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들어 본격 추진이 예상됐던 한국증권선물거래소(KRX)의 차세대 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이 시스템 증설 딜레마에 빠졌다.
차세대 사업 추진이 재정경제부 시장효율화위원회의 최종 투자 심의가 늦어지면서 안개 속에 빠진 가운데 KRX가 최근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의 급격한 확대로 인한 동시호가 지연 문제 해소를 위해 유가증권시스템 증설 계획을 발표한 데 따른 것.
◇유가증권 증설 계획=KRX는 최근 오는 10월 추석 연휴까지 유가증권 시장 시스템 개선 계획을 수립했다. 지난해 말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ELW 시장이 상장 종목수와 호가 건수의 급격한 증가에 따른 시스템 부하로 동시호가 체결이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해 관련 시스템을 증설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KRX는 이달 현행 시스템을 증설, 단기적인 처방에 나선 뒤 향후 추석 연휴 기간을 이용해 HW 용량을 늘려간다는 추진 계획을 세웠다.
◇차세대 시스템 이슈와 충돌=하지만 이 같은 KRX의 방침을 두고 시장효율화위 내부에서 향후 추진할 차세대 통합 시스템 프로젝트와의 중복 투자를 우려하는 기류가 형성된 것.
시장효율화위의 한 관계자는 “차세대 시스템을 오픈(유닉스) 환경에서 구축하겠다는 것이 KRX의 견해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차세대 시스템 개발이 끝나기까지 2∼3년 동안 사용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이 요구되는 메인프레임을 재구매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약하다”며 위원회 내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대해 KRX 측은 “유가증권 시스템 증설은 예상보다 급성장한 ELW 시장과 이에 따른 시스템 부하로 불거진 투자자의 불만과 요구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투자자 거래 보호의 시급성을 감안해 다각도 검토 끝에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더딘 차세대 행보와 전망=KRX의 차세대 시스템은 지난해 1월 출범 이후 물리적으로 통합된 증권거래소·코스닥·선물거래소의 정보시스템 체계를 하나로 묶는 새로운 통합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시장효율화위의 투자 심의를 거쳐 향후 약 2년간 개발된다. 특히 동북아 금융 허브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 아시아 지역의 거래소 시장에 수출까지 염두에 두고 진행된다.
당초 상반기에 시스템 개발을 시작해 2007년 하반기까지 시장지원시스템·매매시스템 등의 단계적인 개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시장효율화위의 투자 심의 일정 지연으로 하반기 추진 시점도 다소 모호한 실정이다.
KRX는 차세대 시스템 본사업 추진에 앞서 우선 필요한 중소형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최근 전사자원관리(ERP)시스템(LG CNS)·통합 홈페이지시스템(동부정보기술)에 이어 유가증권 시스템 개선 프로젝트 등을 잇달아 추진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시장효율화위 투자 심의에 앞서 차세대 사업을 위한 프로젝트관리조직(PMO)을 구성해 향후 본 프로젝트 착수 시 지체 요인을 차단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장효율화위의 심의가 실행되지 않아 내달까지도 최종 계획 확정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더욱이 이번 시스템 증설 계획에 대한 시장효율화위의 부정적 견해까지 예고되면서 이 같은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그만큼 거래소 IT 수출을 통한 동북아 금융 허브 실현의 길도 늦어지고 있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