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방송의 통합규제기구 설립 등을 다룰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위원장 안문석)가 4개 분야 22개 과제를 확정하는 등 본격적인 행보에 들어갔다. 추진위는 지난 18일 출범 후 첫 회의를 열고 22개 의제 확정에 이어 통신·방송 융합 관련 3개 조직인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전문위원회-지원단’을 골자로 한 운영체계 방식 등을 결정했다. 이 같은 결정은 디지털기술의 발전과 통신과 방송망의 결합과 서비스 융합현상이 가속화됨에 따라 기존 규제체계를 재정립하기 위한 것이다. 규제 체계의 필요성은 지난 99년 방송개혁위원회 보고서에서도 강조된 것이지만 부처 간 이해관계 등으로 인해 이제야 비로소 논의가 이뤄지게 됐다. 출범이 늦어지긴 했지만 본격 활동에 나서면서 관련 기관과 업계 등은 통신·방송 환경변화에 맞는 규제 틀과 산업활성화 정책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합규제기구 출범 기대감 높아져=이날 한명숙 국무총리는 인사말에서 방송과 통신의 규제기구를 개편, 내년 상반기 통합규제기구를 출범시키는 과제를 검토해 바람직한 정책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 총리는 “정부는 통합규제기구 출범이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므로 위원들이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추진위는 △통신·방송정책 및 규제체계 정비 △통신·방송산업 활성화 △통신·방송 기구개편 △통신·방송 법제정비의 4개 분야 22개 의제를 선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 통합규제기구를 설립하는 방안 등이 우선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11개 우선 과제 해결 ‘관심’=추진위는 이 가운데 정책규제, 산업규제, 기구개편 등 11개 우선과제를 확정했다. 사업분류체계, 소유겸영규제, 영업활동규제, 콘텐츠산업, 네트워크산업, 장비·단말기산업, 기구개편 유형·위상·방안 등이 그것이다. 이는 근래 들어 핵심 이슈로 등장한 통·방 융합 이슈를 망라했다는 점에서 해법에 따라 업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해법 마련 ‘산 넘어 산’=그러나 통합규제기구를 만들 경우 정책 기능과 규제 기능을 분리할 것인지 등 기구개편의 유형에 대한 관련 기관 간 대립이 원만히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 기구를 방송위원회와 같은 독립기구로 할지 아니면 정부 부처로 만들 것인지 등 새 기구와 다른 기관 간의 관계를 정립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숙제여서 총리의 당부대로 상반기 출범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한 총리는 또 융합추진위에 IPTV의 내년 상용서비스 제공 기반 구축과 디지털 방송 및 디지털 콘텐츠 활성화 방안을 확정지어 올해 정기국회에서 필요한 입법을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통신과 방송의 경계 영역의 서비스 등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면 관련 산업의 활성화 등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기대 반 우려 반 속 긍정론 탄력=하지만 첫 회의에서 사전 발표 자료를 돌린 것을 두고 추진위원 중 한 사람이 이의를 제기하는 등 국무총리실에서 주도하는 모양새에 대해 통신·방송계의 알력이 노출되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서 추진위는 △방통융합추진위 전체 회의는 월 1회 △방통융합추진위의 분과위 회의는 2주마다 1회 △전문위 회의는 매주 개최키로 했다. 또 다음달 초 방통융합추진위, 전문위, 지원단이 모두 참여하는 워크숍을 갖기로 했다.
따라서 국무총리의 로드맵 제시는 원칙적으로 방통융합추진위의 설립 목적과 맥이 닿는만큼 청와대와 총리실의 의중이 실린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통신과 방송 두 진영에서 ‘방송과 통신 간 통합규제기구 발족의 현실적 한계론’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내년 상반기 추진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란 관측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방통융합추진위원은 “현재 통신과 방송 진영 간에 야기되고 있는 모든 문제의 원인은 이를 관할할 ‘기구와 법’이 없는 것”이라며 “통신과 방송 간 기구개편이 이뤄지면 IPTV 등을 포함한 인·허가 정책 등도 자연스럽게 모두 풀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승정·성호철기자@전자신문, sjpark·hcsung@