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PC제조업체는 이 달 5일에 인증마크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보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 신청 수수료 납부 안내문조차 받지 못했다. 접수조차 되지 않아 다음 절차를 밟지 못하면서 속수무책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 이 업체는 인증 미획득으로 조달 입찰에 참가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PC업계가 ‘환경 인증마크’ 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친환경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정부 시책에 따라 관련 제품 수요가 급증하지만 인증을 받는데 두 달 이상이 걸리는 등 인증에 따른 부담이 크기 때문.
지난 92년 환경부 주도로 시작돼 각종 제품에 적용돼 온 환경 마크 인증은 지난 해 7월 ‘친환경 상품 우선구매제도’가 시행해 공공 기관의 친환경 상품 구매와 구매 내역 보고 등이 의무화됐다. 이 법안은 가전과 프린터를 비롯한 사무기기를 포함하지만 특히 모델 변동이 잦은 PC부문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친환경상품진흥원에서는 각 업체에서 신청을 받아 매월 넷째주 목요일에 열리는 ‘환경마크 심의위원회’에서 제품 인증을 심의한다. 한달에 한번 위원회가 소집돼 신제품 출시를 앞둔 업체에서는 공인 시험· 테스트에서 인증 획득까지 최소 한 달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전기용품안전이나 MIC 인증이 기관 자체의 심의로 부여되는 것에 비해 환경 인증은 별도 심의위원회에서 처리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지적이다. 또 진흥원 내에서 환경마크 인증 직원은 5명에 불과하다는 점도 문제다. 인증팀 직원이 아웃소싱 업체까지 직접 실사해 폭주하는 인증 수요에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PC업체의 한 관계자는 “마크 획득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그 과정도 복잡하다”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조달 입찰은 한달 전에 공고가 나서 준비를하는데 환경 인증 취득 기간이 두 달 이상 걸려 영업 지원이 어렵다”고 말했다.
비용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환경마크를 획득하려면 신청수수료(11만원)와 공인 시험 기관의 테스트 비용이 추가되고, 매출에 따른 환경 마크 사용료까지 납부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특히 환경마크 사용료는 연간 매출액을 기준으로 제품군 별로 최대 500만원까지 부과하는 데 2년 단위로 납부해 업체에서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한 관계자는 “환경마크 인증을 받은 각각의 제품에 대해 마크 사용료를 지불해 비용이 커진다”라며 “다른 인증의 경우 마크 획득시 100만원 안팎의 비용이 필요할 뿐이고 유효 기간도 없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친환경상품진흥원 측은 “공인 시험기관에서 테스트한 결과를 엄정하게 평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라며 “외부 인력을 활용하는 등 빠른 대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비용 문제는 법적으로 명시돼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황지혜기자@전자신문, got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