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증 불법 전자기기 공공기관에 버젓이 납품

전자파적합인증검사(EMI)·안정인증검사를 받지 않은 불법 수입 전자제품이 관공서 등 공공기관에까지 납품된 것으로 확인돼 정부가 조사에 착수했다.

 16일 관계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국영 케이블TV사를 비롯, 지방 M시청과 Y시청 등에 최근 납품된 일본 유명 전자업체의 방송용카메라 및 VCR188 등이 정보통신부 및 산업자원부가 관리하는 전자파적합인증 및 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불법제품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인증 미필 제품의 유통이 온라인에서 정부 조달 제품에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금까지 인증받지 않은 불법 전자제품은 인터넷 혹은 전자상가 등을 통해서만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이번에 공공기관에까지 침투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특히 공공기관은 조달청을 통해야 물품 구입이 가능할 만큼 까다로운 절차를 밟고 있는데도 불법제품이 납품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행 ‘선(先) 통관 후(後) 인증’ 제도 등 국내 인증체계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공공기관에 납품된 불법 제품은 약 10억원 규모로, 일부 납품 건은 이미 검찰로 사건이 이첩되는 등 EMI 미필과 관련된 조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부 중앙전파관리소 전파조사1계의 최명섭 팀장은 “EMI 인증을 받지 않은 불법제품이 공공기관에 납품됐다는 정보를 토대로 서울분소·광주분소 등 지역별로 조사를 진행해 혐의를 포착했다”며 “Y시청 납품 건은 검찰에 송치키로 했고, 국영 케이블TV와 M시청 건은 현재 구체적인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앙전파관리소가 파악하고 있는 곳 외에도 인증을 미필한 채 공공기관에 납품된 수입 전자제품이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증 미필 제품의 유통이 수입전자업계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제품들은 산자부 소관인 안전인증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이에 대한 추가 조사가 불가피한 것으로 지적됐다. 안전인증은 EMI와 함께 국내에서 유통되는 전자기기는 꼭 받아야 하는 강제인증이다. 적발된 방송용VCR 등은 통관 전에 형식승인(안정인증) 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통관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어서, 불법 수입제품이 관공서에까지 납품된 경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산자부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불법 유통되는 모든 안전인증 미필 제품을 정부가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번처럼 세관에서 거르지 못하는 사례도 종종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번 건에 대한 보고는 아직 받지 못했지만 불법유통에 대한 정보가 입수되면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