 등의 수요 증가로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 부품 수출이 작년 동기 대비 24.9% 성장했고 광학기기나 전자시험 및 분석기기 등의 수출 호조로 정밀기기 부품 수출도 34% 증가하는 등 부품소재 분야 수출이 고루 성장하며 전체 산업의 무역수지 흑자폭 감소를 만회했다.
부품소재 기업의 R&D 투자 확대와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 등으로 국내 부품소재 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으나 핵심 소재의 원천 기술 확보와 혁신을 통한 중국 따돌리기가 과제로 지적된다.
◇부품소재 산업 약진=산업자원부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부품소재 분야 흑자 규모는 148억5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6% 이상 늘어났다. 이는 전체 산업 흑자 70억4000만달러의 2배가 넘는다. 전체 산업 무역수지는 2004년 상반기에 152억달러를 기록한 이래 계속 떨어져 온 반면에 부품소재 산업 무역 흑자는 2004년 상반기 73억3000만달러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부품소재 분야 흑자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4년 48.2%에서 올해 210.9%로 폭증했다. 부품소재 분야가 아니었다면 무역수지가 적자였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완제품에서 부품소재로 경쟁력의 원천이 이동하는 최근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에 국내 산업계가 잘 적응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기초 체력 강해졌다=환율·유가 등 외부 환경 악재 속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부품소재 기업의 기초 체력이 튼튼해진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부품소재 업체들이 R&D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정부가 주요 부품소재의 국산화와 중핵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 지원을 지속적으로 진행한 것이 주효했다. 유가 및 원자재가 인상, 원화 절상 등 불리한 외부 환경이 지속되면서 중소기업들도 환 관리·리스크 분산 등 다양한 기법을 동원해 위기에 대응하는 능력을 키웠다.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폰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는 국내 기업이 품질 향상과 원가 절감을 위해 중소 협력업체에 계속 혁신을 요구한 것도 부품소재 업체의 내성 강화에 일조했다.
이덕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중소기업지원단장은 “정부 지원과 기업의 노력, 중국 시장 팽창이라는 요인이 합쳐져 부품소재 산업이 한 단계 도약했다”고 말했다.
◇핵심 원천 기술 개발 나서야=그러나 주요 산업의 핵심 소재 분야에서 아직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LCD 핵심 소재인 액정을 독일 머크나 일본 지소에서 전량 수입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
프리즘시트 등 고기능성 광학필름도 3M 등 해외 업체의 의존도가 높다. 반도체나 LCD 공정 재료의 원료로 쓰이는 정밀화학 소재나 중간체 등도 국내 기반이 약한 상태다.
이는 주요 국가별 부품소재 무역수지에도 드러난다. 전체적으로 부품소재 무역 흑자 추세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2년 이후 우리나라의 미국·일본·독일에 대한 부품소재 무역수지는 계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그 폭을 좁히지도 못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핵심 전자소재 및 정밀부품 등의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나라다.
변종립 산자부 과장은 “기술 혁신을 통해 첨단 부품소재를 개발, 선진국을 따라잡아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중국의 추격을 따돌려야 하는 게 우리 부품소재 산업의 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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