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터와 복합기가 ‘관리되기’ 시작했다. 관리의 목적은 비용 절감. 복사물을 많이 취급하는 대기업·금융사·보험사 등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 출력 사무장비의 실태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이미 일부 업체는 프린팅 환경을 ‘180도’ 바꿔 적잖은 효과를 보고 있다. 프린터와 복합기 업체도 단순 하드웨어 판매가 아닌 ‘총소유비용(TCO)’을 기반으로 수요에 대응하는 등 영업 방식의 변화를 모색중이다. 수요와 공급의 요구가 맞아떨어지면서 사무장비의 구매 형태도 ‘하드웨어 가격’보다는 ‘출력 비용’이 최우선 순위로 떠오르고 있다.
◇복합기·프린터 ‘바꿔, 바꿔’=현대중공업은 기존에 사용하던 프린터와 복합기를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기종으로 구축하고 있다. 새로 깔리는 대수만 700여대에 이른다. 프린터까지 포함하면 거의 1000대 수준까지 올라간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시스템 구축으로 기존 복사기와 프린터 사용을 통해 발생하던 소모품 등의 제반 비용을 50% 가까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두산중공업도 사용량에 따라 프린터를 재배치했다. 이를 통해 사내 750여대에 이르는 프린터 상황을 한눈으로 관리하고 개별 프린터에서 몇 장의 출력물을 인쇄했는지, 잔여 토너와 용지는 얼마인지 등을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 있게 됐다.
GM대우도 1700여대의 노후 프린터를 TCO 차원에서 전면 재검토해 대수를 크게 줄이는 대신 전산용품 관리·예측구매가 가능한 형태로 바꿔 업무의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출력물이 상대적으로 많은 금융권·보험사들도 보안과 비용 절감 차원에서 출력 장비를 재검토하고 있다.
윤상태 렉스마크코리아 사장은 “은행과 보험사는 대출 신청서와 같은 각종 서류 작성에서 승인과 문서 보관까지 쉴새 없이 문서 출력이 이뤄져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한 해 매출 중 최고 5%, 직원당 연간 문서 비용도 최고 150만원에 이른다”며 “경기 하강으로 비용 절감이 기업 경영전략의 하나로 떠오르면서 효율적인 사무장비의 구축 방법에 관한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력 비용 ‘낮춰, 낮춰’=수요처의 요구가 비용 절감 위주로 바뀌면서 하드웨어 업체의 시장 공략 방식도 변하고 있다. 성능 못지않게 관리에 초점을 두고 컨설팅에서 시스템 구축·사후 관리 등 종합 사무 솔루션 업체로 탈바꿈하고 있다.
한국HP는 프린터·복합기에서 디지털 인쇄 장비까지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무기로 컨설팅을 통해 각 기업에 최적화된 프린팅 환경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프린팅관리(TPM)’ 사업에 무게를 두고 있다.
렉스마크코리아도 ‘전사적프린터관리시스템’ 도입을 역설하며 금융권을 겨냥한 대규모 세미나를 열고 있다.
신도리코와 캐논코리아는 아예 최적화한 사무환경 구현을 위한 ‘종합 오피스 솔루션 기업’을 표방한 상태고, 후지제록스도 비용에 초점을 맞춘 기업 맞춤형 애플리케이션 탑재를 지원하는 디지털 복합기를 전면에 내세우고 ‘제록스 오피스 서비스(XOS)’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시장은 ‘연간 2조원’ 규모=구두선 차원이었던 TCO 개념의 마케팅이 먹히는 데는 먼저 경기가 주춤하면서 비용 절감이 기업의 최대 경영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여기에 바뀐 시장 환경도 한몫 했다. 아날로그 복사기에서 디지털 복합기로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이전에 한 부를 여러 부로 복사해 나눠주던 것에서 이제는 e메일로 보내면 각자 복사하는 등 ‘사용자’ 중심으로 바뀌었다. 네트워크와 맞물리면서 통합 관리의 필요성과 장비와 같은 보이는 비용 외에 네트워크 관리·사용자 운영 등 숨어 있는 비용 절감에 대한 필요성이 크게 높아졌다.
권송 한국HP 상무는 “국내 출력 시장은 인쇄물까지 포함해 연간 2조원에 달한다”며 “출력량이 많은 금융권을 중심으로 빠른 지각 변동이 일어나 앞으로 솔루션과 결합한 통합 관리 프로젝트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