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무기체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하드웨어(HW) 중심에서 소프트웨어(SW)의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다. 특히 무기체계 성능은 탑재된 SW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일례로 걸프전 당시 특정 공격목표를 확인한 후 폭탄을 투하하는 데 2일이 소요됐으나 12년이 지난 이라크전에서는 불과 40분 밖에 소요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감시정찰(Sensor)과 정밀타격(Shooter)’ 무기 체계에 내장된 SW 성능의 급속한 발전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군이 전시 작전권 환수에 앞서 독자 작전 능력을 구비하는 등 ‘국방개혁 2020 달성’을 위한 필수요건으로 내장형 SW 기술 확보 문제가 핵심사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주요 무기체계에 대한 SW 기술 확보없인 디지털 자주국방 건설은 물론 대북 전쟁 억지력 우위 주장은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무기체계 SW 중요성=1960년대 A-7 공격기는 약 1만 라인의 SW, 90년대 F-16 전투기는 약 100만 라인, 2000년대 F-22 전투기는 약 1000만 라인 이상의 SW가 내장돼 있는 등 무기체계가 발달함에 따라 SW 비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또한 첨단 정밀유도 폭탄과 공대지 미사일의 경우 SW 비중이 각각 66%, 90%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기 체계형 SW는 미래 전쟁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핵심요소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많은 부분에서 해외기술·제품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기체계형 SW 분야 육성은 미래 자주국방을 건설을 위해 조속히 국내 기술력을 높여야 할 최우선 과제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무기체계 SW는 국가 안보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미군은 해마다 4000억원 이상을 국방관련 SW 기술개발에만 투자하고 있다. 인터넷과 GPS 기술이 과거 미군의 연구개발 과정에서 나온 점을 감안하면 국가 SW 산업 전반을 위해 미군이 전략적으로 SW를 육성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카네기멜론대 윌리엄 셰릴 교수는 “산업특성상 SW는 성장 잠재력이 무한, 미국 경제에서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위사업청 이성남 대령은 “SW는 각종 핵심 무기·장비의 연구 개발에 밑바탕이 되기 때문에 많은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독자 능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향후 첨단 기술 분야에서 선진국에 철저히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무기 체계 SW 발전 방안=무기 체계에서 SW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SW 업무 범위와 양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무기체계 대부분을 외국에 의존하는 우리 군은 무기체계 SW 전문인력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다. 오히려 연초 각 군 내부 SW 조직 또는 부서는 해체되고, 방사청 내 SW관리팀 9명이 약 150개의 SW 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등 무기체계 SW 업무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국방부와 우리 군이 무기 체계형 SW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HW 중심적 사고에 매달린 탓이다. 특히 기존 수입 무기 체계 성능을 개선할 경우 SW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엄청난 추가비용이 요구되는 현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외국에서 도입한 무기체계 성능개선을 위해 해당 업체에 SW 업그레이드를 의뢰했더니 디스켓 한 장에 3500만 달러를 요구한 바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우리 군이 무기 체계 SW 분야만을 전담할 기관과 조직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성남 대령은 “SW 기술 특성상 군별로 독립적인 기구 운영보다는 현재 운영중인 항공SW지원소를 국방무기체계SW센터로 승격하는 등 별도의 통합된 기구를 운영하는 것이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보경영연구원 손수민 본부장은 “국방과학연구소 위주로 내장형 SW를 개발하다 보니 국내 전문업체가 지극히 부족하다”며 “국방부가 ‘구매조건부 SW 개발제도’를 도입, 기업의 SW 개발리스크를 줄여주고 절충교역을 통한 SW 기술을 확보하는 등 무기체계 SW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수민기자@전자신문, smahn@
◆기고-이성남 방사청 모델링&시뮬레이션 사업 1팀장
군에서 사용하는 정밀무기 뿐만 아니라 첨단 전자·정보통신기기의 핵심이 소프트웨어(SW)란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특히 항공기·함정·미사일 등에 내장·운영되는 내장형(Embedded) SW는 핵심 중의 핵심으로 일반 범용 SW와는 달리 매우 복잡하다. 항공기 경우 수십 개의 센서로부터 획득되는 정보를 아주 짧은 시간 내에 한치의 오차도 없이 신속·정확하게 제어하는 역할 등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군사 무기는 갈수록 첨단화, 정밀화되고 있다. 특히 F-22 전투기 기능의 80%가 SW에 의해 수행되는 등 SW가 차지하는 비중이 획기적으로 증대되고 있다. 따라서 개발비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SW에 대한 자체 능력구비의 필요성은 갈수록 중요한 문제로 대두된다.
우리 군에서는 이미 내장형 SW의 중요성을 인식, 첨단 무기구매시 SW 기술을 함께 확보하고 있다. 특히 공군은 KF-16 SW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F-15K·T-50 등 항공기 내장형 SW 핵심 기술을 미국 등에서 이전받고 있는 중이다.
현재 군에서는 공군만이 무기체계 SW 전문연구기관인 항공SW지원소를 창설, KF-16 항공기 내장형 SW를 독자적 후속 지원으로 연간 막대한 비용 절감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과거 무기판매국에서는 핵심 SW 기술을 정부기관이 아닌 민간분야에 이전하는 것을 엄격히 통제하였기 때문에 고가의 무기 구매시 획득한 SW 핵심기술은 주로 정부(군)내 극히 제한된 요원만 보유하게 됐다. 그러나 막대한 비용으로 획득한 첨단 SW 기술을 일부 기관에서만 활용한다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또한 군 인력 관리상 SW 전문 인력을 장기간 활용, 기술력을 향상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SW 핵심 기술을 민간 연구기관과 공유하고 함께 연구하는 데도 제도적인 어려움이 있다.
이제 SW 기술은 군 차원이 아닌 범국가 차원에서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첨단무기의 핵심이 되는 내장형 SW를 산·학·연·군이 참여, 전문적으로 연구·개발하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 조직은 기 양성된 군의 SW 전문인력과 향후 각종 방위력 개선사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양성되는 SW 전문인력 그리고 학계, 연구소의 민간 우수인력들이 장기간 근무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것만이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기술종속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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