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3’ ‘TGS’ 규모 대폭 축소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전시회였던 ‘E3’가 내년부터 대폭 축소돼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또 이와 쌍벽을 이루는 도쿄게임쇼 역시 적잖은 변화가 예고돼 세계 게임 전시회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E3의 주관사 ESA의 더그 로웬스테인 회장은 지난 31일 성명서를 통해 “더 이상 큰 규모의 행사 진행은 불필요하다”며 “개인적인 만남과 비지니스 활동에 포커스를 맞춘 작은 규모의 행사로 E3를 대체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은 몇 달 뒤 다시 공개한다고 밝혔으나 5월에서 7월로 변경하고 장소도 호텔의 컨퍼런스룸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E3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세계 최대 규모의 전시회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도쿄게임쇼’ 역시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했다. 일본 정부는 ‘국제콘텐츠카니발’을 개최해 영화와 애니메이션, 코믹, 게임을 종합한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내년부터 ‘도쿄게임쇼’와 ‘도쿄국제영화제’ ‘도쿄국제애니메페어’가 통합된다. 즉 ‘도쿄게임쇼’는 이름 자체가 없어지며 통합되는 과정에서 규모의 축소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전시회들이 잇달아 급락의 길을 걷는 가장 큰 이유는 참가 업체들의 경제적 부담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EA 등은 매년 E3를 위해 5000∼7000만달러의 비용을 책정했으며 ESA의 적자를 메워 주기 위해 매년 500만달러의 기부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담을 이기지 못한 메이저 업체들이 더 이상 E3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는 것이다. 또 자체적으로 행사를 개최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고 비용도 저렴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본 업체들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닌텐도, 세가 등은 ‘도쿄게임쇼’ 참가 자체를 거부하고 독립적으로 행사를 개최한 사례가 여러 번 있었다.

전문가들은 “현재는 패키지 시장의 미래가 암울해지고 온라인게임이 급부상하면서 새로운 비지니스로 탈바꿈되는 과정”이라며 “앞으로 메이저 업체들의 자체 행사 중심으로 개편될 여지가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