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가 의욕적으로 펼쳤던 경품용 상품권 사업이 폐지되면서 그동안 게임문화진흥기금 명목으로 거둬들인 수수료 146억원의 처리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문화부는 최근 상품권이 사행성을 부추키는 등 폐해가 심각함에 따라 상품권을 내년 4월28일까지만 임시적으로 유통한다고 밝혔다.
문화부 고시에 따라 상품권 폐지가 기정사실화 되면서 상품권 수수료 문제가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뚜렷한 대안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다. 업계와 상품권 발행업체, 정부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상품권 수수료가 상품권 폐지 발표와 동시에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한 이유는 금액이 생각보다 크다는 데 있다. 지금까지 게임문화진흥기금 명목으로 개발원이 받은 수수료는 7월말 현재 146억3000만원. 수수료는 5000만장 이상 0.04%, 이하는 0.1%다.
수수료가 이처럼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국회에서는 수수료의 구체적인 사용처를 밝혀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게 됐다. 특히 법원에서 상품권 지정 권한을 개발원에 위탁한 것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이 내려짐에 따라 그동안 개발원에서 게임문화진흥기금이라는 명목으로 받은 수수료를 게임문화진흥을 위한 용도로 사용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수수료가 원래 용도가 아닌 다른 곳에 사용해도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각계각층에서는 서로 자신들을 위해 이 자금이 쓰여져야 한다고 주장을 펼쳐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개발원 한 관계자는 “(수수료)금액이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명확한 사용처를 공개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을 하지만 일부 이익단체들이 서로 자신들이 수수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터무니 없는 주장을 펼치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수수료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야 하는 문화부로서는 난감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문화부는 수수료를 모두 국고로 귀속시키려고 하고 있지만 반대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아케이드 게임업계와 단체들은 수수료를 아케이드 협회 등으로 이관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수수료를 낸 만큼 아케이드 업계가 이를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상품권 발행 업체들도 이에 대해 할말이 많다. 상품권이 폐지되면 가장 피해를 보는 곳이 상품권 발행 업체들인 만큼 이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정부에서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정부만 믿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낭패를 본 만큼 정부차원의 보상이 어떤식으로든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수수료를 운용할 수 있는 재단법인을 설립해야 공정성이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현재 뚜렷한 사용처가 없는 만큼 앞으로 이 수수료가 정치자금 등으로 흘러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투명하면서도 공정한 운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더욱이 마땅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문화부는 장고에 들어갔다.아케이드 게임업계나 상품권 발행업체 등 민간으로 이양하는 문제가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수수료를 명목상이지만 게임문화진흥기금으로 받은 상태에서 민간으로 이양할 경우 사안이 복잡해질 수 있다. 또한 재단법인을 설립하는 것 역시 민간으로 이양하는 것 만큼의 까다로운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문화부는 때문에 아직까지 수수료 처리와 관련한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상품권 폐지 시한인 내년 4월28일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문화부 한 관계자는 “상품권 수수료의 가장 큰 문제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라며 “여론을 수렴, 적절한 해결방안을 제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문화부가 불법적으로 운영되던 경품용 아케이드게임을 양성화시키기 위해 도입했던 경품용 상품권제도가 시행 1년여 만에 전격적으로 폐지된다. 경품용 상품권제도의 문제점은 최근 법원에서 이 제도가 적법하지 않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공론화 됐다.
창원지법 행정1부(재판장 강구욱 부장판사)는 최근 게임장 업주인 천 모씨가 “경품상품권으로 지정받지 못한 상품권을 손님에게 지급했다는 이유로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며 마산시장을 상대로 낸 영업정지처분효력정지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문화관광부가 관련 고시를 통해 상품권 지정 권한을 한국게임산업개발원(원장 우종식)에 위탁한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이에 따라 경품용 상품권으로 지정되지 않은 문화상품권을 손님에게 지급했다는 이유로 영업정지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경품의 종류를 지정하는 사무는 국민의 권리·의무와 직접 관계되는 중요한 사무임에도 문화관광부가 정부조직법과 행정권한 위임·위탁 규정을 위반해 사무를 위탁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결정이 나옴에 따라 국회 등에서는 문화관광부가 민간단체인 게임산업개발원에 상품권 지정 권한을 준 것은 법령상 근거가 없다는 1심 판결이 나온 만큼 게임산업개발원이 징수한 수수료 전액에 대한 구체적 사용처를 밝혀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안희찬기자 chani7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