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유통업체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수년 동안 변화가 없었던 HP·IBM·후지쯔 등 브랜드별 매출 상위기업 순위가 출렁이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보다는 보급형(로엔드) 제품이 득세하면서 이를 취급하는 업체가 급상승중이며 새롭게 유통업에 진출한 업체도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리면서 지형변화에 한몫하고 있다. 전 품목을 아우르며 유통시장을 주도하던 소수 선도업체의 위상이 크게 꺾이는 대신에 분야별 특화 제품으로 승부하는 업체가 크게 늘고 있다.
◇영원한 ‘1위’는 없다=한국HP는 주력인 윈도NT 계열 제품 판매량에 따라 순위 변동이 극심하다. 대표 총판인 영우디지탈의 비중이 줄어드는 대신 정원엔시스템이 유닉스에서 HP 탠덤과 x86서버 쪽으로 돌아서면서 상반기 매출 1000억원을 달성,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한국EMC의 대표 총판인 엔빅스도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 지사가 설립되기 전부터 EMC 제품 유통을 했던 대인정보통신에서 독립한 엔빅스와 데이타게이트가 아직은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이어 새로 영입한 오픈베이스와 그린벨시스템즈 등이 1위 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IBM은 시스템p·시스템x·스토리지 등 전 분야에서 코오롱아이네트(옛 코오롱정보통신)가 매출 수위를 차지한 가운데 LG엔시스·SK네트웍스 등이 이를 바짝 뒤쫓고 있다.
◇춘추전국시대 개막=한국썬의 매출 기준 상위업체 그룹인 ‘썬10 클럽’도 치열한 순위 다툼을 진행중이다. LG엔시스·SK네트웍스·제이씨현 등은 여전히 상위를 지키고 있지만 메이저 업체 중 하나였던 해오름기술이 지난해부터 썬10 클럽에서 빠지면서 상대적으로 디엠아이시스템즈가 부상했다. 또 스펜오컴·넥솔아이티와 같은 빈자리를 씽크테크와 범일정보가 채우고 있다.
한국후지쯔는 최근 공격 영업을 위해 총판을 크게 늘리면서 본격적인 춘추 전국 시대를 준비중이다. 후지쯔는 엔빅스에 이어 KCC정보통신·신세계아이엔씨 등 유닉스 계열 서버 유통업체를 새로 영입해 이들 업체의 매출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다크호스를 주목하라=지난해 HP와 서버 총판 계약을 하고 유통시장에 진출한 한국정보공학이 주목 대상. 이 업체는 HP서버 유통 부문을 접은 인성디지털·이엔지의 자리를 메우면서 상반기에만 월 평균 50억원 규모의 매출을 달성했다.
올해 한국IBM이 공격적으로 시장 확대에 나선 시스템x 분야에서도 괄목할 만한 실적을 올린 업체가 다수 등장했다. 이피에이를 비롯해 일근인프라의 매출이 크게 늘었으며 이들의 유통 파트너인 이엔아이·제이에이치텍 등도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최고 20%까지 상승했다. IBM 스토리지를 취급하는 씨아이이에스도 올 6월까지 지난해 대비 30%정도 증가한 500억원을 달성했다.
김병원 한국후지쯔 대표는 “시스템 수요가 주춤하면서 이전에 독보적인 지위를 누렸던 유통업체의 위상이 축소되는 추세”라며 “갈수록 소수 업체에 매출이 집중되는 대신에 각 부문에 특화된 업체가 점차 그 분야에서 자리잡는 형태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준·황지혜기자@전자신문, bjkang·got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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