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김성진 기자의 몸소 체험기-X&B온라인

‘X&B온라인’은 큰 틀에서 레이싱 장르지만 아기자기한 액션과 다양한 스킬이 숨여 있는 캐주얼게임이다. 아이템을 사용하고 공중에서 곡예를 부리는 등 달리면서 할 수 있는 여러가지 것들이 다채롭게 포함돼 있다. 지금부터 다소 독특하고 다소 유사한 이 작품의 내면을 샅샅히 살펴 보도록 하자.

이 작품에 대해 거론하기 전에 먼저 표절에 대해 한 마디 짚고 넘어가야겠다. 일반적으로 표절은 매우 심각한 범죄다. 타인이 창작을 하기 위해 흘린 피와 땀을 몽땅 훔쳐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게임도 표절과 베끼기가 난무하는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이러한 범죄는 마땅히 처벌돼야 한다. 허나 장르가 같다고 해서 이를 베꼈다고 오해해서는 곤란하다.이를 인정하고 이해하지 못하면, 차량으로 달리는 게임은 모두 ‘니드 포 스피드’와 ‘그란투리스모’의 표절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게다가 분명히 이들 작품보다 앞서 출시된 레이싱 작품들도 있으니 ‘니드 포 스피드’ 역시 표절작인 셈이다. 누가 이런 바보같은 소릴하겠느냐고 반문하겠지만 의외로 매우 많고 자신도 모르게 그런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면, MMORPG만 보면 ‘어, 리니지네’ 라고 말하는 순간이다.

‘X&B온라인’을 여러 차례 플레이하고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성이 매우 큰 작품이라는 점이다. 간단히 설명하고 이해를 돕기 위해 거론하자면, 이 게임은 ‘SSX 트리키’와 여러 부분에서 닮아 있고 ‘카트라이더’의 아이템전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플레이를 시작하면 스노우 보드를 타며 여러 맵을 질주하면서 각종 묘기를 펼친다. 이러한 스킬을 통해 게이지와 아이템을 얻어 주로 상대방의 질주를 방해하는데 사용한다. 부스터 게이지는 순간적으로 빠른 속도를 내는데 이용한다. 드리프트가 필요한 급커브에서도 이 부스터 게이지를 사용한다.

게이지에 대한 전략적 관리도 필수적인 것이다. 주어지는 아이템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달리는 방향 뒤쪽으로 망치를 던져 화면의 유리가 깨어지는 효과나 캐릭터의 몸을 꽁꽁 묶어 좌우로 컨트롤을 전혀 할 수 없도록 만드는 등 개발진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 많다.아이템만 보면 무슨 작용을 하는지 한눈에 알아차리기가 어려운 것이 단점이지만 점차 보완되리라 생각한다. 또 달리는 과정에서 타 유저와의 간격을 알아내기가 힘들어 레이스 중 포기할 여지도 다소 있어 아쉽다. 미니맵의 사용은 단순히 위치 파악이지만 의외로 플레이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에 간과하면 절대로 안 된다.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트리키는 어떤가. 하이 점프를 통해 서커스 뺨 치는 묘기를 현란하게 부리며 공중 곡예를 하고 착지하는 기분은 온몸에 전율을 선사한다. 최고 난이도의 스킬을 달성하면 화면에 대형 ‘X’가 표시되고 환호성까지 들린다. 순간적으로 하늘을 나는 기분이 드는데 유저의 분신인 캐릭터가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곡예를 펼치는 것에 대한 만족감이 크다. 트리키는 쉽지 않지만 난이도가 높은 것도 아니다. 유저들이 조금만 연습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트리키는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정돼 있다.

‘X&B온라인’은 기본적으로 캐주얼게임이다. 재미를 위해 여러 시스템을 고려했고 가장 최적의 것으로 형태를 완성시키고 있다. 플레이도 아이템전과 스피드전으로 나뉘며 차후에는 팀플레이도 보다 발전된 방향으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스피드전은 오로지 빠른 속도로만 경쟁을 펼치는 플레이다. 그렇다고 트리키를 전혀 하지 않으면 부스터 게이지가 모이질 않기 때문에 곤란한 경우가 발생한다.

스피드전에는 작고 위험부담이 적은 기술로 승부를 거는 것이 중요하다. 또 지름길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면 휠씬 더 빠른 질주가 가능해진다. 지름길은 위험부담이 높지만 진정한 레이서는 위험을 즐기는 법이다.작품의 맵도 스노우보드 상식의 틀을 깨고 계절과 장소에 관계없이 다양한 상황을 제공한다. 주목할 점은 무엇보다도 레이스를 펼치는 길의 폭이 적당하다는 것이다. 스노우보드는 구간이 정해진 도로를 달리는 스포츠가 아니다. 그래서 딱히 정해진 길이 없지만 그렇다고 온라인게임에서 이를 무한정 넓힐 순 없는 법이다.

또 딱딱한 도로처럼 길이 좁아 조금만 벗어나도 사고와 절망으로 인도하는 방식은 자유도가 너무 떨어진다. 적당히 넓은 길에 다소 일정 경로를 벗어나도 안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적당한’이 대단히 어려운 작업이다. 레이싱에 대한 오랜 경험이 없으면 도달하기 불가능한 영역이지만 개발사는 처녀작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잘 극복하고 있다.

‘X&B온라인’은 어떤 강렬하고 인상적인 임팩트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어떤 게임이라도 플레이를 하고 나면 머릿속에 남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그래픽이나 사운드, 캐릭터, 전투 등 무엇이든 좋다. 그런데 그게 없다. 오픈베타테스트를 근 2달을 남겨 놓고 나날이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으나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재미는 있는데 왠지 밋밋하다. 덧붙여 거론하자면, 그래픽은 어쩐지 우울하고 사운드는 거의 없다. 캐릭터의 개성도 찾기 힘들다. 여러 부분에서 2%가 부족한 웅덩이가 결국 허전한 호수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개발진은 최근 구경하기 힘든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쉽게 가지 않고 일부러 어려운 길을 택하며 정공법으로 승부하고 있다. 게임만 봐도 남들과 다르게 작업하기 위해 고민하는 밤샘 회의가 눈에 선하게 보인다. 분명 가능성은 매우 많지만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