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최대 규모의 아이템 거래 사이트 아이템베이가 외국 회사에 인수될 지경에 처했다. 유력한 후보 가운데 하나인 IGE닷컴은 이미 아이템매니아를 인수한 바가 있어 성사된다면 1조원이 넘는 아이템 거래 시장의 60% 이상을 하나의 외국 회사가 독점하게 되는 셈이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국내 게임업계의 반응은 그야말로 ‘강 건너 불 ’보는 듯 하다는 점이다. 그들의 입장은 간단하다. 아이템 현금 거래에 대해 공식 반대했고 건전한 플레이를 저해하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를 조장해 온 사이트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팔든 말든 관심이 없고 인수회사가 외국 기업이라도 관심없다는 태도다.
과연 그럴까. 인정하기 싫어도 대부분의 온라인게임은 아이템 현금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오로지 이 목적을 위해 게임을 계속하는 유저가 적지않다.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는 유저보다 자신이 소지한 아이템의 현금 가치가 아까워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 유저가 상대적으로 많은 게 현실이다. 아이템을 게임 내에서 획득해 판매하면 얼마간의 돈이 생기는 재미는 꽤 쏠쏠해, 게임 마을과 장터에는 발디딜 틈도 없이 유저들이 장사를 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흔한 광경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외국 회사가 이를 좌지우지하게 생겼다. 문제가 발생해도 법망을 손쉽게 피해나감은 물론이고 1천만명에 이르는 유저들의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넘어가게 됐다. 게다가 독과점에 의해 거래 수수료를 인상하거나 특정 게임에 대해 횡포를 부리는 일이 발생해도 대처할 방법이 없다.
특히 아이템 거래 중계 사이트가 우리나라 고유의 비지니스 모델이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세상의 빛을 제대로 보지도 못한채 외국으로 팔려 나갔다.
그래도 이것이 남의 일처럼 아무런 상관도 없고 관계도 없는 건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됐지만 아이템 현금 거래에 대한 정부와 업계의 솔직하고 분명한 입장과 법적 체제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상황에서 앉아서 당한 꼴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매각 여부를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처럼 놀라운 일이 너무나 조용히 지나가는 무신경하고 무감각한 국내 게임계의 태도가 놀랍기만하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